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타르 월드컵, 왜 BTS 정국을 무대에 세웠을까?

⚽️ 지난 20일,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했습니다.

중동은 라틴 아메리카와 더불어 축구 강국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월드컵 본선이 열린 적이 없습니다. 때문에 이번 월드컵은 카타르를 비롯해 아랍권 중동 국가가 국제사회의 표준적 일원이 됐음을 상징하는 빅 이벤트입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맞이하는 첫 번째 대규모 스포츠 행사기도 한데요. 팬데믹 기간에도 이벤트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2021년 8월 도쿄 하계 올림픽,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있었죠.

그러나 예산 초과, 편파 판정, 인권 탄압 등의 문제를 비롯해 젠더・국가 간 갈등 등 숱한 이슈만 남긴 채 끝이 나며 이럴 거면 올림픽을 하지 말자는 주장이 힘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영향 때문일까요? 2022 FIFA 월드컵도 시들한 분위기입니다. 이태원 참사・정치적 갈등・글로벌 경기 침체 등 요인은 여러가지겠지만 축구를 챙겨 본다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내년이면 제가 30살이 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달에 동아리 친구 커플이 결혼식을 올리는데요. 단체방에서도 결혼 말곤 축구와 관련해 특별히 오가는 대화가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비밀요원님~ 🔍갤갤입니다. 연말이 성큼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잘 보내셨나요?

저희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아래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2022 송년파티 준비로 바쁘기도 했지만 🧠별샛별은 어깨와 팔이 너무 아파 글을 쓸 수 없었고, 🎱핑크쵸코는 폰을 잃어 버렸다 다시 찾는 우여곡절이 있었으며, 저는 내년이면 30. 연말이 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로 마음이 복잡해지더군요.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고 며칠을 푹 쉬었고(라고 하기엔 다들 본업이), 오늘은 쉬어가는 느낌으로 축구와 문화 그리고 넷플릭스에 관한 가벼운 얘기를 보내드립니다.

🇶🇦 카타르 월드컵은 시들하지만 그럼에도 주목할 만한 이슈가 있었습니다.

BTS 황금막내 정국이 개막식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죠. BTS 아미기도 한 🎱핑크쵸코 덕분에 저희도 개막식을 챙겨 봤는데요.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습니다. 왜 많고 많은 가수 중에 BTS 정국이 무대에 섰을까?

BTS의 인기를 평가절하하려는 게 아닙니다. 피파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정국 영상의 조회수가 이틀만에 2156만회를 넘었습니다. 축구 영상이 기껏 15만회에 불과한 점에 비춰보면 극진히 모시는 게 마땅합니다.

이런 질문이 생긴 건 개막식 오프닝을 장식한 모건 프리먼 때문이었습니다. 아랍 국가에서 개최되는 빅 이벤트에 아랍인이 아니라 미국의 가장 잘 나가는 흑인 배우가 첫 문을 연다는 게 생경하게 다가왔습니다.

누가 그 자리에 서야 어울리는가?

, 라고 묻는다면 뾰족하게 떠오르는 인물은 없지만 모건 프리먼을 예상치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월드컵 개막식 공연은 어떠했는지를 찾아 보았습니다.

🇷🇺 2018 러시아 월드컵은,

러시아의 유명 비올리스트와 피아니스트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LINK
이어서 영국의 로비 윌리암스와 타타르 혈통의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가 합동 공연을 펼쳤습니다. LINK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요즘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조합과 흥겨움입니다만 4년 전이었기에 충분히 가능했고 무엇보다 러시아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개막식입니다.

🇧🇷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요? 제니퍼 로페즈 하나만으로도 올킬인데요. LINK
쿠바 출신의 래퍼 핏불, 브라질의 인기 가수 클라우지아 레이치가 합동 공연을 펼쳤습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2006 독일, 2002 한일 월드컵 등의 개막식에는 셀럽은 없었습니다만 해당 국가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들이 출연했습니다. 큰 잔치에 흥을 돋우기 위한 초대 가수로서가 아니라 호스트로서 축구선수와 관중들을 맞이하는 거죠.

이런 맥락에서 모건 프리먼과 BTS 정국은 카타르로선 “빌려온 문화”에 가깝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 많은 배우이자 가수일 뿐, 누구도 그들을 카타르적이라 인지하진 않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왜 하필 이들이냐 묻는다면 가장 탈정치적이면서 동시에 카타르의 이샹항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모건 프리먼은 미국인이지만 흑인 배우입니다. 백인 중심 세계에서 성공한 이방인으로 볼 수 있는데요. 카타르는 300만 명의 인구 중 88%가 외국인입니다. 이들 없이는 국가경제가 돌아가지 않기에 작위적이라 평가 받을 지라도 자국 내 외국인의 여론을 어루만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BTS 정국은 한국인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냐구요? 한국이라는 NATION은 국제사회에서 그리 만만한 위상이 아닙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은 물론 러시아・중동・아세안・유럽・라틴 아메리카・아프리카 등 어느 지역에서도 척을 진 국가가 없습니다. 전쟁을 벌일 만큼 갈등을 일으킨 적이 없기에 누구에게나 환대 받습니다.

몇 차례 델타 월딩에서 설명했듯이 특히 저개발국가들에게 한국은 레퍼런스 모델로 존재합니다.

독재에서 민주주의로의 전환에 성공하며 경제발전까지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각 국가가 처해 있는 상황 때문에 정치체제의 개혁・개방 속도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점진적 전환 모델로서 한국이 제격이라는 겁니다.
1988년 서울 하계 올림픽은 이러한 전환의 상징적 행사였는데요. 어쩌면 카타르는 BTS 정국을 앞세워 비슷한 효과를 얻고 싶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또한 왕정이나 독재체제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또다른 노선을 걷는 국가들,

이를 테면 사우디 아라비아는 미국이 중국을 의식하며 앞세우는 ‘민주주의・반민주주의’ 진영화에 상당히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냅니다.

①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에 직접 찾아가 원유 증산을 해달라 요청했을 때
사우디가 매정하게 거절한 것도 이때문입니다.

②지난 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G20회의가 끝나고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 일명 MbS가
곧장 한국에 방문해 네옴시티와 관련해 경제협력을 논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기인합니다.

네옴시티는 부유한 산유 국가의 도시 건설 프로젝트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탈탄소 이후 시대의 경제발전 모델로서 걸프 지역 국가 전체의 명운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사우디와 카타르는 지리적으로 이웃해 있으면서 서로를 의식하는 경쟁적 국가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기업과 이들 국가 간의 부의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차이나지만 미래를 함께 할 전략적 파트너로서 한국기업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물론 인권 침해나 성차별 등의 문제에 대해선 결코 침묵해선 안 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반민주주의’ 진영화 노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 한국의 어떤 정부라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누구를 무대에 세워야 가장 카타르다울까?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포털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기사나 글들 중 저도 모르게 빠른 속도로 클릭하게 된 헤드라인들이 있었습니다.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이 구자철 해설위원・조원희 전 축구선수 등을 만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조원희 전 선수는 카타르 국왕을 삼촌이라 부르는 8세 소년을 길에서 우연히 만난 숏츠도 유튜브 계정에 올렸는데요.

우리와는 다른 문화, 즉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국왕과 그들의 남다른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이슈에 눈길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카타르 국왕으로선 저의 이런 얄팍한 관심이 꽤 억울하게 여겨질 겁니다. 카타르는 중동 국가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주 개방적인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중동 지역의 CNN이라 불리우는 알 자지라 방송은 1996년, 카타르 왕실 자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카타르는 다른 국가들처럼 내부 혁명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알 자지라를 통해 각국 소식을 발 빠르게 보도하며 (중동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미움을 사기도 했죠.

여성의 사회 진출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의 경기도만한 면적, 인구는 300만 명이지만 88% 가량이 외국인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어 실질적인 카타르 국민은 15만 명에 불과한 카타르는

이웃국가이자 걸프 지역 강자인 사우디 아라비아에 비해선 여성의 사회 진출이 상당히 빠른 편이었습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 사우디 vs. 카타르

🗳(선거권)

사우디 아라비아는 2015년에야 참정권이 주어진 것과 달리
카타르는 이보다 15년 가량 앞선 1999년부터 여성의 선거 참여가 제도적으로 허용

🚗(운전면허)

사우디 아라비아는 여성들의 운전면허증 발급 즉, 운전이 허용된 게 2018년이었음. 그동안은 외국인 여성도 예외 없이 운전을 할 수 없었음.
그에 반해 카타르는 여성 운전은 가능. 다만 면허 발급을 위해선 남성 보호자의 허락이 필요했지만, 2020년에 폐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카타르는 사우디에 비해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개혁・개방적인 국가입니다.

참, 여성에 관해 한 가지 더!

카타르나 사우디 등 걸프 지역 국가 여성의 교육 수준은 남성보다 훨씬 높습니다. 고등교육으로 올라갈수록 격차가 더 커지는 데요. 이는, 교육 인프라는 충분히 갖춰져 있으며 여성에게도 개방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만 문화・제도적으로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기가 어렵습니다. 남성보호자 혹은 후견인 제도 때문인데요. 예외적으로 UAE만이 여성의 사회・경제・정치적 진출이 OECD 국가와 가장 근사하다고 평가받습니다.

때문에 요즘 사우디를 비롯해 걸프 지역 국가들에 부는 개혁・개방 기조가 어디까지 확장되느냐에 따라 즉, 잠재된 여성 역량이 사회적으로 어느 만큼 발현되느냐에 따라 이 지역의 미래는 확연히 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관해선 조만간 다시 한 번 다뤄보도록 할게요~

🌍 카타르의 개혁・개방적인 성향은 대외 관계에서도 여타 걸프 지역 국가와 큰 차이를 나타냅니다.

델타 월딩에서 카타르를 한 차례 다룬 적이 있었는데요.

카타르를 축약할 수 있는 한 단어를 꼽으라면 실용 외교입니다.

인구의 80% 이상이 순니파를 믿지만 교회 건축을 허용할 정도로 타 종교를 억압하지 않습니다.
터키를 비롯해 시아파 국가 이란은 물론 유대교 이스라엘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반미 정서가 강한 중동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미군 기지가 주둔해 있죠.

다만 이 우호의 범위가 너무 폭넓어 무슬림형제단이나 탈레반 등 이슬람 테러리스트들과도 사이가 좋아 2017년 6월이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 주도로 UAE・바레인・이집트 등 아랍권 12개 국가들과 외교 관계가 단절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카타르 월드컵의 힘일까요? 혹은 다른 속내가 있는 걸까요?

지난 해 1월,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권 국가들과 카타르는 3년 6개월만에 다시금 외교 관계를 복원했습니다. 사실상 사우디가 항복 선언을 한 건데요.

현지시간으로 11월 22일이었습니다. 사우디는 아르헨티나와의 축구 경기에 승리하며 카타르 월드컵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됩니다.

MbS 왕세자는 개인 SNS에 가족과 환호하는 사진을 올리며 그 기쁨을 드러냈으며, 국왕은 현지시간으로 11월 23일을 법정 공휴일로 선포했습니다. 카타르와 외교 관계를 복원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건 평행우주에서나 일어났겠죠.

이렇듯 사우디 옆에 위치한 작디 작은 나라 카타르는 두루두루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실용 외교를 추구합니다.

카타르는 중재자로서도 꽤 유명합니다.

동아프리카의 케냐와 소말리아가 분쟁을 벌일 당시, 카타르가 중재자로 나섰어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반군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때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요.
이란 핵협상이나 시리아・리비아 내전에서도 카타르의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즉, 중동 내부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등 분쟁이 벌어지는 범이슬람권에서 카타르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해외 원조나 투자에도 상당히 적극적인데요.

이렇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중동의 5대 강국은 이집트・사우디・이란・이스라엘・터키입니다. 지리로서든 종교・민족 어느 것으로도 이들은 완연히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며 서로 반목합니다.

이와 달리 카타르는 사우디 옆에 위치하며 존재감이 극히 미미합니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으로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있지만 국토도 인구도 어느 것도 사우디에 견줄만한 구석이 없습니다.

게다가 카타르는 사우디와는 다른 점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습니다. 군주제라는 점도 똑같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건 카타르와 사우디의 군주가 다릅니다. 즉, 태생부터가 다른 국가로서 카타르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은 머나먼 이란이나 이스라엘 혹은 테러 단체가 아니라 사우디에 종속되는 겁니다.

실제로 1990년대까지의 카타르는 사우디의 간섭을 받아 왔지만,

현 카타르 국왕인 타밈의 아버지가 1995년 무혈 쿠데타를 일으키며 왕으로 등극합니다.
재미있는 건 당시 국왕은 쿠데타를 일으킨 왕세자의 아버지자 현 국왕의 할아버지로서 결과적으로 ‘왕족 세습’이지만
무혈 쿠데타 이후 카타르는 크게 바뀝니다.

천연가스를 본격적으로 개발하며 자원부국이 되고, 개혁・개방 정책을 시행합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도 부분적으로 허용합니다.

소수의 왕족이 독점하던 기업을 국영화하며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파격적인 혜택들, 집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자녀 출산 시 억대의 돈을 지급한다는 정책도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아랍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초청합니다. 알 자지라 방송국이 세워진 것도 이무렵입니다. 사우디에 있던 미군 기지가 카타르로 이전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과 카타르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적으로든 외교적으로든 사우디로부터 독립적이면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쉽게 말하면 1995년의 무혈 쿠데타는 친사우디 보수 세력에 저항하는 젊은 엘리트들의 집단적 움직임인데요.

돈은 많지만 힘은 약한 카타르가 그 돈을 활용해 다각도로 부를 창출하면서 안보적 지렛대를 모색한 결과가 오늘날의 실용 외교・중재자 외교인 것입니다.

이를 테면 카타르는 이란의 힘이 너무 커져 사우디와 전쟁이 벌어지는 것도, 반대로 세력이 너무 약화되어 사우디를 견제할 세력이 사라지는 것, 어느 것도 달갑지 않습니다. 이란과 사우디 간에 적절한 힘의 균형이 이뤄질 때라야 카타르가 다시금 사우디의 속국이 되지 않는 거죠.

2021년 1월의 카타르와 사우디 간의 국교 정상화는 앞서도 말했듯 사우디의 對카타르 항복 선언입니다.

사우디의 요구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외교 관계가 복원됐습니다.
對이란 안보가 절실했던 사우디로서는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카타르와 척을 지는 것보다 내 편으로 만드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대통령이 바뀐 미국의 압력도 일부 작용했습니다.

카타르의 실용 외교・중재자 외교가 결국 빛을 발한 겁니다.

다만 최근 중동 판세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크게 두 가지인데요.

①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한 정책의 일환입니다.
사우디는 아직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지만 UAE・바레인 등은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수교를 맺었으며,
사우디의 경제 개발 프로젝트에 이스라엘 기업인들이 참여할 거라는 전망이 쏟아집니다.

②국제사회에서 사우디의 존재감이 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유가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의 각국 지도자들이 앞다퉈 MbS 왕세자를 만나고 있으며 사우디는 시진핑 주석과도 회동을 가질 예정입니다.
즉, 카타르의 실용 외교는 범이슬람 지역 내로 국한된다면 사우디는 세계지도를 펼쳐 들고 벌입니다. 지역 강국은 뭘해도 스케일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변화들 속에서 카타르의 실용 외교・중재자 외교가 언제까지 힘을 얻을지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아무튼 한 달 간 카타르에서 월드컵이 벌어집니다. 사우디만이 아니라 이란도 출전했습니다. 각각 C조와 B조에 속하는 이들은 현지시간으로 12월 9일(금)이나 10일(토)에 벌어지는 8강에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두 국가 모두 8강에 진출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월드컵에서 사우디와 이란이 8강에서 맞붙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어느 한쪽이 이기길 바라서가 아닙니다.

델타 월딩에서는 아직 다루진 않았지만 현재 이란은 두 달 넘게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히랍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22세 여성이 도덕경찰에 체포됐다 의문사한 사건 때문인데요. 이란 국가대표팀은 지난 21일 영국과의 경기에서 국가를 제창하지 않아 주목을 받았죠. 반정부 시위와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때문에 외교적으로 민감한 관계에 있는 두 국가가 월드컵에선 어떤 메세지를 주고 받을지 이를 통해 중동에서는 어떤 희망적 변화의 모멘텀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염원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집니다.

🐫 중동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나요?

중동 20개 국가 분류표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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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타르 월드컵에 모건 프리먼과 BTS 정국이 무대에 나선 건 카타르만의 전통 문화가 없어서는 아닙니다.

다만 국제사회에 경쟁력 있게 내세울 만한 상징성이 부족합니다. “빌려온 문화”로서 특히 BTS 정국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점하고 있는 위상을 전유하는 건데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적 문화의 힘!

⏳16억 5천만 시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최초 공개된 때부터 지금까지의 전체 관람 시간입니다. 넷플릭스 역대 최고의 시청시간입니다!

2012년에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일종의 밈처럼 유행했다면,
2021년의 <오징어 게임>은 전세계인들에게 정말로 볼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 콘텐츠로 소비됐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로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집에서 TV시리즈와 영화를 보는 게 익숙해졌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그러나 아시아를 제외한 지역에서 비영어권 영화, 그중 특히 한국영화와 드라마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2019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했던 때부터입니다.

10여 년 전 <강남 스타일>이 단순히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아시아 문화의 단면처럼 받아들여졌다면, 이제 한국영화와 드라마는 작품성 있고 훌륭하고 개성 있는 문화 콘텐츠로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이후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영화와 시리즈에 전폭적인 투자를 했고, 그 결과 매 분기마다 새롭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국내를 넘어 전세계인과 만나게 됐습니다. 정말이지 K-콘텐츠의“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6억 5천만 시간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를 정부가 내용이 불온하다면서 필름을 잘라버렸던 적이 있었는가 하면(정말 가위로 잘랐습니다!),
싸구려 한국영화를 여러 개 만들어 개봉하면 인기 있는 외화 한 편을 수입할 수 있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천만 관객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도 한국영화를 찾지 않았던 그런 암울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2006년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칸 영화제를 찾은 최민식 배우의 모습이 마치 평행우주의 일처럼 느껴질 정도니까요.

한국영화의 지위는 독특합니다.

표현의 자유에 따른 개인의 창작물 즉, 문화・예술임과 동시에
독립적인 산업으로 규정되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국책사업의 대상이기도 하니까요.
티켓 값에는 영화발전기금이 포함되어 있죠. 안타깝게도 힙합진흥위원회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16억 5천만의 시간은 단순히 새로운 플랫폼과 창작자의 만남의 결과물이 아닙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특수한 상황의 결과물만도 아닙니다.

16억 5천만의 시간은 지난 한국영화산업, 더 구체적으로는 K-콘텐츠로 명명되는 한국문화 성장의 결과이자 그 지난한 역사의 발자취입니다.

표절과 짝퉁이 아닌 그리고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전 세계인의 16억 5천만의 시간을 사로잡은 비결은 오랜 기간 쌓아 온 문화산업 역량의 결실입니다.

<오징어 게임>이 있기까지, 그리고 앞으로 <오징어 게임>보다 더 흥행할 수 있는 작품이 한반도에서 나올 수 있는지의 여부는 바로 그 토양이 되는 산업구조에 있습니다.

🖥OTT, 이젠 불명예가 아닌 명예의 전당?!

독립영화 일을 하던 때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감독님과 피디님이 하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번 영화는 꼭 넷플릭스에 팔자!”

옛날 같았으면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가 며칠 만에 IPTV에 등장하는 것을 흥행 실패로 간주했는데 말이죠. (혹은 곧바로 비디오를 출시하거나요.)

물론 독립영화에게 OTT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하지만 독립영화가 여러 해외영화제를 돌다 국내 상영을 하게 되는 루트만큼이나, 다양해진 OTT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죠.

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 등의 해외 OTT를 비롯해 왓챠・웨이브・티빙 등의 국내 OTT 회사들까지! 바야흐로 OTT 춘추전국시대입니다.

(관객으로선)

극장과 달리 언제 어디서든 월 구독료만 내면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점은 OTT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각 OTT 회사들은)

더 많은 콘텐츠, 그리고 자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오리지널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창작자를 필요로 합니다.

(창작들에겐)

극장과 TV 말고도 더 많은 매체가 등장했으니 더할나위 반가운 소식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도 하고, 또 운이 좋으면 해외로도 쉽게 진출할 수 있으니까요.

🤔 OTT의 위협 혹은 기회?

그러나 영화산업은 여전히 안갯 속에 있습니다.

①2022년 현재 극장은 코로나 발발 이전만큼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를 거치며 급격하게 인상된 영화관람료도 관객들에겐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고요.

②한편 넷플릭스는 구독자 수가 줄어 수익이 늘지 않았고, 결국 요금제를 다변화하는 식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③창작자들은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대신 저작권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④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망사용료를 과연 낼 것인지 여부도 또 하나의 쟁점입니다.

과연 한국영화산업, 더 나아가 K-콘텐츠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요?

극장과 넷플릭스는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걸까요?
창작자와 플랫폼이 윈윈하는 구조는 가능할까요?

소프트파워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지금! 이번 주 선데이 시소에서는 K-콘텐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전망합니다.

황동미 전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원이 함께 합니다.

예술로서의 영화와 산업으로서의 영화 사이에서 한국의 법제도는 어떤 역할을 했으며 국제사회와는 어떻게 조응하며 변화하여 왔는지를 시기 별로 고찰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등 국내 8대 국제영화제에 스탭으로 참여했거나 최근까지 평가위원으로 활동해 왔던 만큼 언론을 통해서도 접하기 힘든 흥미진진한 현장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가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어떤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주고 있는지를 영화계 내부의 목소리로 살펴봅니다. 지금의 성과에 도취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10년・20년 뒤를 전망합니다.

한편 스페셜 게스트로 이현구 북저널리즘 에디터를 모십니다.

그동안 선데이 시소는 델타 월딩 디렉터가 진행해 왔는데요. 이번엔 주제가 주제인 만큼 이현구 에디터를 특별히 초빙해 선데이 시소를 진행합니다. 북저널리즘이 축적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국제사회와 문화의 두 날개를 종합적으로 톺아보세요.

신청은 이곳에서 할 수 있구요. 입금까지 확인이 완료되면 안내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이번 주 일요일(11/27) 저녁 8시, 소프트파워로서의 한국과 국제사회와의 관계성을 나만의 관점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넷플릭스, 한국의 기회 or 위협? 🎬

🎉 2022 송년파티 안내!

2021년 3월 2일, 미얀마 쿠데타를 주제로 델타 월딩 첫 발행을 시작한 이후로 12월이면 어느새 22개월 차에 접어듭니다.

긴 시간을 함께 해주신 비밀요원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올 한해 정말 고생 많으셨고 내년에도 좋은 일 한 가득이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

그나저나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해 1주년 파티도 진행하지 못했는데요. 그래서 이번에 송년파티를 열어 봅니다.

델타 월딩과 시에라 소사이어티에 함께 해주신 전문가를 비롯해 비밀요원・원정대원들과 서로를 좀 더 알아가고 2022를 회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델타 월딩 2022 송년파티>

- 12월 11일(일)

1부. 17:00~19:30

삼청동 길운구락부 LINK
저녁 식사 및 네트워킹 타임

2부. 20:00~22:00

자운당 북촌 LINK
2022 ADIEU 선데이 시소 및 포트락 파티

스페셜 게스트

김창범 전 EU・인도네시아 대사, 문재연 한국일보 기자, 박민희 한겨레신문 기자, 서호 전 통일부 차관, 이백순 전 호주・미얀마 대사,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황동미 전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원, 홍윤희 전 지마켓글로벌 이사・무의 이사장 등

당일엔 델타 월딩 1일 한옥 아지트도 오픈합니다.

시간에 쫓기어 허겁지겁 해치우는 송년파티가 아니라

삼청동으로 일찌감치 마실을 나와 잘 가꿔진 한옥에서 힐링하는 시간을 갖고,
북촌 골목길을 오가는 여유도 누리며,
낯선 이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대화하는 즐거움을 만끽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로같은 골목길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 돌아오셔도 됩니다. 지식 그 이상! 이조차도 우리 삶의 한 여정일 테니까요.~

지방에서 오시는 비밀요원・원정대원님을 위해 숙소도 제공합니다.

송년파티를 통해 오프 모임에의 아쉬움을 마음껏 누리실 수 있길 바랍니다. 다만 숙소는 조기에 마감될 수 있으니 서둘러 신청해 주세요~

일회용품 없는 송년파티를 만들기 위해 자운당 북촌에서는 리유저블 컵과 포크를 대여하여 사용합니다. 개인 텀블러가 있으신 분들은 가지고 오셔도 됩니다.

총 45명 규모로서 현재 35명이 참여를 확정했습니다.

외교안보 전문가를 비롯해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입니다. 2022 송년파티를 통해 연말과 연초를 뜻깊게 회고하고 전망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2022 송년파티 전체 여행안내서는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신청은 이곳에서 하시면 됩니다! 입금까지 완료되면 안내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그럼 우리는 다음 주에 다시 만나겠습니다. 모두들 몸 건강하시길 바랄게요!

♻️ 첩보 제보는 여기!

<델타 월딩 최근 서베이 참여!>

👣 ‘국가’여, 어디로 가나이까?

🇬🇧 영국의 새로운 총리, 나라면 어떻게 할까?

🌊 기후위기, 나의 시선은 무엇?

😎델타 월딩 접선 일정

편하게 몸만 오세요~

요즘 핫이슈, 현장 전문가가 직접 들려줍니다.

👋선데이 시소 2022 가을・겨울

- 격주 일요일 저녁 8시, 줌 그리고 자운당 북촌

12/11, 💝2022 AIDEU + 송년파티!

김창범 전 EU・인도네시아 대사
문재연 한국일보 기자
박민희 한겨레신문 기자
서호 전 통일부 차관
이백순 전 호주・미얀마 대사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홍윤희 전 지마켓글로벌 이사・무의 이사장
황동미 전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원

👋🏻 12/11(일), 온라인 참여는 이곳에서!

🎄오프에서 직접 만나고 싶다면 여기!

또다른 나를 찾아 떠나는 우리만의 지적 여행

🏔 ‘지식 그 이상, 시에라 소사이어티’

🏔시에라 소사이어티 구성

야외 탐험 → 🌠블루아워
창의성 계발 → 🪄델타 월딩 마법학교
요즘 핫이슈 빠르게 습득 → 👋 선데이 시소
특정 주제 전문가와 주기적 만남 → 🏕베이스캠프
시에라 소사이어티 온라인 반상회・뒷풀이 등 → 🔥캠프파이어

🏔지식의 산맥을 넘어라!

크리에이티브 그룹 '건강한 에너지(GUN・E)'
🔍갤갤・🧠별샛별・🎱핑크쵸코

delta.worlding@gmail.com

우리은행 126-549892-02-001 (후원)

네 번째 세계를 향해! 델타 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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