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랜드 디렉터의 에세이


 오늘은 마케팅 부서에서 내어준 과제를 해보려한다.

 이번주 체크레터 주제로 기획된 “볼캡 탄생 스토리”를 에세이 형식으로 적어주기로 한 날이다.


 사실 이런 에세이를 적어보는건 처음이라 꾸밈을 넣으려 하기보다는, 최대한 우리 브랜드를 기록하기 위한 느낌으로 편하게 써보려한다.

“바야흐로 2022년”

 인호님과 함께 더블체크 런칭을 계획하며 첫 출시 품목으로 '볼캡'이 있었다.

 

 우리 모자는 일반적인 모자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핏과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은 99% 인호님의 의도가 담긴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는 공장에서 우리가 원하는 핏은 구현할 수 없다고 면박을 준 적도 있었다.

 보통 볼캡을 보면 꼭짓점에서부터 6조각으로 나뉘어 박음질 되어있는데 이를 6각모라한다. 그런데 더블체크는 자세히 보면 5각모 이면서 앞판 패널이 높다.

 이게 구현이 되게 까다로운 요소다.

“인호님의 이목구비 만큼 뚜렷했던 그의 주장”

볼캡 제작 과정에서 인호님에게 강경한 요청을 받았었다.


 "야구모자처럼 탄탄한 핏에 로고를 크게 올리고 싶어요"

 요청에 따라 디자인을 완성하고 샘플을 여러개 준비했었다.


 당시 로고 사이즈를 최대로 뽑기 위해 가로 6센치나 되는 크기를 준비했고, 더 작은 버전도 여러 가지 준비해 야심차게 보여드렸다.


그런데...

“너무 작은데요?”

 분명 구현할 수 있는 최대 사이즈였음에도 '더' 커야한다고 강조 하신 우리 대표님...


 인호님께선 “더 커야하는데... 더 커야하는데...”


 공장에서는 “절대 안된단... 불가능하다...”


 당시 나는 그 사이에서 ‘무조건 구현하고 만다’는 악에 받쳐 일을 진행했었다.

“와! 이거지!!!”

 큰 자수와 이상적인 핏을 동시에 담기 위해 샘플만 10번은 진행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공장 사장님과 관계자들에게 욕도 많이 먹고 비위도 많이 맞추느라 힘들었다.


 하지만 결국 해결책을 찾았고,

 인호님도 팬들에게 자신있게 이야기 할 좋은 제품이 나왔다고 기뻐하시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너무 기쁜 순간이었다.

“근데 이걸 좋아할까...?”

 Y2K와 힙한패션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현시기에 각 잡힌, 소위말해 ‘뽕’이 있고 폭이 깊은 모자보다는 조금 더 흐물흐물하고 머리에 얹어지는 낮은 폭을 가진 모자가 강세다.

 나아가 눈에 띄는 빅로고 자수는 더더욱 본적 없는 개성넘치는 시도였다.

 

 이 사실이 우리 내부를 많이 흔들었다.

 인호님께서는 이 핏과 디자인을 고집하셨고, 실물을 본 우리도 너무 예쁘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대중들에게 외면받을까봐 불안했다.

“역시는 역시”

 하지만 출시 이후 이 결정은 우리 사이에서 신의 한수로 남았다.

 그렇게 인호님의 보는 눈과 기획력은 내부적으로 인정과 믿음으로 자리잡혔다. 우리 대표님은 정말 보는눈도 좋고 센스가 진짜 장난없으시다.

 

 그렇게 출시된 모자는 지금까지 5천개 이상 판매되었고, 300개 리뷰가 쌓일 만큼 우리들의 스테디 셀러가 되어줬다.


 직원들도 이 모자에 다들 푹 빠져 있고, 이걸 한번 써 버릇 하다보면 다른 모자를 정말 쓸 수가 없다.

“적합한 모자 공장을 찾기까지만 꼬박 한달”

  당시, 우리에게 적합한 모자 공장과 좋은 파트너를 맺기위해 한달가량 서치와 방문을 반복했었다.


 서울,부천,부산까지 돌며 10군데 이상 미팅을 하였었다.

 공장에서 ‘단가 / moq(최소수량) / 납기일’ 등 기본적인건 당연하게 체크해본다.


 사실 그 외 더 중요하게 확인하는 나만의 몇 가지 기준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공장 사장님의 비전과 소통능력이다. 그런것에서 만족도를 주는 사장님은 공장 규모와 상관없이 좋은 품질의 제품들이 나오는걸 몸소 느낀바가 많다.


 이 부분은 다음에 제작기에 관한 주제로 에세이를 또 쓸 기회가 온다면 그때 자세히 풀도록 하겠다.

“칼바람의 나락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담으로 우리 생산실장님이 서울에 한 업체를 방문했을 때 황당한 일이 있었다.


 통화상으로는 굉장히 말이 잘 통했고 좋은 것 같아 방문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약속된 시간에 가니, 사장님이 롤 칼바람을 하며 문을 열어주며 잠깐 기다려달라 하더라.


 일과시간에 게임하는 그런 사장님이 과연 우리 제품을 더 잘 만들기 위해 신경써주실까?

 그냥 그 자리에서 박차고 나와 복귀해버렸다.

“더블체크”

 처음 에세이를 써봐서 이렇게 쓰는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우리 브랜드와 제품의 이야기를 이렇게나마 풀어냄으로써 단순한 제품이 아닌 스토리와 생명이 있는 제품으로 더 발전 되어 준다면 그걸로 만족스러울 것 같다.


 더블체크 이름처럼 항상 품질, 서비스, 콘텐츠 모든 영역에서 두번 점검하고 더 발전하는 브랜드가 되자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