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조직문화'라는 이상을 좇는 일이 종종 벅찰 때가 있습니다. 적어도 팀원들이 회사에 오는 길에 '사고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큼은 하지 않으면 좋겠는데, 이조차 배부른 소리 같을 때가 있더라고요. 좋은 조직을 만드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오르는 일과 같아서 훌쩍 뛰어오르는 게 어렵다는 걸 알지만, 자고 일어나면 모종의 공감대가 생겨 있기를 바라기도 했어요.

'정신이 하나도 없고 일에 파묻혀 있는데 시답잖은 뉴스레터나 읽으라고?' 제 일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건 아닌데도,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같이 무서운 표정을 한 사람들이 쏘아붙이는 꿈을 꾼 적 있는데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음 날 '보조배터리'라는 제목의 문서를 하나 만들고 아래와 같이 써 놨습니다.

"자괴감 들고 괴로울 땐 충전하러 오세요.

좋은 피드백과 격려의 말을 왕창 모아둡시다.

내 편이 없는 것 같다는 마음은 착각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팀원들이 건네준 격려와 응원을 한데 모아 놓고 보니 내 편이 없는 것 같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격려해 준 팀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이런 마음을 팀원 여러분도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가 여의도 오피스 벽을 장식한 '밀당의 긍지'였어요. 낯간지럽게 '셀프 칭찬'하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확증해주는 사람과 상황이 실재한다는 걸 찾아내 보셨으면 해서요. 긍지는 '자기 능력을 믿음으로써 가지는 당당함'이라는 뜻이래요. 자기 능력을 믿고 첫 긍지를 멋지게 장식해 준 팀원 두 명을 직접 만나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