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어머니가 중병에 걸리셨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이 닥친 괴로움을 지켜보는 것은 큰 괴로움이었다. 그때는 스스로도 큰 병에 걸린 후라서 어머니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고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반복해서는 안 되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성큼 다가온 듯한 어머니의 죽음을 내 힘으로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나 무기력했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그것은 삼보에 귀의하시도록 도와드리고 진리를 전해드리는 것이다. 어머니와 함께 3개월 간 아침예불을 드리며 삼보예경, 삼귀의, 오계, 자애경을 독송했다. 저녁에는 간단한 몸에 대한 알아차림과 자애수행을 하시도록 알려드렸다. 그렇게 하다 보니 매일 조금씩 불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느 날엔가는 사성제에 대해서도 말씀드릴 수 있었다. 

어머니는 그때 배운 대로 아침저녁으로 침대에 누워서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고 삼귀의와 오계를 독송하신다고 한다. 어머니는 오계를 앞으로도 외우고 뒤에서 부터 외워 보이시기도 하며 열심이셔서 정말 놀랐다. 

가끔 어머니를 뵙게 되면 먼저 예불을 올리자고 하시는 건 매번 어머니셨다. 그동안의 공덕으로 삼보를 믿고 의지하는 훌륭한 기억을 갖게 되신 것 같았다. 어머니에 비하면 작은 괴로움에서도 허우적거리며 신심이 떨어지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어머니가 언젠가 돌아가신다는 사실에 마음을 기울이면 불안은 점점 커졌다.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유익한 일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금요일 저녁에 ‘어머니를 위한 경전독송’ 을 시작했다. 

매 주 금요일 밤 8시에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경전을 하나 씩 읽어드리고 불교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읽어드린 경전은 [ 은혜에 보답하지 못함 경 A2:4:2 ] 이다. 부처님께서는 자식들을 키워주고 먹여주고 이 세상을 가르쳐주신 부모의 은혜에 아무리 최고의 봉양을 해 드려도 보답하기 어렵다고 하신다. 부모에게 신심을 가지게 도와주고 보시하게 하고 계를 구족하게 하고 지혜를 가지게 하는 것이 참으로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얼마든지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싶어 [ 공덕이 넘쳐흐름 경2 A4:52 ]을 읽어드렸다. 이 경에서 부처님께서는 삼보예경과 계를 구족한 공덕은 신성한 결말을 가져옴을 가르쳐주시며 삼보에 귀의한 사람은 가난하지 않고 그의 삶은 가치가 있다고 확실하게 말씀해 주신다. 

불면증이 생겨서 잠을 잘 주무시지 못했을 때는[ 알라와까 경 A3:34 ]을 읽어드렸다. 심사빠 숲의 나뭇잎 더미 위에서 겨울밤을 보내신 부처님께 알라와까 왕자는 잘 무셨는지 여쭈어본다. 부처님께서는 ‘나는 세상에서 잠을 잘 자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신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인한 육체적인 열기와 정신적인 열기로 불타는 사람은 잠을 잘 못자지만 부처님께서는 모든 갈애를 끊고 모든 근심을 잠재우고 마음을 고요하게 한 뒤 평온하게 잘 잔다고 말씀하신다. 

어머니는 읽어드린 경전의 내용들을 아주 주의깊게 들으시고 다시 나에게 설명해 주시기도 하셨다. 노트에 적어뒀다가 손주들에게도 설명해 주신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어머니께 정말 사두 사두 사두를 많이 읇었다. 어머니께서 이 인연공덕으로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시기를 바란다. 

어머니가 아프시고 나서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한다. 스님이 된 나는 어머니를 뵐 때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서 죽음을 진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애를 쓴다. 아직은 본인도 수행이 부족해서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이지만 애를 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죽을 수 밖에 없지요. 죽음은피할 수 없지만 어떻게 죽느냐가 중요하지요."

“그렇지요. 죽는다고 할 때 더 살고 싶은 욕심만 없으면 되겠더라고요.”

어느 날 절친한 친구 분이 문병을 오셔서 ‘니가 무슨 죄를 지어서 이렇게 아프고 고통스러울까!’라며 우셨다고 한다. 

“나는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들 키우면서 일할 때 담배 연기가 많은 곳에서 일 했고 젊을 때 몸을 돌보지 못해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업을 숙명론으로 이해하지 않았고 업의 과보로 지금 벌을 받는 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현재의 조건이 중요하다는 것도 이해하고 계셨다. 

어머니가 동네센터에서 하는 노인교육에서 유서쓰기를 한 적이 있다고 하셨다. 다른 분들이 죽음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시는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한 할아버지는 언성을 높이며 말씀하셨다. 

“이 사람들이 죽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모르고 함부로 말을 하는 구먼!”

사람들이 죽음을 가볍게 생각한다고 여기며 화를 내시던 할아버지를 보며 어머니는 마음 속으로 ‘저 노인은 죽을 때 굉장히 힘들겠다. 저렇게 죽음을 무서워하면 죽을 때 얼마나 힘이 들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나는 지혜로운 분의 손에서 자랐으면서도 그걸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지혜로운 분이셨다. 내가 그것을 몰라봤을 뿐이다. 지혜로운 어머니께서 삼귀의하고 오계를 구족하고 경전을 듣고 수행하신 공덕으로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시기를. 

어머니께 도움을 드리기 위해 시작한 과정 안에서 나도 또한 다시 삼보에 귀의하고 마음을 추스리고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수행의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