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정치와 경제는 아주 긴밀하게 연결돼있습니다. 주식시장이 둘을 이어주는 매개가 되고요. 이렇게 정치적인 이슈로 주가가 움직이는 주식을 ‘정치테마주'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 소개해 드린 종목들과는 달리, 정치테마주는 실제 사업 내용과 상승 이유가 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일본 볼펜을 불매한다고 해서 모나미의 매출이 증가할지는 모르지만 논리적인 연관성은 있잖아요. 신성통상은 실제로 탑텐 매출이 늘기도 했고요.

하지만 에이텍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 한들 매출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저 정치인의 이슈에 따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할 뿐이죠. 한국 경제가 활력이 넘쳐서 정치테마주 말고도 할 게 많다면 참 좋겠습니다만, 2019년 2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코스닥보다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는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3%가 하락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정치테마주가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는 코스피 상장사보다 위험한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물론 정치인에게 악재가 생긴다면 급락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두고, 조심하셔야 합니다. 

저번 시간에 ELS, DLS에 대해서 다뤄봤었죠. ELS, DLS를 사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험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핵심이었고요. 

별일이 없으면 둘 다 무난하게 수익을 내지만, 주가나 금리가 폭락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큰 손실을 떠안아야 합니다. 

보험 가입자에게 별일이 없으면 보험사가 꾸준히 수익을 내지만, 보험 가입자에게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가 손해를 보게 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예요.

이렇게 DLS, ELS를 '보험과 비슷한 투자상품'으로 묶었는데, 좀 더 큰 범주에서 이 둘은 '파생상품'에 속합니다. 

국제적으로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우리나라는 멀게는 2010년 KIKO 사태, 그리고 최근의 ELS, DLS 사태까지. 한번 사고가 터지면 경제사에 이름 남길 정도로 악명이 높습니다.

금융을 적극적으로 공부하기 전에는 이런 의문을 가졌었어요. '저렇게 위험한 상품들을 어떻게 버젓이 판매하고 거래하게 내버려 둘 수 있지?'

심지어 워런 버핏은 한때 파생상품을 “대량학살을 위한 금융 무기”라고 비판했는데 말이죠. 여기에 대한 답은 마지막에 하기로 하고, 우선 파생상품의 유래 및 종류에 대해 알아보죠.

파생상품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한 철학자로부터 시작됩니다. 탈레스라는 사람이에요. 

어느 날, 탈레스의 친구가 시비를 걸어옵니다. ‘철학만 해서는 돈 못 번다!’면서요. 탈레스는 친구의 비난을 보기 좋게 반박합니다.

올리브가 주된 양식이었던 당시, 탈레스는 ‘앞으로 올리브가 풍작을 거둘 것’이라고 예측하고 올리브 기름 압축기에 대한 독점적 이용권을 사두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올리브가 풍작을 거두자 압축기를 빌려주면서 큰돈을 벌었다고 해요. 문과는 지지 않아…

미래에 대한 계약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자 파생상품의 전부입니다. 미래에 행사할 권리를 현재 시점에 거래해 놓는 거죠. 

위의 예시에서 탈레스는 미래에 올리브를 마음껏 다룰 수 있는 권리를 미리 앞당겨서 사놓았고, 나중에 그 권리가 큰 수익으로 이어진 거예요.

파생상품의 원리인 ‘미래에 대한 계약’은 선물거래로 이어지는데요. 선물거래란 ‘미래에 내가 한 상품을 얼마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것’을 의미해요. 

원래는 물건이 그 상품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KOSPI 지수처럼 진짜 물건이 아닌 것들도 그 상품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근대 선물거래의 유래는 19세기 미국 시카고, 농산물들이 거래되는 아주 커다란 유통 중심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카고의 농산물은 특히 수확기에 몰려드는 공급 때문에 가격 변동 폭이 심했다고 하는데요. 파생상품인 선물을 이용하면, 미래에 사고팔 가격을 미리 정해놓기 때문에 가격 변동 폭을 제한해주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어요. 

이렇게 선물거래가 활발해지자 시카고에는 CBOT이라고 불리는 상품거래소가 등장했고, 이곳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거래량이 발생하고 있는 파생상품 거래소 중 하나가 됐어요. 파생상품 최대 거래소의 근원이 농산물 거래소라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