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쿠팡 정보 유출 대응 2. 이마트24 트렌드랩
01 쿠팡, 지금은 정말 피할 때가 아닙니다
02 이마트24의 미래, 트렌드보단 상품 아닐까?
03 뉴스 TOP5 - '돌파구 안 보이는 롯데 유통'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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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이틀 만에 사라진 사과문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11월 30일 쿠팡 메인 화면에는 박대준 대표 명의의 사과문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불과 이틀 만에 내려갔습니다. 이제는 공지사항 메뉴를 따로 찾아 들어가야 이번 사태와 관련된 내용을 겨우 볼 수 있는 정도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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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대준 대표는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사과문만으로는 부족해 별도 이메일로 보다 상세한 내용과 사과문을 발송할 준비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상황을 축소하려는 행보로 읽힐 여지가 큽니다. 매출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죠.
쿠팡이 비판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버티기 모드’를 택한 배경에는, 적극 해명·책임보다 침묵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겁니다. 주식시장 분위기도 이를 거들었습니다. 12월 1일 쿠팡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36% 하락에 그쳤고, 월가에서는 “소비자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냈습니다. 대체 가능한 서비스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 근거였고, 쿠팡도 비슷한 계산 아래 일종의 ‘배짱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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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집착의 원칙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럼에도 쿠팡이 항상 당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객의 압도적 지지’가 있었습니다. 아마존식 ‘고객 가치에 대한 집착’을 이식해 고객 기대를 넘기는 경험을 쌓아 왔고요. 그 힘으로 공급업체·택배기사 등 다른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에서도 우위를 점해왔던 거죠.
하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개인정보 유출의 최대 피해자가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쿠팡 고객 대부분’이 포함될 정도의 규모인데요. 평소 배송·환불에서는 보여주던 속도와 달리 이번 피해 책임과 보상에서는 주저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여론도 과거와 달리 쿠팡에 등을 돌리고 있고요.
이처럼 고객 지지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대체재가 뚜렷하지 않은 서비스라도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카카오가 그 사례죠.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갖고도 신뢰를 상실한 이후 브랜드 가치가 약화되며 전방위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까요.
더구나 정부 대응도 강경해질 수 있습니다. 이미 ‘영업정지’까지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지금처럼 책임을 미루거나 회피로 비칠 태도를 이어가면, 오히려 강력한 제재를 피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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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아직까지는 쿠팡의 고객 이탈이 뚜렷하게 확인되진 않았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벌어지지 않은 셈이죠. 사실 영업정지 같은 극단적 조치가 현실화되지 않는 한, 대규모 이탈로 번질 가능성도 높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 이전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SK텔레콤도 약 50일간 신규 영업이 중지되는 강한 제재를 받았지만, 시장점유율 하락은 1% 내외에 그쳤고, 심지어 이후 다시 회복세를 보였으니까요.
문제는 쿠팡의 사업 구조상 ‘작은 이탈’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로 압도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규모의 경제로 이익을 내는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거래액 규모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과거의 대규모 적자 국면으로 되돌아갈 위험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쿠팡에게 매출 감소는 단순한 ‘숫자 하락’이 아니라 그 이상의 리스크를 뜻합니다. 메인 화면의 사과문을 불과 이틀 만에 내린 것도 ‘매일의 주문 수를 지키려는 선택’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지금 쿠팡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과거 성장을 이뤘던 공식대로 고객 불만을 ‘속도’로 해소하는 것, 묻지 않고 즉시 환불하고, 피해에는 확실한 보상을 약속·이행하는 그 방식입니다. 책임과 보상을 머뭇거리면 신뢰 훼손은 장기화되고, 한 번 꺼진 성장 엔진은 다시 켜기가 훨씬 어려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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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큰 기대 없이 방문했던 건
성수, 트렌드, 그리고 편의점. 이마트24의 첫 플래그십 매장 ‘트렌드랩 성수점’을 설명하는 키워드들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 솔직한 감정은 “참 기대가 안 된다”였죠. 편의점의 경쟁력은 결국 개별 점포의 접근성과 전체 판매 규모에서 나오는 ‘규모의 경제’에 있는데, 트렌드형 점포는 확장 측면에서 실익이 크지 않은 모델이니까요. 실제 이마트24 측도 이번 점포는 표준 모델이라기보다는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는 특화 플래그십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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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트렌드보다 더 눈에 띈 건
다행히 실제 매장은 예상과 달리 인상적인 요소가 많았습니다. 다만 그 중심엔 굿즈 같은 트렌드 요소가 아니라, 이마트24만의 ‘단독 상품’과 이를 뒷받침하는 이마트 계열사들이 있었죠. 개인적으론 매장 전체가 이마트가 모은 ‘어벤저스’ 같다는 느낌까지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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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한쪽 벽면엔 W컨셉 전용 매대가 있었고, 옆 주류 코너엔 신세계 L&B의 와인 전문가가 선정한 ‘BEST 와인 셀렉션’이, 냉장 매대엔 신세계푸드의 노하우를 담은 버거 상품이 자리해 있었죠.
이런 구성은 ‘오직 이마트24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확실한 매력 포인트가 됩니다. 동시에 CU나 GS25의 자체 기획보다 신뢰감이 높게 느껴지고요. 계열사가 가진 인프라 덕분에 규모의 경제에서도 밀리지 않죠. 다양한 유통 채널·브랜드·제조사를 계열사로 보유한 이마트만의 강점입니다.
게다가 이 매대와 상품들은 모듈처럼 지역 특성에 맞게 부분 적용이 가능합니다. 예컨대 여성 직장인이 많은 권역에는 W컨셉 상품을, 학원가 인근 매장엔 신세계푸드 특화 상품을 강화하는 식이죠. 확실한 차별화를 주면서도 확장이 가능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이마트24가 지향하는 미래가 확 와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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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발목을 붙잡는 건
물론 아쉬운 지점도 있었습니다. 새로 선보인 자체 브랜드 ‘옐로우’가 대표적이죠. 이 선택은 오히려 약점을 더 도드라지게 만들기 때문인데요. 이마트24의 구조적 약점은 ‘적은 점포 수’인데, 최근엔 점포가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PB 경쟁력을 쌓기가 본질적으로 어려운데도, 새 브랜드 론칭을 택한 건 쉽게 납득되기 어렵습니다.
물론 편의점은 마트·슈퍼와 같은 틀로 묶기 어려운 업태입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이마트24가 살아날 해법은 분명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뭉쳐서’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 그리고 트렌드랩 성수에서 확인된 계열사 협업을 모듈화해 점포에 단계적으로 이식하는 것입니다. 지역·상권에 맞춰 W컨셉·신세계 L&B·신세계푸드 등 모듈을 유연하게 배치하고, PB 축은 ‘노브랜드/피코크’ 중심으로 집중도를 높여 재고·소싱·마케팅을 통합 관리해야 합니다.
결국 이마트24의 미래는 ‘트렌드’가 아니라 ‘상품’이고, 상품의 경쟁력은 ‘계열사 통합’에서 나옵니다. 트렌드랩 성수에서 보였던 가능성을 더 과감하게 현실로 옮길 수 있다면, 차별화와 확장성을 동시에 잡는 보기 드문 편의점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침체된 편의점 시장 전체에도 긍정적 파급을 줄 수 있는 길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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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제2의 타다 금지법'이 될까 우려됩니다
결국 어떤 정책이든 디테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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