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정보 퍼뜨린 공군 장교 "정상적인 업무였다"

안녕하세요. 김주형 기자입니다.

고 이예람 중사 사건¹ 2심 재판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1월 1심 선고 이후 양측이 항소하면서 3월, 2심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사건 당시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장교였던 J 중령은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원인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퍼뜨려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을 받습니다. 1심 재판부는 모든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아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J 중령은 자신의 행위가 "정상적인 공보 활동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공보 업무는 군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를 보고받고, 그에 대한 보도계획을 수립하고, 언론사에 군의 입장을 밝히는 일을 의미합니다. J 중령은 공군에 대한 오보를 정정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4월 22일 공판에는 J 중령의 상급자였던 A 씨(당시 공군본부 공보정훈실장)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증인 신문 과정에서 PG(Press Guidance), 딥백(deep background), 오프(off the record) 같은 단어들이 나왔습니다.

A 씨는 "'PG'가 공군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보도 가이드라인이라면 '딥백', '오프'는 사실 관계에 대한 정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답변 혹은 브리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보실로부터 들은) '오프' 내용을 보도하는 기자는 신뢰관계가 무너지기 때문에 살아남기 힘들다"고도 말했습니다. 

J 중령이 기자들에게 '딥백', '오프'로 사건 관련 정보를 전달한 것은 비보도를 전제로 군이 해왔던 통상적인 공보 활동에 해당한다는 주장입니다. A 씨는 J 중령이 공군 공보실의 '에이스'였고,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는 표현도 썼습니다.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던 2021년 6월경 J 중령이 기자들에게 퍼뜨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언론이 보도한 이 중사 상관의 2차 가해 정황은 사실이 아니다.

2) 이 중사가 사망한 원인은 남편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1번 주장에서 언급된 '이 중사의 상관'은 이후 재판에서 2차 가해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2심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침해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보복협박·면담강요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2022년 12월,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2번 주장 또한 이후 수사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 이예람 중사에 대한 심리부검서(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어떤 심리·행동 변화가 나타났는지 살펴보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조사한 문서) 등 수사 자료에 따르면 이 중사는 성추행 사건과 이후의 2차 가해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남편과의 불화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J 중령은 보도 내용을 정정하기 위해 기자들을 상대로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셈입니다.

당시 J 중령으로부터 언론 대응에 관한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했던 A 씨는 "(열심히 일한) J 중령이 휴지처럼 버려진 느낌"이라며 "이 사건 이후 공군 공보실로 지원하는 장교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상적인' 공보 업무를 했는데도 처벌받으니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J 중령에 대한 결심 공판은 두 달 뒤에 열릴 예정입니다.

¹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는 2021년 5월 21일 부대 내 관사에서 사망했다. 이후 부대 내 2차 가해, 부실 수사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수사와 재수사가 이어졌다. 2022년 출범한 특검이 관련자 8명을 추가로 기소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