도서관 서고에 들어서면 오래된 책들이 풍기는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그다지 향기롭진 않지만 딱히 싫지도 않은, 우리 기억 속 할머니 방 냄새와 닮았달까요? 빳빳한 새 책에선 느끼기 힘든, 어딘가 모르게 정겹기도 한 그런 냄새입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백 열 여덟번째 ‘SDF 다이어리’는 저희가 찾고 있는 상당히 독특한 '책' 이야기, 조금은 다른 '삶'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사진: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사람책 도서관’>
지난 SDF 다이어리(덴마크에 사람을 빌려주는 도서관이 있다고? [Ep.114])를 통해 '사람도서관'(The Human Library)이 무얼 하는 곳이고, 주로 어떤 '사람책'(Human Book)을, 어떤 취지로 대여하는가에 대해선 감 잡으셨을 겁니다.
해당 뉴스레터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세 줄로 요약하자면 이 정도 아닐까 싶은데요. 여러분은 내 안의 '편견과 오해'들, 없앨 준비 되셨나요?
네, 예상하신 대로 오는 11월 3일, 2022 SBS D포럼장에는 특별한 '사람도서관'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10여 권의 사람책(Human Book)이 한 번에 30분씩 자신을 선택한 독자들을 만나게 될 텐데요. 어떤 ‘사람책’이 본연의 취지도 살리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가 저희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평소에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기 쉽지 않았던, 상대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던 사람들 가운데 구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만나보고 싶은 사람책이 있다면 의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구독자 의견 보내는 방법 👉🏻 https://forms.gle/cRYwE5go8WXBPfaf6)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여러 교수님들 자문도 구하고, '사람도서관'을 처음 만든 덴마크 팀과 논의해 일부 '사람책' 후보들과 인터뷰를 진행 중입니다. 

발표나 강연처럼 거창하지는 않아도 불특정 다수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전혀 머뭇거림 없이 “'사람책'이 되고 싶다, 재미있을 것 같다”며 나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 한혜경 씨(디지털시각장애연대 대표)와의 사전 인터뷰를 살짝 공개합니다.
<9월 7일 오후, SBS>
Q. '사람책'이 되어보고 싶은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거 같아요. '휴먼북(사람책)'이라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고 우리가 보통 장애인, 미혼모 이런 식으로 어떤 단어를 들었을 때, 저 자신도 갖게 되는 편견이라는 게 있는데 그 편견이 아니라 ‘내가 이 사람을 하나의 책으로 생각을 하고 읽어보겠다’라는 거라서 그 취지 자체가 되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Q. 사람책이 된다면 독자들과 어떤 대화가 오가기를 예상(?), 기대하나요?
"그냥 그런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저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떤 편견들이 존재할 수 있는가... 그래서 '딱히 막 이걸 나는 꼭 풀어야겠어'라는 게 있다기보다는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얘기를 나누면서 그런 부분들을 서로 풀어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사람도서관' 활동을 통해 바라는 변화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해해 볼 의지가 생길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대화를 통해 저 같은 시각장애인의 고민을 각자 서 있는 분야에서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Q. 예비 독자들에게 '사람책'으로서 '나'를 홍보한다면?
"하하, 이거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는데. 나를 읽어야 되는 이유라... 새로운 관점으로 뭔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으니까? 왜냐하면, 시각이라는 감각이 보통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감각의 80%를 차지한다고 해요. 그게 없는 사람의 삶을 들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Q. 예비 독자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으실까요?

"너무 조심스러워 하지 말고 질문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냥 편하게 물어봐 주시면 저도 편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평상시에 조심스러워서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좀 허심탄회하게 질문하고, 또 대답하고 이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편견이라는 것은 가장 솔직할 때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람책’ 섭외 과정에서 저희도 가장 어려웠던 게 바로 용어의 선택이었습니다. 한혜경 씨와는 줌(ZOOM)을 통해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앞이 안 보이는 분에게 줌 인터뷰를 부탁해도 될지부터, 본인에게는 전화 인터뷰와 똑같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할 때도 그렇게 ‘대놓고’ 물어도 될지 머뭇거렸습니다. 인터뷰 내내 ‘편하게 물으셔도 된다’는 말을 수차례 들어야 했죠. 

한 번은 성소수자 분과 처음 전화 통화를 해야 하는데, ‘000 씨 소개로 전화 드렸는데, 동성애자 맞으시죠?’라는 첫 질문부터 망설여졌습니다. 소개 과정에서 얼마나 잘 전달이 됐는지도 걱정이 됐지만 ‘이렇게 대놓고 물어도 될까?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어떤 단어로 어떻게 물어야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까?’라는 복잡한 생각이 들어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처음 만나거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조심스러움’은 상대에 대한 기본 예의일 겁니다. 상대방이 소수자일 경우에는 더더군다나 그래야 한다고 생각되죠. 

그 ‘조심스러움’이 필요 없다는 얘기를 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처음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조심스러움’을 가지고 나를 대하면 그 역시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지, 그런 과한 ‘조심스러움’의 기반에는 어쩌면 ‘편견’이 자리를 잡고 있는 건 아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혜경 씨는 최근 여러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며 ‘장애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는데요, 아마 어른들만큼 편견이 없어서겠죠? 초등학생들은 전혀 필터를 거치지 않고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불편하거나 당황스럽지 않고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요.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마음이 기반에 깔려 있다면, 과한 ‘조심스러움’은 걷어 내고 대화를 해보면 어떨까요? 사실 아무도 책을 읽을 때 ‘조심스럽게’ 책장을 펼쳐보지는 않을 테니까요. ‘사람도서관’을 ‘사람책’으로 채우는 과정에서 든 또 다른 고민 한 가지도 이번 SDF다이어리를 통해 구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합니다.
사람도서관 이용은 어떻게? 신청은?
2022 SBS D포럼의 ‘사람도서관’ 이용 방법은 추후 저희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히 공지하겠습니다. 사전 신청도 받을 예정이오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생각지 않게 길어진 뉴스레터를 마치며, ‘사람도서관’의 ‘사람책’ 이야기와 닮았달까요? 며칠 전 보았던 드라마 속 대사 한 구절 옮겨보겠습니다.

글쓴이 박현석 기자(zes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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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DIARY 를 만드는 사람들
이정애 기자 다양한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 믿으며 SBS D포럼을 총괄 기획해 오고 있습니다.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 시사고발프로그램 ‘뉴스추적’ 등을 거쳤으며 2005년부터 ‘미래부’에서 기술과 미디어의 변화,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떻게 다르게 같이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해 오고 있습니다.

이승재 기자 : 5년 뒤, 10년 뒤에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조금이라도 엿보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찾아보고 여기저기에 물어보고 있습니다. 2004년에 입사해서 정치와 사건사고 기사를 주로 썼습니다. 급성 백혈병을 앓아서 휴직을 했다가 최근에 미래팀으로 복직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백혈병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최예진 작가 시사뉴스선거 방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경험했고 2018년부터 D포럼을 기획구성하고 있습니다지식 포럼을 조금 더 대중 친화적으로, '가까이 와닿는포럼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박현석 기자 : 16년차 SBS 기자로, 작은 변화를 추구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내가 재미있어야 남들도 재미있다는 마음가짐으로 SDF에 임하겠습니다.

채희선 기자 : 2010년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사건, 법조, 경제·산업, 방송통신정책, IT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뉴미디어국 비디오머그 등에서 일하면서부터는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더욱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2022년 SBS D포럼을 기획하는 미래팀에서 무엇을 보도해야 할지, 구독자님들과 소통하며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최성락 피디 : 오늘에 안주하지 말고 내일을 요리하자! SDF의 도전에 깊은 맛을 불어넣고있는 PD입니다.

최유진 작가 :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 많은 작가입니다. 함께 만들어 가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끼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SBS D 포럼을 만들며 배워나가는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유익한 콘텐츠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박준석 프로그램 매니저 : 다양성, 꿈, 데이터, 민주주의, 존엄성을 화두로 깨어있는 개인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SBS D포럼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팀원들과 함께 행복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SBS D포럼이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으로 한걸음씩 잘 진화해 나가기를 기원하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하게도 그 선한 영향력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세종 촬영감독 : 현재 SDF 팀의 촬영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협업을 중요시하는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신소희 아트디렉터 : SDF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공감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제 손이 닿은 곳에서도 공감과 에너지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송현주 마케터 : SDF의 SNS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채널과 콘텐츠로 더 많은 분들과 함께 SDF의 지식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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