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도 김연서 인턴기자가 꾸립니다😘 이번에는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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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숲 글·그림, <오, 미자>
고등학생 시절 길을 걷다 낯익은 얼굴과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분명 여러 번 보았던 얼굴인데도 쉽게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몇 걸음 지나서야 그 분이 학교 급식실 조리사 선생님이라는 사실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항상 핑크색 앞치마를 두르고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있던 분이었습니다. 일상복을 입고 학교 밖을 걸어가는 그 분의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낯설었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저는 주변 노동자들을 그저 익숙한 배경처럼 지나치고 있었다는 것을요.
“산다는 건 맵거나 쓸 때도 있고, 시거나 짤 때도 있습니다. 달콤한 때도 있고요.”
그림책 <오, 미자>는 그런 무심하고도 습관적인 시선을 흔들어 놓습니다. 청소 미화원, 전기 수리 기사, 이삿짐 노동자, 스턴트맨, 택배 기사. 책 속의 ‘미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오늘을 버티고 살아가는 여성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을 긍정적인 말로 수식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활기찬 미자”, “피하지 않는 미자”, “용감한 미자” 같은 이름으로 불리죠. 하지만 때때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의심받거나 무시당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편견쯤은 가볍게 날려버리며 이내 다시 일에 집중합니다.
책은 미자들을 어떤 틀에도 가두지 않습니다. 무거운 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어깨, 복잡한 전선을 정리하는 능력, 택배를 빠르게 배달하기 위한 뜀박질. 이 모든 모습은 ‘여성이라서 못할 일’은 없다며 조용히 말해줍니다. 그저 사람이 하는 일일 뿐이라는 듯 담담하게요.
64쪽의 짧은 책입니다. 그렇지만 다 읽고 나니 길 위의 모든 얼굴이 다시 보였습니다. 매일 길에서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여성들은 삶의 맵고, 쓰고, 달고, 짠 복잡한 맛 속에서 묵묵히 오늘을 살아내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미자’가 아닐까 싶은데요. 우리 주변을 살아가는, 그리고 우리 자신이기도 한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 느낌입니다. 여유 내어 두꺼운 책을 읽기 어렵다면, 그림책에 한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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