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일상과 여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느껴집니다. 일상을 충실히 살다 보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되고, 여행을 통해 환기의 시간을 가진 뒤에는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돼요. 최근 모임을 한 주 쉬어가는 동안 템플스테이를 다녀왔습니다. 저도 이 기회를 통해 여행이 제게 어떤 의미인지 돌아봤어요.
3년 전, 퇴사에 대한 고민이 한참 많던 시기에 찾아갔던 절이었어요. 처음으로 템플스테이를 경험했던 곳이기도 한데,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사를 한 지 만 3년이 되는 시점이어서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들이 있었어요. 부산에서 멀고 교통도 불편하지만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과 모닝페이지를 쓰는 노트를 챙겨서 떠났습니다.
절에서 직접 기른 매실로 담근 매실 고추장이 언제나처럼 식사시간에 나왔어요. 정말 맛있게 밥을 먹고 주위를 산책했습니다. (함께 템플스테이를 했던 분 중 전통음식을 연구하는 분이 계셨는데, 채식 고추장을 이렇게 묽은 형태로 만드는 것이 신기하다고 맛있게 드셨다고 하시더라고요.)
해가 막 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고무신을 신고 대웅전 주변과 산책길을 걷는데 선선한 바람이 불고 매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음에 드는 커다란 나무 근처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 여기 오면 생각이 사라지지.” 처음 방문했을 때 이곳이 좋았던 이유는 생각이 모두 멈추는 기분 때문이었어요. 그때의 편안한 느낌이 떠올라서 다시 오고 싶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녁에는 스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어요.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마음에 남았던 문장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특별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 문장이 어떻게 해석되었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 말씀을 듣고 마음이 놓였습니다.
지난 3년간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지만 못 견디게 힘든 순간도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3년도 비슷한 시간이 흐를 것 같아요. 처음 템플스테이를 갔을 때 해주셨던 말씀인데, 스님께서는 몸이 있는 곳으로 마음을 데려오면 가볍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특별할 일은 없다'라는 말씀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하루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고 제 자신을 정성껏 돌보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