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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폭력의 시대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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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하루라도 지구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날이 있을까요? 어쩌면 인류의 역사는 잔혹한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동물적 본성을 버리지 못한 인간에게 치열한 경쟁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필연일 수도 있습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논리가 지배하는 생태계는 인류의 문명발달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제 그 원인과 결과를 찬찬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직간접적으로 그 영향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1592년 임진왜란은 기록으로만 남아 있으나 6.25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의 어르신들이 아직 생존해 계십니다. 대한민국의 역사, 아니 근현대사는 정말 다이내믹했습니다. 역동성은 발전과 변화를 이끌지만 언제나 두렵고 불안한 미래를 살아야 한다는 숙명을 내포합니다. 현재, 북아메리카의 군사 강대국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중동의 이란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은 우리와 무관할까요?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할까요? 『징비록』을 남긴 유성룡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요? 과거의 전쟁 그리고 현재 상황을 살피기 위한 두 권은 무관한 듯 보이지만 시공을 넘어 오늘의 현실과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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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윌리엄 D. 하텅, 벤 프리먼 저자, 백우진 번역 | 부키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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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 안보 전략’은 기본적으로 ‘먼로주의(개입 축소주의)’를 표방했으나 당선 후에는 군산복합체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저자는 “미국은 1조 달러짜리 전쟁 기계를 만들었지만, 이 기계는 고장 나 있다.”라는 말로 오늘의 현실을 지적하며, “전쟁 기계는 오늘날 미국 사회 구조 자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라고 분석합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벌어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은 예상된 시나리오였을까요? 자본과 권력의 결합이 빚어낸 비극은 참혹한 죽음과 파괴된 문명 앞에서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언제나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결국 핑계에 불과해 보입니다. 인류가 ‘평화’를 최우선 가치에 두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전쟁과 폭력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수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단순히 무기를 만드는 회사의 이익 추구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은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미국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을 뿐 아니라, 지구 곳곳을 멍들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은 피상적 현실 너머의 속살을 헤집어 본질을 파악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 능력이 오히려 민주주의와 평화, 안전과 번영의 토대를 훼손한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군수산업이 선거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평화를 위협하며 전 세계를 고통과 불행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주장은 명백한 증거와 현실 분석으로 뒷받침되어 있습니다.


  ‘고장난 전쟁 기계’로 명명된 미국의 현실과 한반도의 상황이 오버랩됩니다. 지구에서 가장 위험해 보이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언제나 안보 위기 상황입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미국이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내가 사는 현실에 대한 걱정과 고민의 출발이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할리우드, 게임산업, 빅테크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된 거대한 자본주의 산업은 과연 우리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전쟁 기계에서 평화 기계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 위기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전쟁 기계를 다시 한번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현실적 우려와 걱정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하루하루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갑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의 전쟁이 바로 ‘나’의 일상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생각이 말을 바꾸고 다른 행동을 촉발합니다. 전쟁은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코 앞에 놓인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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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유성룡 저자, 이민수 번역 | 을유문학사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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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66년 별시에 급제해 벼슬길에 나선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은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으로 선조를 모시고 평양으로 파천했으며, 병조판서를 겸하여 도체찰사로 전쟁 전반을 총괄한 인물입니다. “내 지난 일을 징계하고 뒷근심이 있음을 삼가노라.”라는 뜻을 담은 징비록(懲毖錄)은 단순한 전쟁 후일담이 아니라 가장 생생한 전쟁 기록이며 두고두고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살펴볼 수 있는 역사의 장면들입니다.


  임진왜란의 발발 원인과 과정 그리고 그 결과는 450년이 지난 오늘에도 한국인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습니다. 일본군이 부산에 상륙한 후 한양을 점령하는 데 단 2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세습 왕조의 무능, 실용적인 학문과 현실적인 정책이 아니라 성리학에 매몰된 신하들의 당쟁이 결합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롭던 시대였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1636년 병자호란이 벌어졌으나 조선의 제도와 체제는 크게 바뀌지 않았고 변화와 혁신은 남의 나라 일이었습니다. 결국 일제 강점기로 이어지며 침략의 비극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상처로 남아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듯합니다.

 

  “나같이 못난 몸이 당시의 어지러운 때를 당하여 감히 나라의 중책을 맡아 위태로움을 바로잡지도 못했고, 또 기울어지는 형세를 붙들지도 못했다. 생각하면 그 죄를 몸이 죽어도 다 갚지 못할 것이다.”라는 고백이 뼈아픕니다. 무능한 리더를 대신해 전쟁을 이끄는 유성룡의 목소리에 한숨과 회한 그리고 후회와 자책이 깊게 배어 있습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군사력, 현실 대처 능력, 정부의 대책, 위기관리 시스템은 처참해 보입니다. 일명 ‘국뽕’에 젖어 조선 왕조를 미화하거나 당대의 현실을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책을 다시 살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식상한 금언 때문입니다. 어제를 잊은 사람에게 내일의 희망이 보일 리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지나간 시간을 톺아보고 오늘을 성찰하며 변화를 통해 한발씩 나아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불행이 반복될 것입니다. 그것이 아마도 21세기에 다시 읽는 ‘징비록’의 의미가 아닌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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