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석이들에게 3월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 헨젤에게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라 설렘과 걱정이 공존하는 새로운 시작인 것 같아요. 3월 둘째 날에 발송하는 이번 레터도 새로운 맛인 '자꾸 생각나는 맛'을 주제로 한 작품 추천을 준비했어요.

단짠단짠, 씁쓸한 맛, 마라맛에 이은 문슐랭가이드의 마지막 맛이기도 하죠. 중독적이라 자꾸 생각나기도 하고 묘하게 기억에 남아 자꾸 생각나기도 할 텐데요, 에디터들이 소개하는 자꾸 생각나는 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영화 에디터 씨네벳 자꾸 끌리고 생각나서 좋아하게 된 영화를,  연뮤 에디터 규나 주기적으로 눈에 들어오다보니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떠올린 공연 추천합니다.

또, 최근에 흥미로운 문화예술 이슈가 많았는데요, 헨젤과 그레텔의 방구석 밖 이야기까지 알차게 준비된 오늘 레터도 즐겨주세요!

종종 그럴 때 있지 않나요? 막 엄청나게 잘 만든 작품은 아닌데, 이상하게 끌리고 자꾸 생각나는, 그래서 자꾸 찾아보게 되는 그런 작품이요. 저한테는 그런 작품이 있습니다. 공교롭게 7년 만에 같은 감독이 내놓은 신작인 <서울의 봄>이 작년 말 개봉해 1300만 관객을 넘기며 2020년대 최고 흥행작을 기록하기도 했죠. 바로 <아수라>입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아수라> 스틸컷


<아수라>는 16년도 개봉 당시 제가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반응을 살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별 2개 반을 주며 아쉬운 평가를 주기도 했고, 호불호가 가득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극장 개봉 수익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모 정치인과 영화를 음모론으로 엮어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도 있었죠. 하지만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보면서 묘하게 ‘이 영화 내가 좋아할 것 같다’라는 끌림이 있었고, 성인이 되자마자 빠르게 챙겨봤던 여러 영화 중에 바로 이 영화가 있었습니다.


<아수라>의 첫 인상은 ‘기대만큼은 아닌데... 꽤 좋군?’이었습니다. 시종일관 ‘강강강강’으로 유지하는 영화의 템포도, 꿈도 희망도 없는 악인들의 음울한 세계도, 우스꽝스럽고 처절한 폭력 등 여러 요소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촬영, 조명, 미술, 음악 등 여러 기술 요소도 훌륭하고요. 특히 영화에서 가장 많이 지적받은 정우성 배우의 어색한 욕과 연기마저 영화 속 한도경(정우성) 캐릭터를 생각하면 꽤 어울린다는 인상도 받았거든요. 그렇게 첫인상은 ‘꽤 마음에 드는 한국 영화’였습니다.


제가 지금처럼 이 영화를 좋아하게 된 건 나중에 다시 관람한 이후였습니다. 아쉬운 부분보단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설정, 분위기, 대사 같은 것들이 기억에 더 남게 됐고 영화의 매력에 자꾸 빠졌던 것 같습니다. 이 증상이 심해져 저는 작년 9월에 <아수라> 7주기 대관 상영회까지 다녀왔습니다. 첫 영화관 관람이기도 했고, 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라 더 뜻깊었습니다. (참고로 <아수라>의 팬덤은 ‘아수리언’이란 별칭도 있답니다😂)

대관 상영회 현장에서 찍었던 사진들! 여러 나눔 굿즈도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수라>의 가치는 단순히 수컷들의 폭력을 멋들어지게 비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폭력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우스꽝스럽게 만들면서 드라마를 쌓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악인들이 좌절하고, 처절하게 무너지면서 자아내는 비애를 즐기는 맛이 있달까요. 분명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팬으로서 한 번쯤은 꼭 보시길 바라며😎


※ 다소 잔인한 영화인 만큼, 그런 묘사에 거부감을 크게 느끼신다면 주의하시길 바라며...!


🎬 영화 <아수라>넷플릭스, 왓챠, 티빙, 애플TV, 구글티비, 시리즈온, 웨이브 등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태양이 떠오르도록 할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주기적으로 눈에 들어오고, 그러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떠올리고 있는 것들이요. 제게는 그중 하나가 <태양의 서커스>입니다.

[출처] 인터파크 티켓 /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부산 포스터


처음 <태양의 서커스>를 접한 것은 재수생 시절, 서울로 정시 설명회를 들으러 왔을 때였습니다. 어느 고등학교의 운동장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뜬금없이 크게 펼쳐진 천막과, 서커스 광고 문구를 보고 21세기에도 서커스를 하는구나.. 의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태양의 서커스>는 제가 가졌던 의문처럼 “21세기에 무슨 서커스?”라는 편견을 역이용해서 공연계의 블루 오션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공연 중 하나입니다. 1984년에 설립된 이후, 이제는 매년 1,500만 명이 관람하고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아트 서커스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죠. 재미있는 사실은 ‘아트 서커스’라는 장르 자체를 처음 고안했던 것이 태양의 서커스였다는 점인데요, 본래 서커스의 필수 구성으로 여겨졌던 동물 쇼를 없애고, 대신 서커스에 발레, 연극, 음악 등의 다른 예술 장르를 접목해 복합 예술의 형상을 갖추고자 했습니다.

<태양의 서커스>에는 컨셉 별로 여러 공연 레퍼토리가 존재합니다. 1998년부터 시작된 <오 Eau*>는 모든 스테이지가 물로 채워진 워터쇼로, 장면에 따라 수면 아래 잠겨 있던 무대가 솟아오르거나, 다시 가라앉는 등의 연출이 돋보이죠. 이번에 국내에 들어온 <루치아>는 멕시코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화를 배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레인 커튼’ 등 공연 중간중간에 물을 활용한 연출이 곁들여진다고 합니다.
*Eau: 프랑스어로 ‘물’을 뜻한다.

[출처] 한겨레 / <루치아> 프레스콜 장면.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태양의 서커스는 지난 2020년, 급작스러운 팬데믹 사태로 인해 전 세계 공연을 모두 중단하고, 직원의 95%를 해고할 정도로 큰 위기에 빠졌습니다. 다른 공연들이 그랬듯 모두가 태양의 서커스 또한 결국에는 질 것이라 입을 모았죠. 아직 백신조차 개발되지 않았던 시기, 태양의 서커스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거대 투자자들에게 인수되며 공연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곤 일상이 회복됨과 함께 다시금 살아나 지금까지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죠.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세계적으로 태양의 서커스가 지닌 예술성과 독자성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팬데믹의 위기가 대중 예술을 넘어, 하나의 장르로 나아가고 있던 태양의 서커스의 족적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한 셈이죠. 전 세계 순회공연인 만큼, 혹시 이번 겨울을 놓치셨다면 돌아오는 다음 공연 때는 한 번 눈여겨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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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의 문화예술계 소식들을 전합니다. 제목을 클릭하면 관련 기사로 연결돼요!


▪️ [국내] 서울시발레단 창단, 기존 발레단과의 차이점은?

▪️ [국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보존 · 복원 참여하는 문화재청

▪️ [국내] 5월부터 이름 바뀌는 문화재청!

▪️ [해외] 비틀스 멤버들의 이야기, 4인 전기영화로 만들어진다

[국내] 딱 한 달, 창덕궁 인정전 내부 관람 가능합니다!

[출처] 문화재청, 인정전 내부 어좌(임금이 앉는 의자)


국보 인정전은 왕의 즉위식, 외국 사신 접견 등 중요하고 공식적인 의식을 치르던 창덕궁의 으뜸 전각입니다. 이렇듯 중요한 가치를 지니며 화려한 모습으로 그 권위를 드러내는 인정전 내부를 3월 한 달 동안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임금의 자리인 어좌와 일월오봉도 병풍뿐만 아니라 순종이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긴 후 인정전을 수리하면서 설치된 전등, 유리창, 커튼 등 근대적인 요소도 볼 수 있어요.


그동안 인정전 내부 관람이 제한되어 창덕궁에 방문했을 때도 밖에서만 인정전을 볼 수 있었는데요, 궁궐 전각 내부가 궁금한 꾸석이들은 이번 기회 놓치지 마세요! 자세한 프로그램 정보와 예약 방법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은퇴 암시한 나훈아
[출처] 예아라 예소리

지난 2월 27일, 가수 나훈아가 은퇴를 암시하는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나훈아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따르고자 하며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마지막 콘서트’ 등의 표현을 통해 은퇴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나훈아는 4월 인천을 시작으로 청주, 울산, 창원, 천안, 원주를 거쳐 전주에서 나훈아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LAST CONCERT)'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하반기 콘서트 일정도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 있는 꾸석이들은 나훈아의 마지막 공연을 꼭 즐기길 바라요!
[국내] 조성진에게 직접 피아노를 배운다고?

[출처] 크레디아


조성진이 생애 첫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합니다.


거장에게 직접 배운다는 뜻의 마스터 클래스, 주로 음악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인데요. 이번 마스터 클래스는 조성진이 속해있는 소속사, 크레디아 3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중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피아노를 전공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합니다.


수강생 1명당 1시간씩 교습을 진행하는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참관자도 40명 모집하는데요. 과연 조성진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을 행운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해외] 드라마화 되는 <해리 포터> 어디서 볼 수 있나?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가 드라마로 제작됩니다.


드라마는 총 7개 시즌으로 제작될 예정이며, 2026년 첫 시즌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를 배급한 워너 브라더스의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Max에서 방영될 예정입니다.


한편, <해리 포터> 시리즈의 모든 판권을 갖고 있는 조앤 K. 롤링 설득을 위해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CEO가 직접 롤링이 있는 런던에 가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드라마로 제작되는 <해리 포터>는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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