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30(금) / No.60
도쿄 아사쿠사. 스카이트리와 우에노 사이 일본 최대 규모의 불교 사원인 센소지(淺草寺)는 매일같이 관광객으로 붐빈다. 입구의 '가미나리몬(雷門)' 앞에서 사진을 찍고, 나카미세 거리의 닌교야키와 센베이를 먹고, 본당에선 향을 피우고 참배한다.
하지만 이 곳이 왜 중요한 절인지,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는지는 대부분의 방문객이 모른다. 센소지는 단순한 절이 아니다. 도쿄라는 도시가 '에도'였던 시절부터 이어져온 종교적, 문화적, 정치적 구심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 공간은 전통이라는 외피만 남은 채 '관광용 불교'로 전락해 가고 있다.
도쿄 아사쿠사에 있는 일본 최대 규모의 불교 사원인 센소지 ⓒ 김경민 특파원
🏯 에도의 심장, 센소지의 원래 위상
센소지는 7세기 중반 창건된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다. 특히 에도시대에는 막부의 후원을 받으며 '도시의 불교'를 상징했다. 당시 일본은 신토와 불교를 절묘하게 분리·조합해가며 권력을 정당화했는데, 센소지는 그 종교적 정당성의 한 축을 담당했다.
에도 막부는 대중 통제를 위해 종교를 적극 활용했다. 센소지는 일반 백성들의 신앙 중심지이자 상업과 유흥이 동시에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오늘날의 '나카미세 거리'가 생겨난 것도 이 때문이다. 절 앞 상점가의 기원은 18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도쿄를 찾는 관광객들의 인증샷 성지인 센소지 입구 ⓒ X

🧨 전쟁과 화재, 그리고 재건의 역사

센소지는 1945년 도쿄 대공습으로 완전히 파괴됐다. 목조건물 대부분이 불에 탔고, 수많은 문화재도 소실됐다. 현재 우리가 보는 센소지는 이후 재건된 구조물들이다. 하지만 전통 건축 양식을 모방한 이 재건 사찰은 원래의 센소지가 품고 있던 분위기와는 분명 다른 결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소지는 일본인의 집단기억에서 '부활한 절'로 남아 있다. 전후 복구의 상징이자 불교가 국가 시스템 밖에서도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부활 서사'는 지나치게 감성적 소비로 흐르기 쉽고, 역사적 비판을 흐리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왼쪽 아래 센소지 입구의 '가미나리몬(雷門)'부터 상점가인 나카미세 거리 전경 ⓒ 김경민 특파원
💸 믿음보다는 상술이 남았다
현재 센소지를 찾는 이들 대부분은 참배보다는 쇼핑을 한다. 기념품 가게와 먹거리, 인스타 인증샷이 주된 콘텐츠다. 절 내부의 불상이나 불교 교리는 철저히 배경화됐다. '참배객'보다는 '관광객'이 주체인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단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일본 사회 전체가 종교를 어떻게 '탈맥락화'시키고 '상품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에도시대 통제의 도구였던 종교는, 이제는 경제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설명문조차 '관세음보살을 모신 절'이라는 한 줄로 끝난다. 어떤 맥락 속에서 이 보살이 신앙의 중심이 되었는지는 비어 있다.
센소지를 들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이 나카미세 거리를 거쳐야 한다 ⓒ X
  

👘 기모노 체험이 가리는 것들

센소지 앞 나카미세 거리와 주변 골목은 기모노 체험의 메카다.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이 기모노 대여 서비스는 '일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체험으로 홍보된다. 그러나 이 체험은 전통복식을 빌려 입는 것에만 집중되고, 복식의 역사나 계급적 의미, 불교 행사와의 연관성은 빠져 있다.
이는 '전통의 이미지화'가 어떻게 의미 없는 포즈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준다. 아름다움과 SNS 인증은 남지만 이 의상이 어떤 문화적 맥락 속에서 존재했는지에 대한 질문은 사라진다. 체험을 통해 문화를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체험에 흡수되어 버리는 아이러니다.
  
주말에 센소지를 찾게 되면 이렇게 사람들로 붐빈다 @ X
  

🌸 '전통'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

센소지는 일본 전통이라는 말이 붙는 거의 모든 콘텐츠의 집합소다. 기모노 체험, 인력거, 오미쿠지, 향 피우기, 전통 과자까지. 다만 그 속에서 전통은 '체험의 포즈'로만 존재할 뿐 의미와 맥락은 빠져 있다.
이런 식의 전통 소비는 위험하다. 공간이 가진 역사성과 사회성이 지워지고, 피상적인 이미지로만 소비될 때 그것은 '가짜 전통'이 되기 때문이다. 센소지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written by Kyeongmin Kim(The Financial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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