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어른이 되었나요?

어제 ‘태풍이 지나가고’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개봉한 지 10년도 지난 영화입니다. 요즘 부쩍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거든요. 엄청나게 빠져드는 소설도 읽고 싶고요. 아마도 저는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에 몰두할 것들을 찾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고르고 골라 ‘태풍이 지나가고’를 봤습니다. 줄거리를 살짝 보고 이 영화로 골랐어요. 줄거리에서 한때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대기만성형 소설가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았어요. 문학상, 소설가가 저를 이 영화로 이끌었습니다. 영화의 모든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는 제가 생각했던 이야기가 아니었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영화에서 그런 대사가 나옵니다.


"아빠는 원하는 어른이 되었어?"


아들의 질문에 아빠는 아직 되지 못했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해요. 그리고 중요한 건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거라고 아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 저는 저에게 질문하고 있더라고요. 나는 원하는 어른이 되었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저는 원하는 어른이 되지 못했습니다. 원하는 어른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기억만 납니다. 그러다 문득 어른이 되었나라는 질문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른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어른이란 1인분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기 몫을 해내는 사람 말입니다. 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가끔 그러지 못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날은 한없이 쓸모없는 인간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이유는 돈을 벌지 못하는 날이 있어서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하고 여기저기 수업을 나가서 글쓰기를 말합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책을 스스로 만들어 팔고 감사하게도 읽어주는 분들이 몇 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걸로 나는 계속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산다는 것은 생존을 말합니다. 저는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하지 못합니다. 글로 생존은 저에게 아직 너무 불안불안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생존하고 싶습니다. 제가 쓴 글이 많은 사람에게 읽혀서 사람들이 저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람에게 돈을 주고 좋은 글을 써달라고 하고 싶다 하는 것의 ‘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출판사 숲물결에서 만든 책들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숲물결의 책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 끊임없이 만들고 계속 인쇄하고 싶습니다. 욕심이 많죠? 그래도 저는 제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희망은 너무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현실은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서 이력서를 넣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력서를 읽어본 사람들은 제가 그 일을 잘할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회신이 오지 않습니다. 오지 않을 연락을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고통이 따릅니다. 속이 쓰립니다.


얼마 전에는 갑자기 숨 쉬는 방법을 까먹었습니다. 가슴이 조여오더니 누군가 제 목을 조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헛구역질이 나기도 했습니다. 억지로 심호흡을 했습니다. 그렇게 몇 분의 고통이 흐르고 점점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모든 공기가 사라진 기분이었습니다.


‘어른’을 이야기하다 여기까지 왔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1인분 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말입니다.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어떤 날은 그게 태어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며 괴로워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저와 같은 생각을 했나요. 그렇다면 괜히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맞습니다. 저에게 그런 말을 해주고 싶은 요즘입니다. 그리고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원하는 어른이 되었나요?:


저도 어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마음을 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마음속에 원하는 어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른’보다는 ‘원하는’ 말입니다.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아봅시다. 저부터 그래보겠습니다.


지난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작가님 일상 속의 용기들이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용기들로 닿을 거란 마음과 작은 믿음’을 보낸다는 문장을 받았습니다. 이 문장을 여러분에게 다시 보내드리고 싶어요. 여러분 우리 용기를 냅시다.


마음이 통했는지 지난 메일에서 익명의 고민 상담이 왔는데요. 불안한 도전을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이었습니다. 저는 후회가 남는다면 도전해보자라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혹시 여러분에게도 후회 남는 일이 있다면 그저 후회로 두지 마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날이 많이 더워집니다. 여러분이 계신 곳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계신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미소 짓는 한 주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진심입니다.


여름 입구에서

성혁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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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1. 보내주시는 답장 모두 늘 감사합니다.
추신 2. 익명의 고민 상담을 진행 중입니다. 사연을 보내주시면 성혁의 생각을 보내 드려요.
추신 3. 이번 영상은 '태풍이 지나가고'의 뮤직비디오입니다.  여운이 깊어서 유튜브에 검색해봤는데 이 영상이 있더라고요. 들으며 감사를 음미해보세요.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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