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한인문화회관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4월입니다. 

부활절 연휴와 함께 모두가 싱그러운 봄 향기 마음껏 누리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특히 우리 문화회관이 자리 잡고 있는 도나우공원은 온갖 봄꽃들이 막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Lock down으로 참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잠시나마 시간을 내시어 도나우공원의 아름다움과 봄 내음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문화회관은 어려운 코로나 상황임에도 작년 하반기부터 진행하여 온 건물 및 시설 개선 작업을 오는 5월 회관 테라스 개선작업을 끝으로 마무리 하게 됩니다. 

또한, 최근 독일의 한 유명 TV 매체의 드라마 촬영을 위한 대관업무도 사전 비엔나 시 당국의 적법한 승인을 받은 가운데 오스트리아 정부의 코로나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잘 마무리 하였습니다. 

화창한 봄 햇살아래 아름다운 꽃들과 아이리스 호수가 함께 어우러진, 자연의 신비로움이 가득한 촬영 현장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는 한편의 멋진 파노라마였습니다. 

우리 문화회관이 드라마를 비롯하여 모든 문화예술 영상을 위한 최적의 장소임을 확인하는 기회였습니다. 커다란 자긍심을 느낍니다. 

이제 4월부터 문화회관에 위치한 브런치 하우스에서 Take-out 서비스와 함께 아이스크림 Shop과 Imbiss 간이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도나우 정원의 아름다운 전경을 즐기며 휴식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합니다. 

내년은 문화회관 창립 10주년의 해입니다. 

창립 10주년 기념사업 관련 여러 준비를 위해 방한 중인 송효숙관장을 비롯하여 회관 사무처직원 모두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도록 하겠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어린 한글학교 학생들이 문화회관에서 북적이며 뛰어 놀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때가 참으로 그립습니다. 

하루 빨리 모든 것이 정상화되어 여러가지 문화 행사가 열리고, 모두가 마음껏 화합하고 함께하는 순간이 다시 오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들께서 납부하신 소정의 회비와 기부금은 문화회관의 개선 및 보수사업을 위하여 소중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연회비를 납부하여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저희 한인문화회관은 동포사회의 믿음직한 동반자로 여러분 곁에 늘 함께 하겠습니다. 

2020년 9월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였던 비엔나 한글학교에서 오는 4월 24일 (토) 전체 학년 10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백일장> 행사를 개최합니다. 

비대면 언택트 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본 행사도 온라인으로 시도되는 만큼, 텍스트의 주제와 형식도 수필이나 산문과 같은 기존의 것 외에 카툰과 같은 새롭고 창의적인 형식으로도 실시될 것입니다. 

인간에게 기억이란 어떤 것 일까요?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감각'임을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렇게 묘사합니다. 

"따뜻한 차와 바삭거리는 빵가루가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갑자기 온 몸이 소스라치는 전율을 느꼈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내 몸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현상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감미로운 전률이 내 전신을 휩쓸고 지나갔는데도 도무지 어디서 연유했는지 알수가 없었다. 

이 엄청난 기쁨이 어디서 왔을까? 나는 그것이 홍차와 과자의 맛에 연관된 것임을 알았지만 쾌감은 감각적인 맛을 한없이 초월하고 있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기억에 관한 대작" 첫 머리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마를렌의 맛이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인데, 자주 인용되는 문장입니다. 

이것을 "프루스트의 효과" 라고 하지요. 

감각은 파도처럼 부서지기 쉽지만, 감각에 의한 기억은 오래 갈 정도로 강한 것이지요. 

뇌과학자 D. Sackter는 프루스트의 이런 기억을 무의식적인 기억이라고 말합니다. 

30년 동안을 와인과 향을 공부를 했는데도 그때의 향내를 표현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 합니다^

영화 <화양연화>는 통속적인 불륜 영화라기보다 절제의 미학으로 가득한 사랑의 엘레지입니다. 

1999년 시점에서 바라본 과거 1962년 홍콩에서 두 남녀 간의 3년에 걸쳐 이어진 만남과 사랑의 추억은, 세월이 지나면서 마치 과거 기억이 미화된 것처럼 보입니다. 

화양연화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처럼 말입니다. 

35년을 뛰어넘는 오래된 기억은, 시간의 경과에 따른 그리움의 농도에 의해 부풀려지기 마련이지요. 

“그는 지나간 날들을 기억한다. 먼지 낀 창틀을 통해 과거를 엿볼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희미하게만 보였다.”

기억은 종종 왜곡됩니다. 기억 속에서의 시간은 뒤틀리곤 하지요. 

허공 속으로 사라지는 양조위의 담배 연기 속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자막이 뜹니다. 

“그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거기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남은 게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닙니다. 

시간과 기억은 왜곡되지만 향기는 영원합니다. 

감각은 파도처럼 부서져 사라지지만 감각에 의한 향기만은 우리 뇌와 몸속에 암세포처럼 박혀있기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향기는 너무나 선연하게 기억하지만, 

그때의 감각은 단 한마디도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