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몇 가지가 있을 텐데요, 제게 그중 하나는 같이 사는 뚱땡이 고양이 한 마리입니다. 함께 산 지 벌써 햇수로는 8년째에 접어들다 보니 어느새 노부부 바이브를 풍기게 되었어요. 우습게도 저나 고양이나 각자 ‘내가 이 집에서 최고로 대단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는 듯 합니다.
 
대체로 잘 지내긴 하지만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싸우기도 하고 서로에게 부아가 치밀어오를 때도 있습니다. 그럴때마다 이상한 걸로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잔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슬슬 차올라요. 그 화살이 오늘은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가서 화장실을 치워주다가 "너도 환경오염의 주범이야!" 라고 외치는 데까지 와버렸네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 집 뚱땡이 고양이가 과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의, 식, 주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봤어요. 

의衣 : 옷이 필요없는 고양이

고양이는 옷이 필요 없습니다. 집사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이긴 하지만 대체로 아주 어린 고양이나 아주 나이를 많이 먹은 고양이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수술 등으로 환자복을 입히는 게 아니라면 옷을 입히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입혀놓아도 인상을 박박 쓰며 스스로 벗어버리거나 벗길 때까지 성질을 부리기 때문에 요놈의 똥괭이를 입히겠다고 옷을 사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작년에 뭘 입고 다녔는지 고민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 부러운 일이에요. 당연히 세탁도 헌 옷 처리도 고민할 필요가 없고요. 이런 영상을 보여주어도 그저 자기 앞발만 핥고 있을 뿐입니다. 

최근에 옷장 정리를 하면서 안 입는 옷을 한 무더기 정리해 옷캔에 보냈습니다. 나름 뿌듯해하다가 이 영상을 보았어요. 과연 잘한 일이었을까 싶어지네요. (3분이 조금 넘는 짧은 영상입니다. 추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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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食 : 육식동물 고양이

고양이는 육식동물입니다. 언젠가 회사 근처에서 잠깐 머물던 고양이들이 있었는데 곤충도 먹고 개구리도 먹고 새도 잡아먹더라고요.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뱀도 잡아먹지 않을까요? 집에 사는 고양이 역시 육류를 베이스로 한 사료와 캔을 먹습니다. 닭, 오리, 양부터 각종 생선류와 심지어 캥거루 고기까지, 양질의 단백질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느냐가 사료의 등급을 결정하고요. 간식 종류도 말린 황태, 닭가슴살, 북어…. 등등 죄다 고기 일색이네요.

그렇다면 고양이가 먹는 고기는 얼마나 될까요? 저의 고양이는 보통 한 달에 2.1kg짜리 사료 한 포대를 먹습니다. 1년이면 25.2kg이네요. 이 사료는 육류 원료 함량이 전체의 80%입니다. 그러면 1년에 약 20kg의 육류를 섭취하게 됩니다. 

 2.1kg x 12개월 x 0.8 = 20.16kg 

거기에다가 80g짜리 캔을 한 달에 10개 정도 먹고 간식도 가끔 먹습니다. 

 80g x 10 x 12개월 = 9.6kg 

최소 1년에 30kg의 고기를 먹는 셈이네요. 2018년 기준 한국인의 1인 평균 고기 소비량은 53.9kg입니다. 제가 고기를 그리 많이 먹는 편이 아니니 1년에 40kg쯤 먹는다고 가정하면 거의 저랑 비슷한 양의 고기를 먹고 있는 거예요! 이런 이런, 기후위기 시대에 바람직하지 않은 식습관을 지닌 동물입니다. 

게다가 사료나 캔은 주로 수입품이 많습니다. 지금 먹고 있는 사료는 국내산 재료에 국내 생산이지만 캔은 주재료가 미국에서 왔고 생산은 태국에서 했습니다. 푸드 마일리지나 탄소 발자국도 무시 못 하게 나오겠는데요? 

괜히 한 소리 해보고 싶어서 고양이에게 지금 너가 먹는 캔이 얼마나 먼 곳에서 온 줄 알아? 이 기후위기 시대에 육식 중심 식습관이 가당키나 하니? 라고 따져봤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입니다. 저도 육식동물에게 고기를 먹는다고 나무라다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걸까 싶어서 맥이 빠지고요. 한가지 위안이 있다면 이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만드는 일은 거의 없다는 정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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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住 : 많은 걸 필요로 하지 않는 고양이

고양이에게 필요한 건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햇볕과 밥, 물, 인간의 관심 약간, 창밖의 새 정도에요. (고양이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본 건 아닙니다만) 오히려 뭔가를 사들이지 못해 안달이 난 건 인간입니다. 인테리어에 맞춘 캣타워, 멋진 물그릇, 고양이용 소파도 하나 있어야 할 것 같고 추우니까 담요도 하나 사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쇼핑은 고양이를 위한 걸까요, 아니면 인간을 위한 걸까요? 

한 가지 더, 화장실 문제가 남아있네요. 고양이는 자신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모래를 파고 배설물을 묻는 습성이 있습니다. 실내에서 살게 되어도 이런 습성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화장실을 따로 두고 고양이용 모래를 부어줍니다. 고양이용 모래는 벤토나이트라는 천연 찰흙 성분을 바탕으로 하는 데 흡습성이 좋아서 수분이 닿으면 단단하게 뭉쳐집니다. 인간은 하루에 한 번 정도 화장실에서 ‘맛동산’(고양이 똥을 의미하는 은어입니다)과 ‘감자’(단단하게 뭉쳐진 소변 덩어리가 마치 like…potato…)를 캐내어 버리면서 이건 거름이 될까, 혹은 오염물질이 될까 생각합니다. 정작 제가 버리는 쓰레기는 썩어 없어지는데 수십, 수백 년이 걸리는 것들이면서 말이에요.

저희집 고양이가 글을 읽을 줄 안다면 아마 이번 레터를 읽고 아주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짓겠지요. 저도 인정합니다.  레터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읽어내려가는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건지 저조차도 알쏭달쏭 했으니까요. 그냥 요즘 제가 하는 고민이라는 게 이렇게 두서없고 방향도 없이 여기저기 뻗어가고 있다, 정도로만 받아들여주세요. 즐거운 주말 오후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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