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아침 이불에 몸을 좀 더 휘감고 싶은 계절이 왔습니당. 쌀쌀한 10월 무탈히 시작하셨습니까.

계절의 변화를 기가 막히게 알고 한강하구엔 벌써 겨울철새인 큰기러기가 도착했다는 소식입니당. 큰기러기는 화려하지 않지만 온순하게 생긴 얼굴로 사랑받는 새로 조상님들이 붙인 별명만도 서너 개입니닷.

달 위를 떠가는 새라는 뜻으로 ‘삭금(朔禽)’이라 불렸고요, 가을 새라고 해서 ‘추금(秋禽)’, 혹은 계절의 변화를 전하는 새로 여겨 반가운 편지를 안서(雁書)(기러기가 전해준 편지)라 부르기도 했습죠. 게다가 한 번 짝을 맺으면 다른 짝은 찾지 않는 로맨티스트💓라고 합니닷.

흔한 것 같지만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라는 것! 큰기러기는 한강하구에 내린 뒤 천수만, 금강, 영산강, 우포 등에서 겨울을 나게 됩니당. 이렇게 반가운 철새의 소식이 전해진 반면 지난 주말엔 철새들을 깜짝 놀래켰을 법한 행사도 진행됐습죠.

바로 지난 8일 한강공원 일대에서 3년 만에 ‘세계불꽃놀이축제’가 열린 것입니당. 약 70분 동안 폭죽 1만여 발이 터졌고, 폭죽을 구경하러 전국에서 모인 인파가 100만명이 넘었다고 합니닷. 댕기자도 SNS를 통해 본 모습은 분명 화려하고 멋지긴 했습니다만 걱정이 앞섰습니돠.

이날은 공교롭게도 ‘세계 철새의 날’이기도 했는뎁쇼. 지난해 1월 로마에서는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한 뒤 길거리에서 수백 마리의 새 사체가 발견됐다고 함돠. 물론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제동물보호기구(OIPA)는 불꽃놀이에 깜짝 놀란 새들이 갑자기 날아오르다 유리창 등에 충돌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제기했습죠.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인간 친구들이 오랜만에 일상을 회복한 것은 축하할 만한 일입니다만, 한강을 서식지로 삼고 살아가는 새 친구들이 놀라진 않았을까요. 한강 밤섬,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등은 흰꼬리수리, 붉은배새매 등 멸종위기종 6종과 천연기념물 9종의 삶터이기도 합니닷.

새뿐이 아닙니다. 펑펑 터지는 폭죽 소리에 저희 댕댕이들도 영문을 몰라 두려움에 떨기도 합니당.😢 그래서 한강 근처에 사는 친구들은 미리 안정제를 처방받거나 대책 마련에 나서고, 산책 시간을 조정하기도 합죠. 비록 이런 행사가 모두의 축제가 될 필요는 없을 지언정,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많은 동식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어선 안되지 않을까요.

부디 우리 친구들은 아름다운 불꽃의 이면도 함께 봐주시길 부탁합니당! 그럼 오늘도 큰기러기가 물고 온 가을소식처럼 반가운(!) 댕기자의 편지 많이 읽어주시개~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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