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쿠팡 수수료 논란 2.컬리 월간 흑자 의미
 2024.01.10 24-002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쿠팡의 진짜 수수료는 도대체 얼마인 걸까요?
  02 무엇이 컬리의 흑자 전환을 가능케 한 걸까요?
  03 뉴스 TOP5 - '어설픈 플랫폼 규제의 위험성'

   

쿠팡의 진짜 수수료는 도대체 얼마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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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이 옳고, 네 말도 옳다

쿠팡이 화가 났습니다. 발단은 1월 2일 자 한국경제 기사였습니다. 해당 기사는 쿠팡의 수수료가 45%에 달하는 사례가 있으며, 이는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쿠팡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놓은 것은 물론, 법적조치까지 언급하며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쿠팡은 자신들의 최대 판매 수수료는 10.9%에 불과하며, SSG, G마켓, 11번가 등 대기업 계열 오픈마켓 대비하면 낮은 편이라고 항변하였고요.

그렇다면 둘 중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누구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양측의 주장은 모두 맞기도 하고, 동시에 틀리기도 합니다. 우선 한국경제의 기사가 가져온 숫자 자체는 팩트로 보입니다. 다만 판매가의 45%를 언급한 부분은 로켓그로스 이용 사례라 추정되는데요. 이는 일반적인 오픈마켓과 달리, 물류, 배송, CS 등을 모두 포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수수료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일반적인 오픈마켓 수수료를 비교했다는 건, 잘못된 일인 거지요.

하지만 쿠팡의 해명 역시 감추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쿠팡의 오픈마켓 수수료 자체가 타사 대비 높은 수준이 아닌 건 분명 사실입니다. 그런데 쿠팡 내 이러한 일반 오픈마켓 거래액 비중은 크지 않은 걸로 알려져 있고요. 대부분의 매출은 직매입인 로켓배송과 로켓그로스를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기에, 실제로 수수료가 부담된다고 느끼는 소상공인의 수가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고요. 둘 다 일종의 의도적인 편집을 일부 가미했던 겁니다.

때문에 이번 일은 본격적인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배울 점 또한 분명한데요. 이와 같이 이제 손쉽게 옳고 그름을 판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업의 경영 활동이 복잡해지고 있고, 따라서 이를 올바로 해석하기 위한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겁니다.

수수료 체계가 더욱 복잡해진 이유

특히 유통업체의 수수료 체계는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쿠팡 역시 그러한데요. 쿠팡의 로켓그로스는 작년 3월 제트배송이 리뉴얼된 상품입니다. 사실 기존 제트배송의 수수료는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수수료는 25~40% 사이로, 상품 가격이 저렴할수록 그 수준이 높아지는 형태였는데요. 로켓그로스에서는, 판매 수수료는 기본이고, 보관, 배송, 입출고비 등이 별도로 부과되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개편 직후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준 세분화가 실질적인 수수료 인상 효과를 노린 거라고 해석하였는데요. 수수료 체계가 복잡해지면 셀러는 정확한 마진을 계산하기 어려워지고, 따라서 정책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러한 변화는 쿠팡 만의 것이 아닙니다. 소상공인 친화적이라고 알려진 네이버 역시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필수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광고 비용까지 감안하면 그리 낮지 않습니다. 다만 초보 셀러일수록 명목 수수료만 계산하다 보니 이를 눈치채지 못할 뿐이었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기구독이나, 도착보장 솔루션 등에 추가 수수료를 붙이는 형태로 실질 수수료를 계속 인상시키고 있는데요. 이렇듯 수수료 체계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네이버의 매출은 증가하나 입점 업체들은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질 수수료 인상 흐름은,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가 공고화되었기에,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고요.

플랫폼이 꼭 절대악은 아닙니다만

하지만 그렇다고, 쿠팡이나 네이버의 이와 같은 행보를 플랫폼의 갑질과 횡포라는 프레임으로만 가두어 해석하는 건 위험합니다. 우선 플랫폼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인 효용 또한 분명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쿠팡의 존재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고 있기도 합니다. 작년 기준으로 시중 가공 상품이 6% 오를 때, 쿠팡의 PB 상품은 오히려 1% 내려가며,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고 하니까요. 따라서 플랫폼 견제를 할 때는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이들의 성세가 영원히 지속되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쿠팡 역시 후발주자로 현재의 위치까지 올랐습니다. 따라서 혹여 쿠팡 역시 시장 지배력을 지나치게 남용한다면, 반드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대안 채널이 등장할 겁니다. 그래서 쿠팡 내부에서도 적정선에서 이를 잘 조율하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시장의 자정 작용에만 모든 것을 맡길 순 없습니다. 그렇기에 소비자와 셀러들은 시장의 변화와 개별 기업의 경영 활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정부 기관에서도 면밀히 이를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필요하면 개입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할 거고요. 다만, 앞서 말한 대로 문제는 점차 복잡해지고 있고, 사회적인 효용 부분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에, 부디 신중히 접근하기를 바라봅니다.

   

무엇이 컬리의 흑자 전환을 가능케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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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가 드디어 해냈습니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컬리가 창업 9년 만에 처음으로 월간 EBITDA 흑자를 달성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EBITDA는 이자비용과 법인세, 그리고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을 뜻하는데요. 이자비용과 법인세는 실제 영업활동과는 관련성이 적고, 감가상각비는 회계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기에, 이는 곧 드디어 컬리가 영업 활동을 통해 현금을 벌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물론 월간 기준이며, 또한 영업이익도 아닌 EBITDA 기준인 점을 들어, 이번 실적 개선의 의미를 축소하여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인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결국 공헌이익부터 차근차근 접근해야 하기에, 이번 소식 자체는 컬리의 향후 행보에 있어서 청신호가 분명합니다.

결국 이제 관심은, 이번 흑자 달성이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것인지에 쏠릴 수밖에 없는데요. 보다 상세한 분석은 최소한 작년 연간 실적이 공시된 이후에나 가능하겠지만, 현재 접근 가능한 데이터를 토대로 컬리의 흑자 달성을 이끈 요인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총체적인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사실 작년 4월에 컬리의 흑자 달성 로드맵에 대해 이미 분석했던 바가 있습니다. 당시 EBITDA 마진 플러스 전환을 위한 조건으로 1] 최소 25% 내외의 주문 수 성장, 2]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뷰티컬리 비중 확대, 3] 신규 물류센터 운영 최적화 기반 비용 절감을 제시하였는데요.

그간 작년 3분기까지 컬리의 수익 개선이 지지부진했던 건, 가장 중요한 조건이기도 했던 거래액 성장이 정체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4분기 들어 반등에 성공했는데요. 와이즈앱이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4분기 기준으로, 컬리는 전년대비 26%가량 결제금액이 성장한 것으로 확인되며, 이와 같은 성장성 회복이 실적 개선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동시에 컬리는 판매관리비 역시 지속적으로 축소시켜 왔습니다. 운반비와 포장비, 그리고 광고선전비까지 대부분의 비용 효율화 노력을 지속해 왔는데요. 특히 '마이컬리팜'이나 '컬리로그'와 같은 신규 서비스들도 일정 부분 이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고객의 방문 빈도를 뜻하는 고착도(DAU/MAU) 지표가 '마이컬리팜'이 도입된 작년 8월 이후 눈에 띄게 개선된 점은 고무적인데요. 물론 가장 먼저 보상형 미니게임을 활용한 원조 올웨이즈가 거둔 효과에 비하면 살짝 부족했지만, 예측과 달리 지표 변화까지 이어진 점은 확실히 놀라웠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출 총이익률 역시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아마도 뷰티컬리 비중 확대나 물류센터 운영 최적화 효과가 일부 반영되어 있을 걸로 추정되는데요. 앞으로도 컬리는 꾸준한 주문 수 성장을 통해, 물류센터나 배송차량 가동률을 최적화하여 매출총이익률은 지속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다행히 작년 내내 구매고객 수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걸로 확인되고 있고요. 따라서 지금까지는 영남권 지역 확장이나 뷰티 카테고리 강화가 확실히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의 동력이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컬리의 흑자 전환 요인에 대해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추정해 보았는데요. 일단은 EBITDA 마진 플러스 전환이, 일시적인 이벤트라기보다는, 작년 내내 이어진 수익 개선 활동의 결과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올해 내내 이어질지는 아직은 미지수인데요. 컬리가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기 위해선, 지속적인 매출 규모 성장이 반드시 따라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봤던 지표 중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유의미한 고객의 구매 빈도나 객단가 상승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작년 컬리의 성장은 신규 고객 유입 영향이 컸던 걸로도 해석되는데요. 향후 컬리는 반드시 이들을 빠르게 충성고객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선 아무래도 컬리멤버스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줘야 하는데요. 만약 지금까지 성과가 기대 이하였다면, 다시 이를 빠르게 피보팅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이번에 CU와 함께 진행한 컬리 특화 편의점처럼 아예 기존의 방식과 전혀 다른 접근법을 택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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