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나라 스위스를 하나의 전체로 보는 데 흥미를 느꼈다. 작기 때문에 더 쉬웠을는지도 모른다. (중략) 작으면서도 어떻게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는가? 하나가 될 수 없는 땅이 어떻게 한 나라가 될 수 있는가? 가난할 수밖에 없는 땅이 어떻게 한 나라가 될 수 있는가? (중략) 나는 이런 수수께끼를 풀고 싶었다. 그래서 자연히 여행기보다는 좀 더 길고 체재기보다는 좀 더 깊은 글을 써 보려는 마음이 생겼다. 그것도 겨우 떠날 임박에... 그래서 나온 것이 이 조그만 책이다.

국제조약에 영세중립국이라고 적혔다고 하여 자동적으로 스위스의 중립이 '비엔나회의' 이후 오늘날까지 백오십 년 동안 유지되어 온 것 만은 아니다. (중략) 그러면 무엇이 유독 스위스의 영세중립을 지난 백오십 년 동안 유럽 전쟁을 뚫고서 지탱해 왔는가 하는 점이다. (중략) 여기서 우리는 단도직입적으로 두 가지의 훌륭한 업적을 그들에게 돌리지 않을 수 없다. 그 하나는 19세기 중엽에 제네바의 민간인들이 창설한 '국제적십자사'의 세계적 활동이요, 또 하나는 중립을 무장으로 뒷받침하는 스위스의 '민병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