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판넨베르크, 하나님의 계시는 보편적이다

#111 성경 독자라면 갖춰야 할 미덕

#112 마더 테레사의 본명은 아녜저 곤제 보야지우였다

#113 진리 안에서의 자유

🎁 이달의 신학자 3천 구독자 감사 이벤트!

인간의 진정한 존재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참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독자님을 위해 작은 선물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오늘 뉴스레터를 읽은 뒤 들었던 생각을 아래 피드백을 통해 남겨 주세요. 본회퍼의 깊은 신학이 아름다운 언어에 오롯이 담겨 진리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책, 『나의 청년에게』를 추첨을 통해 다섯 분께 드리겠습니다. 

독자님, 안녕하세요.

복 있는 사람 편집자 B입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으며, 인간이 가진 자유에 관해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자유에 관해 토론을 나누었습니다. 어느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인간 개인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나 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어떤 행동을 하든 보호받아야 한다.” 아무래도 그 친구는 자유를 인간 개인이 소유하고 지켜야 하는 그 무언가로 이해한 듯했습니다.

 

친구와의 대화를 마치고, 독일에서 본회퍼를 공부하고 돌아온 교수님께 자유에 관해 물었습니다. 교수님은 본인이 생각하는 자유에 관해 말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자유를 어디로부터 탈피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우리에게는 타인을 위해 살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아마도 본회퍼도 자유를 타인을 위한 것으로 이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히 오늘 뉴스레터에는 1944년 7월에 쓴 본회퍼의 시 「자유에 이르는 길 위의 정거장들」을 곳곳에 배치해 두었습니다.)

이제 오라,
영원한 자유로 가는 길 위에 펼쳐지는 최고의 향연이여!
죽음이여,
덧없는 육체의 성가신 사슬을 끊어 버리고
눈먼 영혼의 장벽을 허물어 다오.
그리하여 지상에서는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은 것을
마침내 눈을 들어 바라볼 수 있도록.
자유여,
우리는 오랜 세월 훈련하고 행동하며
고난 속에서 그대를 찾아다녔네.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 이른 지금,
하나님의 얼굴에서 그대를 인식하네.
_나의 청년에게 「자유에 이르는 길 위의 정거장들」

#113 진리 안에서의 자유

1939년, 뉴욕에 있던 젊은 독일인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독일인 이민자들을 위해 목회자로 그 도시에 머물러야 할지 고민하면서 줄줄이 이어지는 미합중국에서의 강연 요청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히틀러를 비판하는 방송을 하고 나치 정권의 교회 통제 시도를 수용할 수 없었던 독일 목사들을 위해 비밀 신학교를 운영하여 확실하게 나치 정권의 눈 밖에 났습니다.

 

진 빠지는 내적 갈등 후 그는 독일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1939년 7월, 뉴욕에서 한 달 조금 더 머문 그는 극한의 위험을 인지하면서도 고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육 년 후 강제 수용소에서 반역죄로 처형당했고, 감옥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쓴 편지의 형태로 현대 그리스도교의 위대한 보물 중 하나를 세상에 남겼습니다. 본회퍼는 우리 대부분이 반길 법한 자유의 기회를 등진 채 복잡하고 위험한 세계로 뛰어들었고, 히틀러 암살 모의에 관여하여 이중 스파이로 살면서 체포, 고문, 죽음의 가능성에 매일 직면했습니다.

 

그의 매우 많은 글의 주제는 자유였습니다. 본회퍼는 1944년 7월에 쓴 유명한 시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자유와 관련된 요소를 규율, 행동, 고통, 죽음으로 정리했습니다. 우리가 자유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떠올리게 되는 요소들은 아니지만, 그는 이런 사색과 더불어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영원한 자유의 핵심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자유를 찾아 떠나려거든
가장 먼저 감각과 영혼을 훈련하라.
그리하여 욕망과 몸의 지체들이
그대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못하게 하라.
영과 육을 순결하게 하고,
정해진 목표를 향해 그대를 온전히 드려 복종하라.
훈련을 통하지 않고는
그 누구도 자유의 비밀을 경험하지 못하리.
_나의 청년에게, 「자유에 이르는 길 위의 정거장들」

그가 관심을 갖는 자유는 해야 하는 줄 아는 일을 행할 자유입니다. 사회는 우리가 해야 할 일에 관해 온갖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리고 이보다 훨씬 어려운 점은, 우리의 갈망과 선호가 다양한 방향으로 우리를 몰아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열망과 감정을 지켜보고 신중하게 시험해야 하며 그런 다음 행동에 나설 용기를 내야 합니다. 행동할 때 우리는 위험을 감수합니다. 전보다 자유롭지 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하나님께 우리의 자유를 넘겨 드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이제 하나님 차례입니다.” 자유는 하나님께 넘겨 드렸을 때 “영광스럽게 완성된다”고 본회퍼는 말합니다. 이 자유는 죽음의 순간에 절정에 이르고, 그때 우리는 그동안 숨겨져 왔던 것, 우리가 생각하고 행했던 모든 일의 근저에 있는 하나님의 영원한 자유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은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본회퍼의 여정 끝에는 실재, 곧 하나님의 실재와 조화를 이루었음을 발견할 때만 찾아오는 기쁨의 비전이 있었습니다. 다른 모든 것—우리가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즐겨 생각하는 자아상, 스스로를 그럴 듯하게 만들려는 노력들—은 전부 실재에 미치지 못합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요 8:32)이라는 예수의 말씀은 본회퍼를 감옥에서 붙들어 주었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께서 팔복을 제시하시며 하신 말씀(마 5:3-10)과 동일합니다. “가난한 자들은 복이 있도다. 정의에 굶주린 자들은 복이 있도다. 평화를 이루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 이들은 영원히 중요한 것, 하나님의 실재와 접촉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자유로운 사람들입니다. 스스로를 불안과 야망에 갇혀 있게 만드는 크고 작은 모든 허구로부터 해방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최고로 중요한 것을 발견했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기꺼이 넘겨 드립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의를 행하는 삶,
가능성 속에서 휩쓸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용기 있게 붙드는 삶,
생각 속을 도피처로 삼는 것이 아니라
오직 행동하는 삶,
그 속에 자유가 있다.
불안하게 주저하는 태도를 버리고
오직 하나님의 계명과 신앙의 힘에 의지하라.
그러면 자유가 그대의 영혼을 환호하며 감싸 안으리.
_나의 청년에게, 「자유에 이르는 길 위의 정거장들」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비전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에서 충분히 분리되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보여주는 데 필요한 특성을 우리의 삶으로 드러내고, 하나님의 자유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자유의 핵심입니다. 하나님의 자유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들고 그들에게 실재 안의 기쁨과 하나님의 생명인 진리를 전합니다. 이 일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본회퍼는 신학교를 운영할 때 학생들을 위해 작은 지침서를 썼고 매일 고요한 성경 묵상에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나님은 이 섬김을 위해 우리의 시간을 요구하신다.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오시기에 앞서 시간이 필요하셨다. 하나님은 나를 구원하시기 위해 내 마음에 들어오시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시다.” 매일 우리는 이 묵상에 의해 변화되도록 자신을 열어 놓으려 합니다. “우리는 묵상을 마치고 일어설 때 처음 자리에 앉았을 때와는 다른 사람이기를 원합니다.”

 

일부 종교인들은 우리 마음의 수면이 하나님을 제대로 비출 수 있도록 잔잔한 웅덩이처럼 진정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본회퍼의 삶과 죽음이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로,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세상을 거부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세상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우리를 통해, 그러나 우리를 통해서만은 아니게—하나님이 활동하시도록 길을 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직하게 자신을 보지 못하도록 막는 온갖 혼란을 고요히 바라보는 것, 이 세계가 어떤 식으로 진리를 틀어막고 정의와 사랑의 추구를 꺾어 버리는지 고요히 바라보는 것은 결코 사치스러운 행위가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진리는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이는 주어진 순간에 우리가 원하는 바를 행사할 자유가 아닌, 신약성서가 말하는 대로 현실에 충실하고 진실한 ‘진리 안에서의’ 자유입니다. 이것이 아니라면 어떤 자유가 소유할 만한 최종적 가치를 지닐까요? 이 자유 때문에 우리가 꼭 붙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와 부활로 가신 여정의 역사가 분명히 드러내듯, 이 이야기의 결말은 적절한 말로 표현할 길이 없는 성취이자 귀향입니다. 이 자유는 진정한 우리가 되게 하는 자유입니다.

놀라운 변화!
그대에게는 힘차게 일하는 두 손이 있네.
그대는 무력하고 고독하게
행동의 최후를 응시하네.
그러나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묵묵히 옳은 일을 행하네.
그리고 확신 가운데 더 강한 손에 자신을 맡기고 만족하네.
그대가 단 한 순간이라도 복된 자유를 맛보았다면,
그 자유를 하나님 손에 올려 드려야 하리.
그리하여 하나님이 자유를 영광스럽게 완성하시도록.
_나의 청년에게, 「자유에 이르는 길 위의 정거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