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두 발 뻗고 잘 수 있겠다.' 온종일 괴롭힌 근심 걱정이 비로소 해소 되었을 때 내뱉곤 하는데요. 때론 이 고민덩이를 떼어내기 위해 일과 중 낮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구름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즐기는 맛있는 휴식은 두 발 뻗고 자기 위한 밤의 도약이 되겠지요.

튼튼한 나무 두 그루만 있다면 언제든 낮잠의 요정이 되어주는 해먹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볼까 합니다. 해먹은 정글에서 바닥의 습기와 벌레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오늘날엔 휴양객은 물론 서핑, 백패킹, 하이킹 등 아웃도어를 즐기는 이들에게 로망이자 필수 아이템이 되었죠. 어쩌면 기능을 떠나, 삶으로부터의 환기와 여유를 대변하는 물건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Figure in Hammock, Florida (1917), John Singer Sargent (1856-1925)

Sara, belle d’indolence, Henry James Holiday (1839-1927)

"나태함의 아름다움
흔들리는 해먹에 누워 가볍게 날아가는
사랑스러운 나태함, 분수의 수정 같은 파도
거기에 그의 젊은 아름다움이 잠들어 있다."
- Victor Hugo 「Les Orientales」 “Sara la Baigneuse”  (1829)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가 들리는 듯, 해먹 위에서 가장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Sara가 보입니다. 나태함의 미학을 찬양하는 Hugo의 동명의 시에서 따온 작품으로, 좌우로 대칭되어 있는 풍경과 반사된 인물의 물그림자마저 고요합니다. 텍스트를 인용한 작업을 할 때마다 Holiday 는 자신만의 해석으로 비유하여 표현하곤 합니다. 해먹 자체의 불완전함이 부각되어 조금만 흔들려도 떨어질 것 같지만, 말도 안되게 평온한 표정에서 지금의 불안함은 당연한 것이니 안심하고 계속 누워 있어 보길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편안함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해먹 위에서 낮잠에 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일단 얼굴로 직접 쐬어지는 햇빛에 어쩔 수 없이 눈을 감아야만 하는 곳에서요. 한 장의 천이 저의 모든 짐을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막상 한 번 몸을 뉘어보면 눈물 날정도로 아늑한 요새가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마음껏 유람하고, 흔들려 보고자 합니다.

해먹 위에서 잠시 잠깐 즐기는 여유와 함께 오늘만큼은 여러분이 마음 속 걸리는 돌 하나 없이 편안한 잠에 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5월의 나른한 편지 한 통을 보냅니다. 낮잠에서 깬 우리의 다음에는 어떤 가능성이 펼쳐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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