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 #여배우는오늘도 #아녜스가말하는바르다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6월의 마지막 날, 상쾌하게 시작하셨나요? 한 살, 또는 두 살 어려진 나이도 만끽하고 계신지요. 

86번째 편지를 마지막으로 금요알람 시즌 5를 종료합니다. 금요알람은 두 달 동안 여름 방학을 보내고 하늘이 높아질 무렵 9월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마지막 편지에서는 영화 만드는 여성들의 분투기를 담은 영화 세 편을 소개합니다. 예전 편지에서 소개했던 『찬실이는 복도많지』도 다시 한번 꺼내오고 싶네요.
오마주 (2021)
마지막 편지는 원래 페르소나 특집으로 마무리하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남성 감독 밖에 없었으니까 마지막에는 여성 감독으로 하면 좋겠다고 싶어 머리를 싸매었으나 결국 찾지 못했어요. (님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여성 감독은 페르소나를 가지기 이전에 작업을 이어 가는 일부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예나 지금이나 영화는 지극히도 남성 위주의 산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오마주』의 주인공 지완(이정은)도 간신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 편의 영화를 만든 감독이지만 아들은 엄마의 영화가 재미없다고 하고 남편은 밥타령뿐. 흥행 성적도 시원찮고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PD 세영(고서희)도 영화계를 떠나겠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로 우울한 가운데 아르바이트로 60년대에 활동했던, 한국 두 번째 여성 영화감독 홍은원 감독의 영화 『여판사』의 필름 복원 작업을 맡게 됩니다.

필름이 오래되어 낡은 화면에 일부가 유실되기도 한 영화. 그런 영화를 복원하기 위해 홍은원 감독의 발자취를 좇는 지완의 모습은 어쩌면 이 영화를 만든 신수원 감독의 페르소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수원 감독과 이정은 배우가 나란히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요.

감독 : 신수원
러닝타임 : 1시간 48분
Stream on 넷플릭스, 웨이브 & 티빙
여배우는 오늘도 (2017) 
이미 손에 꼽히는 멋진 커리어를 쌓은 중견 여배우에게도 영화판은 결코 만만치 않은 곳인 것 같습니다. 문소리 배우는 그런 현실이 갑갑했었는지 직접 메가폰을 쥐고 자전적인 이야기를 쏟아냈는데요, 『여배우는 오늘도』는 그의 데뷔작으로 단편영화 세 편을 묶어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 영화입니다. 세 가지 이야기는 문소리 배우가 연기한 문소리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데요, 영화인 걸 알면서도 영화를 보는 도중 종종 진짜 그녀의 경험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트로피 개수로는 남부럽지 않건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막상 배역 제안이 거의 오지 않아 자존감이 흔들리는 중견 배우, 어린 딸을 돌보는 바쁜 워킹맘,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의 부탁을 챙겨야 하는 며느리와 딸, 그리고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는 동료의 쓸쓸한 장례식을 조문하는 배우. 이 모든 역할을 연기한 문소리 배우를 문소리 감독은 유머러스하면서도 때로는 신랄한 톤으로 담아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얼른 문소리 감독이 두 번째 영화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벌써 오 년도 더 지났습니다. 그동안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저는 여전히 감독 문소리의 차기작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붉은 드레스를 걷어붙이고 하이힐을 신고 영화라는 운동장의 트랙을 달리는 그녀를 응원합니다.

감독 : 문소리
러닝타임 : 1시간 11분
Stream on 왓챠, 웨이브 & 티빙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2019)
제가 아녜스 바르다 감독을 알게 된 건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통해서였습니다. 여든이 넘은 할머니 감독이 삼십 대의 사진작가와 함께 프랑스 각지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유쾌하게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로 예전에 금요알람에서도 소개드린 적이 있어요. 붉은색이 반쯤 남은 염색머리만큼이나 사람과 작업을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으로 남아서, 영화를 보고 난 후 바르다 감독의 영화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바르다 감독이 활동했던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는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는 선입견이 있어 선뜻 손이 가지 않았어요. 그러던 와중에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들었고, 그렇게 감독의 유작이 된 영화가 지금 소개드리는 다큐멘터리 영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입니다. 

65년. 한평생 그가 만들었던 작품에 대해 관객들과 이야기하며 영화를 만든다는 일에 대해 회고하는 내용이에요. 바르다 감독의 작품을 보지 않았더라도 긴 시간 한결같이 작업에 임해 온 감독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 깊이 뭉클해지고 말 겁니다.

감독 : 아녜스 바르다
러닝타임: 1시간 55분
Watch on 왓챠
덧붙이는 이야기
I will survive (1978)
- Gloria Gaynor 
비단 영화판뿐 아니라, 오늘도 각자의 전장에서 전투를 치르는 우리들을 위해 파이팅 넘치는 음악을 띄우며 편지를 마칩니다. 글로리아 게이너의 노래 "I will survive".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진주가 번안해서 부른 노래 "난 괜찮아"로 더 익숙한 노래이죠.

우리 모두, 끝까지, 살아남을 것입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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