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의 퇴근길 ixi 담당자 김종민입니다.  분명 저번 주에는 반팔차림으로 다녔는데 오늘의 쌀쌀함은 무엇인가요? 시간에 대한 감각이 완전히 틀어진 느낌을 받습니다. 축제의 계절이라, 서울에서 부산까지 곳곳에서 재미있는 전시와 공연, 이벤트들이 가득합니다. 어디 한국뿐이겠습니까. 전세계 곳곳에서 축제 소식이 계속 들려오네요. 님은 어디에 다녀오셨나요?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가 움츠리고 있었던 것이 아득한 예전처럼 느껴집니다. 확실히 2019년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고 있는 거 같아요. 제가 이번 주 퀘벡으로 출장을 떠나게 됩니다. 이머시브 콘텐츠 분야에서 퀘벡의 영향력과 기여도는 무시할 수 없죠. 퀘벡 이야기를 잠깐 들려드릴까 합니다.

보통 퀘벡을 아메리카 대륙의 유럽 도시 정도로 알고 계신 분이 많으실 거예요. 프랑코포니(Francophonie)라고 프랑스어를 쓰는 지역을 일컫는 말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도시 중에 하나죠.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서 캐나다에 갈 일이 많지 않았던 저도 퀘벡을 피상적인 수준으로만 알고 지냈는데, 2019년 말, 코로나가 퍼지기 직전에 도쿄에서 열린 'This is Quebec(L'effet Québec)'이라는 이벤트에 초청받으면서 급격히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퀘벡을 대표하는 기관과 스튜디오들이 특정 도시를 방문하여 전시와 토크를 개최하고, B2B 미팅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이벤트였는데, 퀘벡에서 온 작품들과 사람들도 인상적이었지만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 그리고 아티스트들이 서로 상생하는 문화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점이 마음 깊이 남았습니다.

음악과 전시, 미디어아트와 서커스를 좋아하신다면 퀘벡은 일년 내내 여러분의 오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도시입니다.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축제는 '몬트리올 국제 재즈 페스티벌'과 '퀘벡 국제 여름 페스티벌'이 아닐까 합니다. 올해는 6월 30일부터 7월 17일까지 음악축제에 목마른 수백만명의 관객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고 해요. 그 뒤를 이어서 미디어아트와 디지털 음악축제인 '뮤텍(MUTEK)'과 '씨투몬트리올(C2Montreal)'이 늦여름과 초가을을 장식합니다. 최근 한국에서 현대자동차와 협력 전시를 한 '일렉트라(Elektra)'도 매우 유명한 국제 디지털 아트 비엔날레죠. 그리고 이번에 제가 다녀오게 되는 '허브 몬트리올(Hub Montréal)'과 '몬트리올커넥트(MTLConnecte)'는 XR과 이머시브, 그리고 게임 분야의 B2B 세션과 컨퍼런스 행사입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몬트리올 빛의 축제(Montréal en Lumière)'가 열립니다. 아래에 좀더 설명을 드릴 QDS (Quartier Des Spectacles)에서 열리는 미디어아트 축제죠. 그리고 <태양의 서커스> 때문에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퀘벡은 서커스로 유명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한달 정도 퀘벡에서 지내면서 축제를 배우고 오고 싶다는 소망이 생기네요. 자세한 축제 경험기는 직접 축제를 다녀오실 필진들에게 맡기겠습니다. 님께서 혹시라도 다녀오실 계획이 있다면 ixi에 소식 전해주세요.

QDS는 퀘벡, 몬트리올에 있는 지역 명칭입니다. 미디어아트 거리라고 번역해야할까요? 디지털 아트와 매핑, 각종 인터랙티브 조형 작품으로 가득한 곳입니다. 위에서 살짝 소개해드린 '몬트리올 빛의 축제'도 이 곳에서 열립니다. 

QDS는 지역의 명칭이기도 하지만 비영리 기관의 명칭이기도 합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공 예술을 표방하고 있고, 아티스트들의 창의적인 인터랙티브 작품을 특정 도시와 연결하여 전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은 주로 퀘벡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지역적인 제한이 있지는 않습니다. 만들어진 작품이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전세계 도시들과 소통하며 그 도시의 형태와 잘 어울리도록 설치 제안을 하기도 하죠. 현재까지 QDS의 작품은 13개가 만들어졌고, 12개 국가의 70개의 도시에서 전시되었으며, 2천5백만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사실 작가들이 창작 작업과 비즈니스를 동시에 잘 하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창의적인 작품들의 비즈니스를 돕는 기관인데 비영리라는 점이 특이하더라구요. 퀘벡 정부의 지원을 받는 QDS의 활동 덕분에 작가들도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각 도시와 시민들도 멋진 작품들을 만끽할 수 있게 됩니다. 문화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퀘벡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예술 분야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예술이 가진 공공재의 성격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영향에서 온전히 독립한 '작품'이나 '소재'가 존재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참조의 시대, 참조의 참조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예술은 그래서 이미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렸고, 백남준 선생님의 말처럼 예술은 '선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예술은 '성장'이나 '성공'이라는 단어보다는 '공존'과 '공유', '공생'과 더욱 잘 어울리는 말이 되고 있지요.

프랑코 '비포' 베라르디(Franco 'Bifo' Berardi)는 '전 지구적 부채가 이제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머잖아 폭력과 비참의 시대가 찾아온다면, 이 부채를 갚는 유일한 길을 미래를 성장으로 보는 바로 그 관념을 바꾸는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예술은 이 관념을 바꾸는데 일조할 수 있을 거라고 믿구요. 그런 면에서 QDS가 추구하는 공공미술의 가치는 한번 되새겨볼만 한 부분이 있습니다. 마침 10월 27일 하남스타필드에서 열릴 예정인 '문화기술포럼(CTEC)'에 QDS의 발표가 있다고 합니다. 관심 갖고 한번 다녀오시면 어떨까요? 관련 소식은 포럼이 가까워지면 다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QDS의 작품 중에 인상깊었던 작품 두 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