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깊게 파본 자들만이 깨닫게 되는, 어떤 보편적 진리가 있다
중요한 공지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탐구자님,

<취미학개론>의 에디터 춤추는 늘보입니다.


겨우 1호를 발행해 놓고 제목부터 갑자기 ‘쉬어가는 이야기’라니, 적잖이 당혹스러우셨을 텐데요,

오래도록 구상해 온 <취미학개론>을 야심 차게 론칭한지 한 달도 안 되어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약 2주 전, 여느 때처럼 취미무용 수업을 듣던 중, 아킬레스가 파열되는 사고🦵가 났습니다. 곧바로 수술했고 앞으로 재활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요. 1호는 녹음해 둔 인터뷰로 약속드린 날짜에 무사히 발행하였으나, 한동안은 걷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라 추가 인터뷰 진행이 어려워졌습니다. 🥲


시작하자마자 휴재하고 싶지는 않아서, 고민 끝에 원래 인터뷰 기반으로 진행되어야 할 <취미학개론>은 앞으로 약 2회 정도는 춤추는 늘보의 개인적인 일지이자 짧은 편지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취미 이야기를 기대하셨을 탐구자분들께는 실망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

저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던져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제가 궁극적으로 <취미학개론>에서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논점들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 


그럼 저의 이야기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감사합니다.

2024.7.28 춤추는 늘보 드림

취미에서 인생을 엿본다  
지난 호의 게스트였던 다다님의 클라이밍 이야기, 다들 재밌게 들으셨나요?

저는 다다님과 이야기하는 내내 클라이밍이 인생과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매번 탑 홀드를 찍기 위해 암벽을 오르고 또 오르는 것 자체가 인생 같았어요. 그래서 클라이밍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탑 홀드를 찍었을 때의 희열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들 쉽게 푸는데 나한테만 유독 안 풀리는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거야말로 인생의 축소판 아닌가' 싶었습니다. 살다 보면 세상이 나만 억까하는 것 같은 시기가 한 번쯤 있잖아요? 남들은 잘만 하는 것 같은데 나한테만 너무 힘든 퀘스트가 하나씩은 있고요. 

암벽을 오르고 있으면 밑에서 사람들이 지켜보며 응원하고 공감해 준다는 이야기에서도, 마치 인생에서 힘들고 어려운 숙제를 해내고 있을 때 사람들의 따뜻한 응원으로 힘을 얻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다다님은 1년 정도밖에 안 된 취미라고 하셨지만, 저는 다다님이 취미에서 인생을 배우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라이밍에서는 '암벽에 등반하는 것'을 '문제를 푼다'라고 표현한다.
무언가를 깊게 파본 자들만이 깨닫게 되는, 어떤 보편적 진리가 있다
다소 뜬금없지만 10년 전 드라마 (까마득...) <미생> 이야기를 잠시 해볼게요.

많이들 아시다시피, <미생>은 평생 프로 바둑 기사가 되기 위해 바둑만을 파온 주인공 장그래가 대기업 인턴이자 신입사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바둑밖에 모르고 살아온 장그래가 어떻게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엄청난 스펙을 가진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장그래는 바둑에서 깨우친 철학을 회사 생활에 적용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매회 바둑 용어와 전술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헤쳐 나가던 장그래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바둑의 세계에서는 멀어졌지만, 한때 자신의 전부였던 바둑에서 배운 것들이 결국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자연스레 떠올랐던 겁니다.
 
그러니까, 언가를 오랜 기간, 진심으로, 깊이 있게 파본 사람들은 어느 분야에나 다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진리를 획득하게 된다는 거죠. 취미로도 무엇을 하든, 이런 시선으로 접근한다면 장그래만큼 삶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삶의 진리는 어디에나 있다  
취미로 9년간 현대무용, 2년간 피아노를 배워 온 저 역시 취미에서 인생의 키가 될 수 있는 진리를 많이 배웠습니다. 

힘을 빼야 할 때와 줘야 할 때를 알고, 세상의 힘을 잘 이용하며 살아가는 법 ('무용의 물리학')

정지가 퍼포먼스의 일부이듯, 멈춤이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 ('정지도 춤이고 정적도 음악이야'),

코어 힘이 탄탄해야 동작을 크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내면의 힘이 단단해야 맘껏 도전할 수 있다는 것
('나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시선이 명확해야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시선의 중요성') 

등등... 

(취미에서 얻은 삶의 지혜를 모아 만화로 그리고 있어요. 틈새 인스타툰 홍보 🤗)


현대무용과 피아노는 저의 평소 삶에서는 다소 동떨어진 듯 보이지만, 취미에서 얻은 인사이트는 제 삶을 꾸리는 데 단단한 밑거름이 되었고, 삶을 대하는 전반적인 태도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저에게 취미는 단순히 힘든 삶에서의 휴식, 혹은 그냥 재밌으니까 하는 것을 넘어서, 삶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중요한 건 취미에 쏟은 시간이나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라, 취미에 임하는 나의 태도와 시선인 것 같습니다. 세상만사에는 깊이 들여다보면 어디에든 통하는 진리가 숨어 있어요. 그런 것들을 하나씩 발견하고 깨우치며 성장해 나간다면, 취미가 우리를 데려다줄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더 멀고, 넓을지도 몰라요


저는 제가 잘 모르는,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취미에서 이렇듯 삶의 지혜를 찾아내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앞으로 <취미학개론> 인터뷰에서는 이런 질문과 대답을 많이 들을 수 있을 겁니다. 😊


님은 혹시 취미에서 삶을 발견한 적이 있나요? 열정과 진심으로 취미에 몰두해 본 적이 있다면, 분명 있을 거예요.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

다음 레터의 주제는 '도대체 나는 피아노를 왜 치는가?🤔' 입니다. 
'향유를 넘어 기어코 참여를 하고야 말겠다🔥'는 이 요상한 욕구의 근원을 파헤쳐 봅니다. 
아직도 지난 호 클라이밍하는 다다님의 인터뷰 풀버전을 듣지 않았다고요? 😱
(뉴스레터에는 반도 안 담긴 클라이밍의 매력..!!)
흥미진진한 클라이밍 취미의 세계로,
👇 지금 당장 팟캐스트 들으러 가기 👇
님 오늘 레터는 어땠나요?
앞으로 취미학개론에서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가요?
탐구자님의 의견을 전해주세요! 
협업 및 광고 문의에 활짝 열려있습니다. 🙌
춤추는늘보 🦥
dancingneulb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