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목)
입고된 소재 1개
손님 24명
밝은 파란색 카페트, 아노다이징, 나뭇결이 보이는 콘크리트 등 재밌는 문의들이 많았던 날. 한 팀은 블랙 앤 화이트로 오피스 공간의 톤을 잡았는데 안정성과 비주얼적인 신선함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디자이너는 다양한 맥락과 환경을 고려해 비주얼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멀티버스 지식노동자이다. 얼마나 다층위의 작업인지, 거저 나오는 좋은 디자인은 없다. 

국내에서 만들고 있는 실험 단계의 버섯 균사체 가죽을 받았다. 에르메스에서 버섯 균사체로 가죽을 만드는 스타트업 '마이코웍스'와 협업해 가방을 만들었는데 이 균사체 가죽이 우리나라에서도 개발 중이다. 염색, 코팅 과정 이전의 가죽인데 균사체 위의 코팅하는 것은 기존의 코팅법으로는 어려운지 시간이 좀 걸린다고. 동물 가죽을 대체할 때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겠지만, 실험 단계라도 국내에서 친환경 소재 개발 연구가 진행되는 소식이 많이 들렸으면 좋겠다. 
2월 10일(금)
입고된 소재 2개
손님 22명
오늘은 10시부터 콩크에서 인터뷰가 있어 라이브러리 청소 및 샘플 정리를 할 겸 일찍 콩크에 도착했다. 곧, 맥신이 오더니 A~Z까지 라이브러리 구역별 태그 작업을 한다고 책장 맨 윗쪽을 뚫기 시작했다. 드릴로 먼저 책장에 구멍을 내야 하는데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았다. 작은 의자 사다리 위에 올라가 작업했는데 힘을 엄청 주는데도 뚫리는 데까지 한참 걸려 너무 힘들어 보였다. 안 되겠다 싶은 맥신이 창고에서 제대로 된 사다리를 꺼내 온 체중으로 누르면서 작업하니 그때부터 진도가 나갔다. 작은 일도 요령이 필요하다. 세상일은 쉬운 게 없다. 

방문한 디자이너분이 다른 데에서 쓰지 않은 신기한 소재가 없는지 찾으셨다. 개발해서 쓰지 않는 이상, 아무도 쓰지 않은 소재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도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것 같아 이해도 됐다. 디자이너의 숙명은 새로운 것! 이미 유행하는 것을 할 수는 없고 선도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건 사실 매일 콩크가 하는 일인데. 저희와 같은 돌을 지고 계시는군요!
2월 17일(금)
입고된 소재 4개
손님 20명
아침 8시, 서울역 KTX에서 에피와 소뇨를 만났다. 소뇨가 메인이 되는 이번 취재는 '옻칠'이 메인이다. 구채옻칠의 한종수 대표님은 여느 소재 회사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몇십 년 동안 근무하다 옻칠을 만나게 된 거라 골수까지 화학자, 과학자였다. 인터뷰를 하다 에탄올 화학 기호같이 기억 너머에도 없는 화학 질문을 가끔 하셔서 "저 이과가 아닌데..😂" 하는 말이 목뒤에 맺혔다. 옻칠보다 더 기능적이고 단단한 칠은 찾아볼 수 없지만 옻이 오른다거나, 건조하는 조건이 까다로워 쉽게 쓸 수 없는 것이 옻칠이다. 이런 옻칠을 화학적으로 접근해 단점을 없애고 장점을 살려 누구나 사용하기 쉽게 개량한 것이 '구채옻칠'이다. 몸에 옻이 올라 너무 괴로워 연구를 포기하려다 옻 세척용 비누를 개발하고, 지금의 라인업까지 발전한 이야기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식사하러 가는 길, 이런저런 사담을 나눴다. 자제분이 마포구에서 웹디자인 회사를 하는데 너무 잘 나가서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지 못한다고 한다. 말씀을 하며 대표님의 어깨가 한뼘 부풀어 오르는 것을 봤다. 잠깐 검색해서 포트폴리오를 보니 유명한 작업을 많이 했구먼, 부럽다. 식사는 대전에만 있는 걸 먹자며 솔밭묵집에 데려가 주셨다. 마치 긴 면발처럼 썰려있는 묵이 따뜻한 국물에 김가루와 함께 담겨 나왔다. 딱 알맞은 온도와 간의 묵과 보리밥, 해물파전이 함께 하니 이곳이 지상낙원! 한동안은 말도 없이 그저 먹었다. 

멀리 서울에서 온 어린 양들에게 뭔가 남는 말을 해주고 싶으셨는지 성공한 인생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내게 성공한 인생은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는 것이다. 대답을 고르는 사이 대표님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삶이 가장 좋다고, 이것보다 더 잘 사는 인생이 어딨겠냐고 말씀하셨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길게 봐야 한다고도 덧붙이셨다. 콩크가 걱정이 되어 그리 말씀해주셨을까? KTX를 타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면서, 옻칠을 개량해서 대중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대표님과 소재와 디자이너의 중간에서 씨름하는 콩크 사이 어딘가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2월 18일(토)
입고된 소재 3개
손님 18명
토요 오픈의 날, 라이브러리에 오래 머물렀던 팀들이 많았다. 팀당 기본적으로 2~3시간씩 있어서 사람이 많진 않았지만, 라이브러리 자체는 붐볐다. 토요일에는 통상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인 비중이 높은데, 오늘은 현업에 있는 분들이 많았다. 주말에도 열일하는 디자이너분들 화이팅! 온라인 프로페셔널 서비스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쭉 썼던 장기 팀이 방문했다. 오래 쓰는 팀의 이용 패턴이 궁금했는데, 프로젝트별, 소재별로 믹스테잎을 만들어 팀에서 공유하며 사용하고 있었다. 단순히 소재 조회가 아닌, 팀의 기록 보관소이자 작업툴로서의 역할을 해내는 모습을 보면 든든하다. 노션이나 에어테이블 같은 서비스는 한번 쓰기 시작하면 기록이 존재하는 한 계속 쓰게 된다. 마찬가지로 소재를 다루는 이들의 작업 공간이 콩크의 지향점이다.

펠트가 덧대어진 은박 원단이 입고됐다. 은박 소재는 골든 구스 매장 전체에 사용되고, 국립현대미술관 이광호 작가님 전시에서도 쓰였다. 그동안 문의가 많았던 산업용 소재였는데, 이제야 앓던 이가 빠졌다. 콩크에 온 걸 환영해!
2월 20일(월)
콩크 쉬는 날
월요회의 날
일기에 날씨 이야기를 쓰면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이날 추웠는지 어쨌는지 잘 기억이 안 나서 지난 날씨 보는 법을 검색하다가 잠깐 멈칫했다. 이 나이 먹고 초등학생이 밀린 일기 쓸 때 하는 패턴을 그대로 하다니, 습관은 무섭다. 다음 회차부터는 그날의 날씨도 기록해두기로 다짐한다. 

맥신이 담당한 소재 리서치에 관해 함께 이야기했다. 오프라인, 온라인, 인스타그램, 레퍼런스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받은 피드백을 각자 맡아서 서치하는데, 중복으로 찾는 데이터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또 업체가 겹치진 않더라도 이전 사람이 서치했던 맥락을 알 수 있다면, 다음 사람이 시작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니까 이런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2주 걸려 도착한 전시 배경 트러스는 영 맞지 않았다. 직접 보기 전에는 모르는 영역이 있다. 어느 전시에서 쓰일지 모르지만, 당분간 창고행이다. 
2월 21일(화)
입고된 소재 17개
손님 28명
오전부터 까만 목재를 찾는 팀이 2팀 있었다. 가구에 붙일 석재를 찾거나 방수되는 가죽 소재를 디깅하는 등 방문하는 사람들 모두 제각각의 프로젝트로 바빴다. 자카르타에서 인테리어 스튜디오를 하는 팀도 방문했는데, 현지에 소재 라이브러리 같은 개념 자체가 없다며 콩크를 무척 좋아하셨다. 자카르타에 가 볼까?

오후에는 친환경 소재 회사와 미팅을 했는데, 폐기물 5%를 섞는 것만으로도 친환경 소재로 불리기도 해서 속상해하셨다. 바이오매스나 재활용 소재는 살짝 들어간 건데 리사이클링 티가 나면 선택받는다. 콩크에서 디자이너분들이 사용하는 패턴을 봐도 정말 재활용 소재인데 친환경 티가 잘 안 나면 쓰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모두 친환경을 말하지만 각자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고, 디자이너의 입장은 클라이언트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 그런 과도기의 시대인 것 같기도 하고. 
2월 22일(수)
입고된 소재 11개
손님 19명
노루페인트에서 커버올 책자에 들어갈 무드보드 촬영을 위해 콩크에 방문했는데, 골지, 코듀로이가 없었다. 기본적인 소재라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 당장 동대문 다녀와야지. 세 분이서 다양한 컨셉별 모드를 뚝딱 만들어서 찍는데 합이 좋아 보였다.

한지로 친환경 가구 작업을 준비 중인 분도 있었다. 한지는 종이지만 내구성이 좋고 색감도 섬세하고 미려하다. 한지가 합판처럼 켜켜이 쌓아 만들어졌을 때의 단면과 모양새가 기대된다. 얼마 전 인스타에 올라온 한지 장판도 벽 마감이나 조명으로 활용도가 높았다. 한지는 전통 소재로 인식하고 있지만 과거에만 머물러 있기에는 아까운 기능과 미감의 소재이다.  
2월 28일(화)
입고된 소재 44개
손님 23명
점심쯤에는 마가글라스 이사님이 오셔서 조형 유리에 대한 개론을 새내기 매니저를 위해 알려주셨다. 조형 유리 작업은 마가가 국내에서 유일무이하고, 모든 게 수작업이라 특별하다. 한옥 호텔 같은 현장에 색동 유리가 들어가면 단아하면서도 못 보던 느낌이라 새로울 것 같다. 소뇨가 동대문에서 피드백 받은 코듀로이와 봄 원단을 때마침 들고 왔다. 봄 내음이 난다.🍃

지난번 슬로우 스테디 클럽의 원덕현 대표님과 인터뷰했던 고독한 단벌 신사 영상이 유투브에 업로드됐다. 인터뷰보다는 재밌는 대화에 참여한 감상이라 끝나고 여운이 있었다. 마지막 나눴던 대화가 인상적이었는데 유투브 영상 끝부분에 내용이 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처음 사업했을 때, 마치 살얼음판 위를 걷는 느낌이라 얼음판이 깨질까 노심초사하면서 단단히 설 수 있는 땅은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얼음이 조금만 더 두꺼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흘러 지금은 45명의 팀원과 함께하고 있는데, 바람대로 얼음은 두꺼워졌지만 제가 간과한 게 있었어요. 사람이 늘어나면 무거워지고 열기가 생겨 얼음이 두터워져도 소용없더라고요. 여전히 살얼음판 위에 있는 기분이에요."

콩크를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거야~ 덜 힘들 거야~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니 왠지 배신당한 것 같고 착잡한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대표님은 그걸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다르지 않겠냐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주셨다. 콩크가 얼마나 커지건 우리의 얼음은 주문이 걸려있어 절대 안 깨질 거라는 '반사'와 비슷한 급의 유치한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우리의 정신 건강, 알이즈웰이다.
3월 6일(월)
콩크 쉬는 날
월요회의 날
에피, 얼니와 회의하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말을 할지 다 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혹시 공기 중으로 뉴런이 공유되나? 혹은 원자가 이동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 몸의 원자는 1년 동안 98%가 바뀐다고 한다. 함께 지내면서 나를 구성하던 원자들이 에피와 얼니에게 갔고, 그 반대로도 원자를 주고받아 이미 서로의 일부가 되어 있어 그런지도 모른다. 뭐가 어떻게 됐건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쌓아온 유대감이 콩크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프리랜서 하면 편할 텐데 왜 힘들게 사업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들었다. 흠,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말 대신 내가 경험했던 감정이 답변으로 피어올랐다. 저런 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월요 회의를 마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시용 하드웨어, 집기에 대한 DB를 만들었다. 창고는 뭐가 있는 걸 알아도 한번 들어가면 찾을 수가 없으니 데이터로 남겨둬야 활용할 수 있다. 라이브러리의 친환경 태그를 사진과 함께 이해하기 쉽도록 붙였다. 작년 겨울 뉴욕 브루클린의 스푼빌&슈가타운에서 표지가 귀여워서 산 책(Fungipedia, 사진)이 있었는데, 버섯 균사체 샘플이 콩크에 들어올 줄이야! 함께 진열하고 보니 사이즈부터 표지까지 딱 맞아 여기 있으려고 구입했나 싶다.
3월 7일(화)
입고된 소재 5개
손님 21명
PH우진의 플라스터 콘텐츠가 뉴스레터로 발행되고, 함께 만들었던 페이퍼가 성원에서 도착했다. 이 취재 콘텐츠는 작년 초 시작했던 기획물이었는데 마가글라스와 유블로, 우진까지 3번째가 되었다. 이번이 특별한 것은 바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직접 만들어서 발행했을 때도 성취감이 느껴졌지만, 내가 만든 기획물의 포맷을 활용해 다른 팀원이 발행한 것은 또 다른 방향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는 기쁨이 있었다. 인쇄되어 차곡차곡 놓인 페이퍼를 보니 사무실 간식 책장에 쌓여있는 참쌀 선과를 볼 때의 마음처럼 든든하다. 

러* 팀에서 친환경 소재를 찾으면서 사내에서 해외 소재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해주셨다. 아무리 친환경이라도 해외 소재를 사용하면, 이동하면서 탄소가 발생한다. 되도록 로컬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친환경의 방법이 된다. 브랜드 내부적으로 무엇이 지구에 이로운지 본질적인 친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아 반가웠다. 국내에도 어서 친환경, 리사이클 소재의 범위가 넓어졌으면 좋겠다. 코펜하겐에서 봤던 해초를 이용해 만들었던 패널 같은 걸 국내에서 만들면 좋을 텐데.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소재를 만들고 이를 근처의 현장에서 바로 활용하는 이상적인 친환경의 사례를 보고 싶다. 
서점일기 2화 도착했습니다. 재밌게 보셨나요? 🏄‍♂️
지난번 보내주셨던 피드백을 카페에서 봤는데, 저도 모르게 소리 질러버렸잖아요.🤣 보내기 전 많이 망설였는데, 첫 시도를 좋아하고 응원해 주셔서 더 알차고 리얼한 고민을 담아내 봐야겠다는 다짐을 연신 합니다. 그동안 뉴스레터 보내면 응원 답장 받는 운영자분들 부러워서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보곤 했었는데, 그런 서러움이 한 번에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림 귀엽다고 해주신 분들 덕분에 제 어깨 뽕이 한껏 올라서 담도 걸렸잖아요. 제 그림 쫌 귀엽죠? 호호호😎 

"유익하기도 재미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계속 콘텐츠를 고민하고 글을쓰고 지속하고 계속 고민하며 고쳐나가며 발전하기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고 느껴져서 코멘트 남깁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타인의 1인칭 세상으로 콩크를 마주하는 기분이 들어 설레는 마음으로 봤습니다. 단순 글로만 있었다면 뭐지 하고 봤을 텐데 어릴 적 그림일기처럼 그림과 사진이 함께 있어 더 한 글자 한 글자 소중하게 읽었던 것 같아요.ㅎㅎ 콩크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어 재밌었습니다. 콩크에는 어떤 멤버분들이 있는지 멤버분들은 어떤 생각을 과 상상을 하며 콩크와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덕분에 무료한 일상에서 서점 일기 감사히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콩크도 멤버분들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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