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사월 깊은 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어두운 길가 버스 정류장에 앉아 늘 나의 사랑은 왜 이러냐고 엉엉 울던 저에게 다가와 어깨를 쓰다듬어주시고 화한 딸기맛 사탕을 하나 쥐어주며 힘내라고 해주신 베이지색 트렌치 코트를 입으셨던 여성분 고맙습니다. 좀 반한 것 같기도 하고요. 아직도 종종 생각 나네요. 저도 사탕이나 밀크츄 같은 것들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종종 만지작거립니다. 혹시나 누군가에게 주고 싶을지도 모르니까요.

열 너덧살 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플랫폼에서 글을 쓰고 사진을 올렸다. '누구나 제작자가 될 수 있어요' 라는 카피가 생기기 한참 전부터 싸이월드, 네이버 블로그와 텀블러, 인스타그램 등을 거쳤다. 그러나 -과거를 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말할지는 모르겠지만- 잘 지우고 쉽게 계정을 없앴다. 요즘엔 그마저도 어려워 아주 휘발성이 강한 것들만 오래 남지 않도록 24시간 동안 공유되게끔 올리고, 글이라고도 할 수 없는 짧은 단어의 나열 정도만 블로그에 게재하고 있다. 수요 없는 공급이라고 누군가 비웃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 그렇게 매일을 기록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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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할 수 있는 바탕이 많아지니 그 안에 담긴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부족했다. 누구나 간편하게 업로드하고 쉽게 소비한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모든 컨텐츠는 지나치는 것에 불과하다. 손가락을, 마우스를 조금 멈추게는 하지만 식어가는 따뜻한 차와 함께 오래 머무르게 하지는 못한다. 반면에 종이에 쓰인 단어들의 수신인은 언제나 나 하나. 잊혀지기 쉽고 감응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한달 전, 약간의 타협으로 이메일 받은 편지함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장소로 조금은 길게 찾아가는 레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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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3회 발송했지만) 모든 메일에는 하단에 피드백을 요청하는 링크를 걸어뒀다.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씩 답장이 온다. 대부분은 내가 만들어낸 제작물이 쓸모 없음 카테고리를 벗어나 사소한 의미라도 가지게 해주는 코멘트이다. 나를 모르는 이들이, 내가 모르는 이들이 나의 삶과 일, 그리고 글을 응원한다. 개중에는 내가 언젠가는 꼭 잘 되기를 바란다는 이도 있다. 그런 마음들은 생경하지만 눈물이 차오르게 해 고개를 뒤로 젖히고 우울을 진정시키는 지점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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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마음에 수많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 단계에서 그만두었다. 일단 시작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해서 거창한 기획안을 작성하다 지쳐 나가떨어진 것도 있었을 거고, 아무도 내것을 봐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을테다.  내 글을 내 손으로 만져보고 싶다는 작은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의외의 반응이 있었던 나의 첫(번째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책처럼 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반응들이 가득한 강가에 낚싯바늘을 최대한 많이 던져놔야 할텐데.어려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저곳 기워진 흔적이 있고 때가 묻어 너절해진 나를 활활 태우고 싶다. 휴대폰을 초기화하고 노트를 새로 사는 것처럼 깨끗하지는 않겠지만, 뜨겁고 까만 재 속에서 다시 움트는 무언가를 기대하고 싶다. 다시 내 안에서 집중할 지점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