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위로에 차별은 없다                                                    - 정나야의 7번째 이야기                        

                                                                                                              

최근에 마음에 불안감이 높아지며 죽음에 대해 생각을 다시금 조금씩 하게 되었다. 죽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 건 이하영의  바이브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죽음에 대한 생각의 꼬리는 이태원 참사에서 잠시 멈췄다. 2022년 10월 말에 있었던 일이니 벌써 1년 반이 되었다. 


당시에 대통령 부부의 희생자 장례식 조문과 관련된 기사가 기억난다. 11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참사의 유가족을 찾았다. 그리고 희생자의 아버지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위로를 했고 희생자의 남동생에게는 "아버지를  보살펴 드리라"라고 당부했다. 



이 걸 보자마자 2년여 전 안다에서 새벽모임을 가졌을 때 한 분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났다. 가족의 부고로 자신도 위로가 필요하고 힘든 상황에서 어른들이 "엄마를 잘 챙겨 드려라"라고 했던 말이 상처였다는. 


그랬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더더욱 세상은 어른들 위주로 돌아가고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보다는 어른들이 맞닥들인 현실적 고통을 더 바라보게 되나 보다. 어른들이 어른들에게 할 위로는 공감을 동반한 위로가 가능하나 이미 자신들에게 지나버린 시간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게는 위로가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나 또한 다섯 살에 두 살 터울의 언니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으나 위로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어른들 눈에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다. 그저 지루   있을 장례식에서 먹으라고 건네주는 사탕이 다섯 살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위로의 전부였다.


언니의  위에 언니가 가는 길에 먹으라고 놓아둔 사탕을 "왜 사탕을 여기에 두었어?"라고 물었으나 차마 언니 먹으라고 놔뒀어요라고 말하지 못했다.  말을 하면 왠지 어른들이   같았고 이미 많이  엄마를  울리고 싶지 않았다. 위로받지 못한 나는 나의 고통을 꺼내 보일  없었고 위로받는 사람을 나도 위로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상처를 온전히 내보이지 못한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언니의 죽음의 순간과 장례식장이 생생히 떠오른다. 



이전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넘겼을 기사였으나 안다 모임에서의 나눔을 통해 아이들의 고통과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대통령은 위로의 의도였을지 모르나 전혀 동생에게는 위로가 되지 못했을 말에 대해 댓글을  남길 수가 없었다. 


"누나를 잃은 동생도 위로가 필요하다. 고통받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을 보살피라는 말은 위로가   없다" 


나와 유사한 댓글을 남긴 사람들이 많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냥 우연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대통령 부인의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일까, 이것도 아니면 카메라를 의식한 계획된 것일까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다음날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11월 2일 김건희 여사는 노원의  장례식장을 방문하여 부모에게 "사고를 막아내지 못해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었고 8세 동생에게도 "어른들이 누나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가족의 부고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각자 다른 크기로 다가올   있다. 하지만  크기를 감히 다른 사람이 가름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족이 뜯기는 고통으로 어떤 이에게는 마음 깊이 아픔을 밀어내어  훗날 갑자기 아픔이 솟구쳐 나올지도 모른다. 적어도 아픔과 고통을 부인하거나 밀어내지 않도록 마음껏 아파할 수 있도록 공감의  한마디와 따뜻한 포옹이  필요하다. 


어린아이에게도   청년에게도 젊은 부부에게도 나이 든 노인들에게도 모두에게 똑같은 위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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