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접근 방법의 차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초기기업 투자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초기기업의 펀드레이징을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검증(Validation)'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차피 초기 기업은 내세울게 많지 않고 제품이나 지표가 완벽하기 어렵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투자자를 만나 설명하고 설득하고 소규모 투자를 받고 다시 증명해내는 과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창업 서적들, 벤처캐피탈 블로그에서는 '한눈 팔지 말고 제품과 지표에만 집중해라', '투자자 찾아다니면서 네트워킹 한다고 시간 낭비 하지 마라', '제품이 좋으면 투자자들이 알아서 줄을 설 것이다'란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실 상위 1% 스타트업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펀드레이징을 2 - 3년에 한 번씩 이벤트처럼 진행하는 로드쇼라고 이해하게 되면 사실 한 번에 많은 것을 걸어야하기 때문에 리스크도 높고, 펀딩 실패 시 타격도 큽니다. 물론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한 시리즈B 이상 단계의 스타트업은 다르겠지만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끊임없이 투자자와 만나고 피드백을 받고 '마크업'을 기록하는 것이 다음 라운드로 가는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 중 하나입니다.
창의성이 필요한 초기기업 펀드레이징
'스타트업 A'의 창업자를 보면서 소규모 투자를 꾸준히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계단식으로 높여가는 방식이 영악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투자 액수에 관계없이 한 명의 투자자라도 더 유치하기위해 부지런히 미팅을 진행하고 시드 단계에서만 50곳 이상의 투자자를 확보한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의 펀드레이징에서 창의성이 개입할 부분이 많지는 않습니다. 회사를 일구는 것이 주 업무인 창업자의 경우 1) 벤처자금조달이란 살면서 경험해본 적 없는 굉장히 낯선 업무이며 2) 투자 계약이란 법률의 영역이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상식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A'와 같은 사례를 볼 때마다 자금조달에 있어 초기기업이 남들이 정한 고정관념에 구지 갇힐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 펀딩은 로드쇼처럼 기간을 정해서 하는 것 👉 창업자는 365일 펀딩 모드
✅ 리드투자자, 단일 투자금 큰 곳 중심 👉 롱테일로 소액투자자까지 최대한 확보
✅ 라운드 진행 시 한번에 투자금 받음 👉 SAFE 활용, 선착순으로 투자금 받음
선택은 창업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투자 환경이 바뀌었다고 시장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매출이 없어도 기업가치를 꾸준히 높이며 7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 A'의 사례를 보며 펀드레이징도 결국 정답이 없는 예술에 가깝다는 진리를 다시 생각해보며 오늘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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