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고 싶은 게 오로지 글쓰기일 때가 있었다. 고료를 주든 안 주든 기고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전부 노크했다. 먼저 이메일을 보내고, 내가 쓴 글을 보내고, 기꺼이 평가를 받고자 했다. 그렇게 쓴 글이 조금 쌓이다 보니 돈을 받고 쓰게 됐다. 초단편소설을 쓰고 2만 원, 에세이 한 편을 쓰고 10만 원, 장편 소설을 쓰고 50만 원. 나는 소설가가 되겠다거나 수필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그것들로 돈을 벌고 있었다.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소설 쓰기만큼 재밌는 건 없고, 에세이만큼 쉬운 건 없다고.
2. 에세이만큼 쉬운 건 없다니, 이 말은 참 건방지고 오만한 말이라는 걸 안다. 글을 쓴다는 건 어렵다. 그러니 에세이 쓰기도 어렵다. 내가 쉽다고 말하는 건 내 안에 알알이 박혀 있고, 심해층에 깊게 쌓인 것만 꺼낼 용기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게 아님을 말하고 싶은 거다. (물론 그 과정이 또 어렵긴 하지만)
3. 그래, 도입부에서 어그로를 끌려고 쉽다고 말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에세이는 어렵다. 스무살 초반이었나, 글을 처음 쓸 때는 모든 게 쉬웠다. 싸이월드 비밀 다이어리에 쓰던대로 쓰면 되는 거니까(다만 그걸 공개 일기장에 쓴다는 차이는 있지). 그런데 글을 자주 쓰다보니 매일 좋은 얘기만 쓸 수는 없다는 걸 알았다. 친구에게 받은 안 좋은 감정을 쓰려니 친구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 친구가 책과는 담을 쌓은 사이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망설여지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에세이나 에세이와 비슷한 것을 쓸 땐 어느 정도로 마음을 꺼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같다. 나는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까, 그 친구가 봐도 괜찮을까.
4. 에세이에서 완벽히 솔직해질 수 없다보니 도망친 곳이 소설이다. 소설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경험담에서 출발한 그런 글을 썼다. 그 방식은 편하고 안락했다. 단점은 있다. 그 얘기를 소설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소설을 썼다는 자부심이 없다는 것, 용기가 없어서 소설 뒤에 숨었다는 사실. 먼훗날, 언젠가 경험과 무관한 소설을 한 편 써냈을 때 비로소 나도 창작을 하긴 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다. 그게 무슨 소설인지 궁금하겠지만 비밀이다.
5. 날이 흐리다. 오늘은 비가 온다고 한다. 비가 오면 먹고 싶은 음식은 첫 번째는 닭강정, 두 번째는 치킨, 세 번째는 전기통닭구이다. 하지만 어제 전기통닭구이를 먹었기 때문에 오늘 비가 온다면 닭강정이 가장 떠오를 것 같다.
6. 평생 단 하나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무슨 음식을 선택하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좋아한다. 스스로에게도 가끔 해본다. 보통 나의 대답은 탕수육이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적절히 섞여서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여름 휴가 때 5일 연속 탕수육을 먹어봤는데 질리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오늘 저녁에 탕수육을 먹는다. 고기 튀김이지만 오히려 좋다. 나는 탕수육을 소스에 거의 찍어먹지 않는 미니멀리스트이기 때문에 고기 튀김을 더 선호한다.
7. <외계+인> 시사회를 다녀왔다. 자세한 리뷰는 디에디트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아주 간단히 감상평만 적자면, 나는 최동훈이 이번에도 '최동훈'했다고 생각한다. <도둑들>, <암살>처럼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고, 밸런스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어른이 봐도 재밌는데, 아이들이 보면 '환장'할 것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무협, 외계인, 시간 여행 같은 소재가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만든 건 최동훈이어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8. 무신사에서 캐치볼을 20% 세일하길래 이번 기회에세 샀다. 택배를 받아보니 실물이 훨씬 예쁘다. 아직도 세일하는지 방금 다시 들어갔는데 또 보니까 다른 컬러로 하나 더 사고 싶다. 내가 산 건 오리지날 플러스 피크닉(블랙). 다크 그린도 사고 싶은데 추가 구매는 오바쎄바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