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깐부 그린옥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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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깐부 그린옥스 이야기 (1)
    지난 연말 시장을 놀라게 했던 쿠팡의 전격적인 파페치 '구제금융' 거래와 관련한 보도자료에는 국내 언론이 그다지 주목하지 않은 하나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바로 쿠팡의 초기 성장 단계부터 투자자로 함께해 온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글로벌 테크 섹터 전문 투자사 그린옥스(Greenoaks)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관련 기사는 쿠팡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파페치를 인수하였는지에만 주목하고 있지만 본 건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번 투자가 그린옥스라는 재무적 투자자가 쿠팡을 전략적 투자자로 끌어들여 글로벌 사모펀드인 아폴로PEF를 물리친 구조조정 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발표된 공식 보도자료를 보면 쿠팡, 파페치와 함께 그린옥스의 이름이 나란히 거래 주체의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린옥스가 본 건 거래의 조력자가 아닌, 당사자란 의미입니다.

    "Greenoaks, a leading global investment firm, brought substantial financial expertise to the transaction and is Coupang’s investment partner in this acquisition."
    - 쿠팡 - 파페치 투자 건 보도자료 

    한국에서 쿠팡의 투자자라고 하면 알토스벤처스와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제일 유명합니다. 알토스의 명성을 이야기할 때 쿠팡은 빼놓을 수 없는 투자이며,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로켓 배송을 있게 한 대규모 투자의 주역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쿠팡의 가장 초기 투자자들인 빌 애크만, 파운더 콜렉티브, 프라이머리벤처, 로저파크와 같은 시드 및 시리즈 A 투자자들이 자주 언급됩니다. 특히 보스턴 기반 시드 투자의 터줏대감인 파운더 콜렉티브는 지금까지 투자한 수백개의 기업 중 시총 50조를 넘긴 단 두개의 포트폴리오 중 하나가 바로 쿠팡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린옥스는 쿠팡 상장 당시 무려 2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했던 2대 주주였음
    하지만 그린옥스가 쿠팡의 숨은 진정한 조력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린옥스의 수장인 닐 메타(Neil Mehta)는 2010년 12월 쿠팡의 아시회에 합류, 현재까지도 참여하고 있는 최장수 이사회 멤버입니다. 그만큼 초기부터 투자자로 참여한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또한 그린옥스는 위기의 순간마다 쿠팡의 조력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2018년 상반기 당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추가 투자가 계속 미뤄지는 상황에서 쿠팡은 6천억 원이 넘는 규모의 컨버터블노트 형태의 브릿지 라운드를 진행하였는데 당시 5천억 원을 단독으로 책임지며 쿠팡의 공격적 로켓배송 투자를 지탱한 곳 또한 그린옥스입니다.

    여전히 그린옥스는 베일에 싸인 운용사입니다. 홈페이지에는 자사 포트폴리오 기업의 로고를 제외하면 딱히 회사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지금도 12명의 소규모 투자 인력이 15조 원 이상의 자금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당시 포트폴리오 기업인 리플링(Rippling)에게 5억 달러 규모 투자를 12시간만에 결정하고 주말동안 자금을 완납할 정도로 기민한 투자자이기도 합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바로 이 그린옥스에 대해 한 번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린옥스의 시작

    그린옥스의 창업자인 닐 메타 (Neil Mehta)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습니다. 1985년 생인 닐은 런던정경대학에서 학부를 졸업한 후 케인앤더슨캐피탈이란 대체투자 헤지펀드에서 비상장 투자를 맡으며 커리어를 시작합니다. 이후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는 유명 퀀트 기반 헤지펀드인 D .E. Shaw의 홍콩 오피스 역할을 맡은 오리엔트프로퍼티그룹(Orient Property Group)의 설립을 주도한 닐은 2010년 25살의 나이로 자신의 투자사인 그린옥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닐이 쿠팡의 이사회에 합류한 시점은 2010년 12월이며 이는 알토스벤처스와 매버릭캐피탈이 주도한 쿠팡의 시리즈 B 보다도 이른 시점입니다. 당시 닐이 개인 자격으로 쿠팡의 이사회에 참여하였는지 아니면 초기 투자자로서 이사회에 합류하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닐은 인터뷰에서 그린옥스가 2010년 설립된 투자자라고 소개하지만 현재 그린옥스라는 운용사 역할을 하고 있는 Greanoaks Capital Partners LLC는 2014년 4월 설립되었다는 점에 미뤄볼 때 운용 초기 몇 년 간은 과도기 기간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린옥스의 창업자이자 대표 파트너인 닐 메타 (오른쪽) (출처: FT)

    스마트폰 탄생 이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글로벌 디지털 전환 및 플랫폼 성장 붐을 타고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종류의 투자사들이 있습니다. 바로 DST글로벌, 드래고니어 인베스트먼트 그룹, 그리고 그린옥스처럼 시리즈 B 이후 단계인 Late-stage 비상장 단계 테크 기업 투자에 집중하는 곳들입니다. 타이거글로벌이나 코투매니지먼트와 같은 헤지펀드들도 유사한 비상장 투자 전략을 구사하지만 이들은 상장 롱숏 펀드에 레거시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앞에서 언급한 투자사들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입니다.   


    이들은 1) 홈페이지에 아무 내용도 없을 정도로 비밀주의를 표방하고 2) 후기 벤처 또는 프리IPO 단계에 대규모 자금을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3) 2010 - 2015년 사이 테크 분야의 랜드마크 딜이었던 페이스북 상장, 알리바바 상장 및 플립카트 M&A 등에 이름을 올리며 성공 사례를 축적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DST글로벌의 홈페이지 - 아무런 메뉴도 없이 회사 소개 한 문단만 덩그러니 놓인 형태

    또한 이들이 소규모 인력으로 글로벌 테크 및 플랫폼 기업에 선제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수 있었던 핵심은 바로 남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자금원입니다. DST글로벌의 유리밀러는 러시아의 성공한 인터넷 사업가로서 2009년 페이스북 투자 당시 러시아의 부호들로부터 자금을 끌어와 투자를 성공시켰으며, 드래고니어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마크 스태드(Marc Stad)는 유명 사모펀드인 TPG,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버크셔해서웨어로 불리는 IGSB (Investment Group of Santa Babara)에서 일하며 쌓은 인맥을 마탕으로 억만장자인 데이비드 본더만과 리스 두카의 패밀리오피스 자금을 지원받아 2014년 우버 투자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그린옥스의 닐 메타 또한 초기에 D. E. Shaw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쇼의 개인 자금이 운용자금의 기반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젊고 스마트한 운용역이 나가서 자신의 운용사를 차린다고 할 때 이를 시딩해주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습니다. 타이거매니지먼트의 창업자인 줄리안 로버트슨은 2000년 운용사를 닫으면서 자신이 데리고 있던 매니저들에게 5천만 불 정도 운용자금을 지원해 주었는데 이것이 현재의 타이거글로벌, 코투매니지먼트, 바이킹글로벌과 같은 조 단위 헤지펀드들의 시초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어찌되었건 닐 메타가 어린 나이에 능력을 인정받았고 자신의 능력을 알아본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작게나마 운용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한 쿠팡의 시작부터 함께했다고 할 정도로 초기부터 이사회에 참여하여 현재까지도 회사와 함께 동행하고 있다는 점 만으로도 투자 성과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린옥스의 포트폴리오

    그린옥스의 투자 전략은 간단합니다. 바로 시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기업의 폭발적 성장 단계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후 이들과 장기간 동행하는 것입니다. 쿠팡의 경우 워낙 초기부터 함께한 사례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시리즈 B 이후 최소 3천만 불 이상의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라운드에 참여하는 것이 투자 전략입니다. 쿠팡의 제외한 국내 유일의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는 HR플랫폼 플렉스는 시리즈 B 단계에서 3천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4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유치한 바 있습니다.

    그린옥스의 투자 포트폴리오

    그린옥스의 대표 포트폴리오를 보면 이름만으로 알 수 있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에어테이블, 브렉스, 칸바, 쿠팡, 디스코드, 플립카트 그리고 작년 하반기 상장에 성공한 클라비요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러한 투자자들을 '로고 콜렉터'라고 폄하하기도 하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그린옥스는 자신들이 표방하는 대로 '세대를 정의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신주든 구주든 가리지않고 어떻게든 소규모라도 투자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클라비요의 경우 신주 라운드에 그린옥스가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적이 없음에도 포트폴리오로 등재되었다는 점은 이들이 프리IPO 단계에서 구주를 매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린옥스나 드래고니어처럼 자금력이 출중하면서 짧은 기간 내 구주 투자가 가능한 기관의 경우 투자은행이 구주 건이 나왔을 때 1순위로 연락하는 곳이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할 방법이 있었을 것입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았지만 그린옥스 또한 FTX의 투자자 중 한 곳이었음
    하지만 이름이 알려진 규모있는 후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다고 하여 해당 투자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특히 한 기업에 많게는 수천억 원의 자금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대규모 자금을 소위 '워렌 버핏'의 스타일로 소수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강력한 확신과 철저한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쿠팡은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기업으로 치부되었습니다. 게다가 조 단위 로켓 배송 투자가 소요되는 단계에서 소프트뱅크의 추가 투자가 불확실한 상태였다면 당시 어떤 기관도 선뜻 5천억 원 규모의 에쿼티 투자를 주도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린옥스는 오히려 2018년 선제적으로 쿠팡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지분율을 높인 덕분에 쿠팡 상장 이후 역사적인 규모의 수익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린옥스가 브릿지 라운드를 주도한 2018년 1분기 이후 상장 전까지 쿠팡은 매출 4배 성장을 달성

    남들이 움츠러들때 동물적인 감각으로 공격적인 베팅에 나서는 전략은 그린옥스만의 특징입니다. 2021년에는 브렉스의 성장성이 둔화되는 단계에서 오히려 14조 원 기업가치로 4천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라운드를 리드하며 회사의 성장에 추가 베팅하였으며 HR 및 급여 관리 분야의 선두 주자 리플링(Rippling)의 경우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당시 주말 이틀동안 수천억 원의 긴급 자금을 마련하는 사례와 같이 유니콘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전략은 그린옥스가 조 단위 스타트업들의 최우선 선택을 받는 가장 주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2편에 계속)

    Editor's Note

    투자자에 대한 이야기를 쓰다 보면 좀 더 많은 배경 설명을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단순히 '누가 무엇을 했다'라는 이야기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다양한 의미들이 행간에 내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뉴스레터 또한 1회 분량으로 마감하기 보다는 두 편으로 나누어 보다 충실하게 내용을 전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그린옥스가 실제로 출자자들에게 자신들의 전략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왜 리플링은 긴급자금 조달을 위해 그린옥스에게 가장 먼저 연략을 하게 되었는지, 마지막으로 현재 후기 벤처 투자에 집중해온 투자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한계점들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현재 InsightEDGE는 두 달(8 주) 사이클로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고 있습니다. 늦어도 2 - 3월 중에는 그린옥스 후속편과 함께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내용도 구독자분들께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다음주에는 또다른 주제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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