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제빵공장 사망 사고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작년과 재작년, SPC 계열사 제빵 공장에서 사망 사고가 있었습니다.
먼저 발생한 사고는 평택 SPL(구 SPC 로지스틱스) 공장에서 발생했습니다.
2022년 10월 15일, 야간 근무를 하던 20대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혼합기에 끼여 숨졌습니다. 당시 사고 소식이 알려지면서 SPC 불매 운동이 이어졌습니다.
10개월 뒤인 2023년 8월에는 샤니 성남 공장에서 기계 끼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된 노동자는 이틀 뒤 사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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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SPL 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한 재판이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입니다.
SPL 강동석 전 대표이사 등 공장 안전 책임자 4명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이 제기한 회사 측 과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 2인 1조 근무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 최근 3년간 기계 끼임 사고가 12건 발생했음에도 재발 방지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인터록* (자동잠금장치) 재고를 다수 가지고 있으면서 기계에 설치하지 않았다.
- 사고가 난 생산 라인의 관리감독자에게 감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았다.
- 반기별 평가서에 안전교육, 현장점검 등을 한 것처럼 허위 내용을 기재했다.
* 인터록: 설비가 정상 상태를 벗어날 경우 이상 상황을 알리고, 즉시 설비를 정지시켜 재해를 예방하는 장치
5월 21일 열린 두 번째 재판에는 증인 두 사람이 증인석 앞에 섰습니다. 사망한 피해자와 같은 공장에서 근무했던 노동자였습니다.
민주노총 조끼를 입은 노조원 네 사람이 방청석에 앉아 재판을 봤습니다.
증언 내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동잠금장치 설치된 기계는 거의 없었다.
- 2인 1조로 일해도 각자 다른 작업을 할 때가 많아 사실상 혼자 일하는 환경이다.
- 사고 발생한 냉장 샌드위치 생산 라인의 야간 관리감독자는 따로 없었다.
- 안전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사측 지시로 교육을 받았다는 서명을 했었다.
- "예전부터 언젠가는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피해자는 가동 중인 혼합기에 손을 넣어 배합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SPL 측 변호인은 기계 사용 매뉴얼, 안전 규정 등을 언급하며 여러 번 물었습니다.
"기계 안에 손을 넣지 말아야 한다고 교육을 받은 적 없나"
"회사에서는 보호구를 지급했다고 하는데 사용 안 했나"
"재료를 기계에 투입하기 전에 혼합하는 단계를 거치는데 굳이 손을 넣어 또 섞을 필요가 있나"
"(손을 꼭 써야 한다면) 기계를 잠시 멈추면 되지 않나"
11년간 공장에서 생산 업무를 하고 지금은 퇴직한 증인은 '시간이 없다'고 했습니다.
보호구를 착용하면 작업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고,
손을 넣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다른 도구를 쓰는 것보다 빠르기 때문에 손으로 섞는 것이고,
10~11시간 동안 6~7가지 일을 전부 처리하려면 시간이 없기 때문에 몇 초간 기계를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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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L 평택 공장은 SPC그룹 가맹점(파리바게뜨 등)에 공급하는 반죽, 빵, 샌드위치, 케이크 등을 만듭니다.
SPC 홈페이지에 소개된 정보에 따르면 SPL 공장의 일일 식품 생산량은 427톤, 월 431만 개의 반죽을 전국 매장에 공급합니다.
SPL 평택 공장은 사고 다음 날인 2022년 10월 16일에도 정상 가동했습니다. 시신 수습 등을 한 노동자들도 다음날 출근해 일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증인의 말은 '안전한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질문을 남깁니다.
(이 레터는 김주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