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가 만든 인터랙티브는 다를까

BBC & 인터랙티브 콘텐츠 특집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제시각에 돌아온 미디어 뉴스레터 어거스트입니다.  

이번주부터 참여한 필진은 '오디오 콘텐츠'에서 업의 전문성을 키우고 계신 분입니다. 그래서 그간 저희가 다루지 않았던 'BBC 라디오'와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심도 깊게 다루었어요. 그동안 콘텐츠보다 퀄리티가 너무나 좋아서 기존 필진의 긴장도가 올라갈 듯하네요. 

매주 발행되는 어거스트의 품질을 높일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 

이 넓은 세상에 살아가기 위해 더 다양하고 널리 조망하는 시선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격주로 보내는 이 글들이 여러분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넓히는 트리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답장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정보는 알려지고, 지식은 공유되고, 경험은 연결되어야 합니다. 저희 어거스트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가 공유되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연결되기 바랍니다.

지금 에디터 MON, TUE, WED, FRI가 있고 THU, SUN, SAT 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 편하게 연락주세요. 
- 격주 화요일 오전에 뵙겠습니다 :)   
BBC가 했던 그 실험은 어떻게 됐을까?

때는 바야흐로 2017년 10월,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인터랙티브 오디오 드라마'를 실험적으로 출시했습니다. 한창 오디오 미디어에 관심이 많을때라 눈여겨봤죠. 대충 인공지능 스피커에 들어가 있는 드라마 방송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청취자가 직접 스토리 구축에 참여하는 일종의 '쌍방향 게임'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죠. 드라마인데 게임이라니?!

드라마 제목은 'The Inspection Chamber'. 줄거리를 보자면, 정체불명의 과학자들이 갑자기 '당신'을 찾아와 당신이 어떤 생명체인지 알아내려고 검사실로 데려간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요. 가서 '당신'으로 대변되는 청취자가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이야기의 길이, 구성, 결말이 달라진다는 거였죠. 줄거리만 들어도 몹시 미스테리하지 않나요? (딱 제 취향) 

그래서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건지 궁금해서 보니, 당시 아마존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와 구글의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였고,영국과 미국 내 사용자들에게만 제공하는 것으로 나와있어 못해봤습니다 8ㅅ8

직접 못 들어봤지만 어떻게, 왜, 무엇을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BBC 홈페이지를 뒤져보았어요. 그 재미난 실험과 관련한 이야기는 BBC 사이트의 Taster 카테고리에서 설명을 읽어볼 수 있어요. 당시 드라마에 대한 설명이 짧고 자세하지 않은걸 보니 아마 BBC에서도 처음으로 도전해보는 영역이라 준비가 많이 안 되었던 모양이에요.

그리고 2년이 넘게 흘렀네요. 그때 그 실험은 어떻게 됐을까요?
🤘 BBC가 했던 그 실험은 어떻게 됐을까?  🤘
제 눈길을 끌었던 'The Inspection Chamber', 바로 그 인터랙티브 오디오 드라마는 어떤 성과를 냈을까 너무 궁금했는데요, 다른 시즌으로 리부트됐다거나 자세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오지 않은걸 보니 그 드라마는 정말 실험으로 끝났나봐요.

하지만! 역시 포기를 모르는 BBC죠? 뭔가 엄청나게 셀프 리노베이션을 끝내고 돌아온 느낌으로다가 2019년 2월 즈음 'The Unfortunates', 그리고 그해 12월에는 '5 days, 5 dates'라는 인터랙티브 오디오 드라마를 또 만들었습니다.

먼저 'The Unfortunates'는 BBC ONE에서 방영되었던 인기 영국 드라마 'Sherlock'의 왓슨 박사 역을 맡은 마틴 프리먼이 목소리 연기를 했더군요. 60년대 소설가 B.S. Johnson의 동명소설에서 줄거리를 가져왔습니다. 역시 청취자가 중간중간 선택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시킨다는 점에서 기존의 인터랙티브 드라마와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번 실험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The Inspection Chamber'가 인공지능 스피커 아마존 알렉사나 구글 홈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 드라마는 BBC의 Radio3 채널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제안하는 모든 질문에 대답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사용자가 매 순간 선택을 하거나 참여하는 걸 귀찮아한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래서 이 드라마는 선택, 참여형으로 들을 수도 있고, 그냥 일반 오디오 드라마처럼 쭉 들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보통 라디오 채널에서 방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라디오에서는 풀 버전으로 들려주었나봐요. 

현재는 방영이 종료되어 들을 수 없지만, 이 변화는 꽤나 의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사용자를 적극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린 포워드(Lean Forward)나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린 백(Lean Back)으로 구분하는게 아니라 유연하게 그 정도를 조절했다는 점에서요. 오히려 사용자에게 자율적인 선택권을 줬다는 점에서 새롭네요.

가장 최근 드라마 '5 days, 5 dates'는 이야기 속 주인공 'Noelle'이 그녀의 여동생 결혼식이 치러지는 5일 동안 데이트 상대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에피소드들은 그 5일 밤동안 일어나는 일들이고, 그래서 총 5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어요. 벌써 감이 오시죠? 맞습니다. 이건 말랑말랑한 멜로 드라마에요. 아 물론, 선택에 따라 치정일 수도 있겠지만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다음 스텝을 밟으면 뭐든 진화하는 BBC! 이번 드라마의 차별점은 확실히 젊은 세대를 겨냥했다는 점입니다. BBC도 걱정이 많았어요. 우리 나라의 지상파 방송사들처럼 주 고객이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할 때에도 기존 고객 뿐 아니라 젊은 세대를 타겟팅한 프로그램을 만드나 봅니다.

일단 기존 두 인터랙티브 드라마들보다 훨씬 길이가 짧아요. 젊은 사람들이 집중력을 쉽게 잃어버린다는 점을 캐치했습니다. 또, 리얼 타임으로 SMS나 보이스 메시지를 보내 이야기 속 등장인물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Noelle이 상대 남자와 데이트할때 일어나는 일들을 직접 겪는듯한 경험을 주는거죠. 음성통화를 할 수도 있어서 참여하는 느낌은 더 커집니다. 소통하기 좋아하고. 데이트에 관심 많은 젊은 세대들을 고려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언급한 드라마들 말고도 또 어떤 실험들을 하고 있나 보니, 집에서 예술작품을 증강현실로 볼 수 있게 하는 앱(Civilisations AR), 동명 드라마 컨셉을 주제로 한 '당신 안의 악마 찾기' 테스트(His Dark Materials), 개인맞춤형 다큐멘터리(Instagramification) 등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았습니다. BBC가 많이 노력하는 것 같죠? BBC가 하는 실험들은 나중에 종종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현주소🤘
자, BBC는 이렇게 계속 노력하고 있는데, 다른 사업자들도 가만 있을리 없잖아요? 일단 오늘의 주된 주제인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을 한번 봅시다.

우선, 넷플릭스. 많이들 보셨을 것 같은데, '블랙미러 : 밴더스내치' 기억하시나요? 2018년 12월 28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만들어졌고, 당시 꽤나 화제였어요. 영화의 러닝 타임이 없다는 점과 화면 속에 선택 버튼이 있는 것도 신기했죠. 이 영화는 보는 이를 주인공의 아침식사 메뉴, 들을 음악을 정하는 소소한 선택부터 입사 제안 수락하기, 환각제 복용하기 등 스토리 전반을 이끄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세웁니다.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것만큼 재밌거나 흥미롭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넷플릭스가 이후로 베어 그릴스와 오지 탐험을 같이 하면서 행동을 대신 결정하는 '당신과 자연의 대결(You vs. Wild)',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장화 신은 고양이 동화책 어드벤처', '마인크래프트 스토리 보드', '빤스만과 네 맘대로 극장' 등 끊임없이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점은 계속 지켜볼만한 여지를 남기는 거죠.

과연 우리 나라에서는 어떤 시도들이 있었을까요?

우리의 선구자, 네이버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덩치가 커서 그런지 새롭다는 건 다해보는 것 같아요. 2018년에 '동화만들기'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클로바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해 명작동화의 스토리를 재구성해보자는 시도였는데, 국내 사업자의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관련한 내용을 캐치업하기 어려웠습니다. 리포트가 많지 않았어요!

피노키오, 신데렐라, 백설공주, 아기돼지 삼형제 등 명작동화 20편을 오디오북으로 재구성해서 아이들로 하여금 중요한 순간마다 주인공의 행동을 선택하게 한다는데어떤 건지 궁금해서 제가 직접 해봤습니다. 

- 클로바 앱을 깔고,"동화 만들기 시작하자"라고 박력있게 말하니까 예쁜 목소리로 구연동화가 시작되더군요. 

저는 '개구리 왕자'를 선택해서 들어보았는데, 아이들이 대상이어서 그런지 호흡이 너무 느리고 선택지를 읽어주는 부분이 길어서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더라구요. 저는 다 큰 성인이라 그런데, 아이들은 어떨지 모르는 부분이긴 하네요! 결말은 동화별로 5가지 구성되어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별로 궁금하진 않아서 듣다가 껐습니다.

그 외에도 KBS 라디오가 구글랩과 함께 만든 고민상담 인터랙티브 콘텐츠 '스무고개', 색다른 시도로 평가받는 MBC 예능 '두니아' 등 국내 사업자들도 꿈틀꿈틀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계속 실험만 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겠네요! 미비한 부분도 너무 많고, 플랫폼과 기술을 결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아직 재미가…. 하지만 화제성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지금 당장 기대할 것이 많이 없더라도, 더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잭팟이 터질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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