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보다 유의미한 키워드 3가지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구현모입니다.

올해도 뜨거운 여름이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과연 몇 년만의 폭염일까요? 지긋지긋한 폭염과 습기만큼이나 한국에는 매해 찾아오는 게 있습니다. 하나는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하나는 추석과 설날마다 하는 스타크래프트, 마지막 하나는 미디어에서 말하는 ‘세대론'입니다. 


오늘은 세대론에 대한 아주 삐딱한 시각과 그것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오늘의 에디터 : 구현모
바퀴벌레라는 종을 존경합니다. 생존력이 좋거든요.
오늘의 이야기
1. 세대론은 이악물고 외면한다, 바로 지갑을
2.
세대론은 앞뒤가 똑같습니다
3. 그럼에도 쓰러지지 않는 세대론 
4. 세대론보다 유의미한 키워드 3가지

세대론은 이악물고 외면한다, 바로 지갑을

(출처: Unsplash) 

여러분은 세대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반적으로 세대론은 A세대는 이전의 B세대와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상당히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쓰는 ⟪트렌드코리아⟫가 대표주자이며, 최근 화제가 된 ⟪90년생이 온다⟫도 이 세대론의 변형입니다. 물론, 위 두 콘텐츠를 비롯해 정말 많은 트렌드 도서들이 '요즘2030은 다르다' 내지 '요즘 4050은 다르다'라는 주장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 나온 세대론은 대부분 사회 및 문화 담론입니다. 각 세대는 사회, 문화적으로 다른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에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죠.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존대를 쓰던 흑백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과 넷플릭스의 미국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감수성을 가질 확률이 높죠. 

다음 오는 세대는 또 누구일까? (출처: KBS시사직격) 

현재 세대론을 다루는 콘텐츠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하나는 소득에 대한 외면이며 또 하나는 과거에 대한 비교 분석 부재입니다. 


수많은 트렌드 도서들은 소득과 관련한 주장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사회경제의 기저인 소득은 외면하고, 그 표피인 소비 활동에만 집중하는 거죠. 이 때문에 특정 현상을 침소봉대한다거나 현실에 대한 왜곡적인 시각을 재생산합니다. 


예를 들어,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20⟫은 오팔 세대(베이비부머 세대)를 새로운 소비의 주체이자, 큰 손으로 읽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목할 지점은 오팔세대의 노후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점입니다. 백화점에서 큰 돈을 쓰는 시니어도 있지만, 과반수의 시니어가 국민연금 보호망 바깥에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에서 60대 이상 노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노인의 전체는 커녕 절반 이하의 소비 트렌드를 바탕으로 오팔세대의 소비력을 과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죠.


같은 해에 같은 나라에 산다고 해서 다 같은 문화를 향유하진 않습니다. 보유 주택이 없는 사람과 보유 주택이 있는 사람, 자동차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서울의 부모님 집에 사는 사람과 자취하는 사람의 소비 행태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세대론은 이 맹점이 있습니다. 경제적 토대를 일절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돈이 있든 없든 그저 같은 연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하나로 묶여버리는 거죠. 사회경제적 위치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 없이 말하는 세대론은 결국 말 잘 하는 사람의 근거 없는 썰풀이에 불과합니다. 오마카세 다니는 20대와 파트타임으로 월세를 겨우 버는 20대를 같이 묶어서 분석한 주장을 과연 이론으로 추켜세우는 게 맞나 싶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과거에 대한 비교 분석 부재입니다. 특정 세대와 시대를 논하는 책들은 전과 후에 대한 비교분석이 부재합니다. 예를 들어, 90년생이 온다는 책은 90년(대)생의 새로운 능력 중 하나를 '드립력'으로 꼽는데요, 이 역시 과거 세대에 대한 비교가 없는 한계에서 나오는 아쉬운 주장입니다.


한국 커뮤니티 문화의 시작점은 유니텔과 천리안 등이고, 이를 디씨인사이드가 받아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커뮤니티 주 사용자 연령대를 파악하면, 그 세대가 드립력을 장착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기사가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기사에 따르면, 당시 기준 20대가 주 이용 연령대라고 하는데요, 최소 88년생이고 최대 79년생이죠. 과거의 디씨는 드립을 안쓰고, 지금의 디씨는 드립을 썼을까요? 아니겠죠. 결국, 90년(대)생이 드립력을 가진 최초의 세대라는 주장은 본인이 몰랐거나 혹은 외면한 주장에 가깝습니다.

세대론은 앞뒤가 똑같습니다

비단 다른 게 없다

세대론의 주요 창구 중 하나는 언론입니다. 요즘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집단주의에 반발하고, 개인 주장이 강하고, 포용력이 높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왠지 많이 들어본 거 같지 않습니까? 지금의 MZ세대를 묘사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과거 X세대를 칭하는 미사여구입니다.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을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하는 농담이 생길 정도로(실제로 밝혀진 바 없습니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레퍼토리입니다. 이 레퍼토리 역시 과거와 지금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다른 주장과 명백하게 구별되지 않는 주장은, 결국 주장도 아니며 어떤 이론도 될 수 없습니다. 훌륭한 주장은 역설적으로 증명과 논박이 가능해야 합니다. 증명도, 논박도 불가능할 정도로 여기에다 붙여도 말이 되고 저기에다 붙여도 말이 되는 건 해당 세대에 대한 설명력이 떨어지는 겁니다. 하나의 주장으로 A세대도 설명하고, B세대도 설명하는 건 세대론이 될 자격이 없죠.

쓰러지지 않는 세대론

사회경제적 조건을 무시하고, 세대간 변별력도 없는 이 세대론은 대체 왜 죽지도 않고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걸까요? 우선, 언론사 입장에서는 소위 ‘야마'가 섹시합니다. 독자들이 혹하기 때문에 긍정이든 부정이든 바이럴 타기 좋죠.


두번째로, 정치권 입장에서도 좋습니다. 한국 그 어디보다 세대교체를 좋아하는 게 정치권입니다. 젊다는 것 외엔 강점이 없더라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이죠. 그렇기 때문에 언론에서 던진 세대론을 더 크게 부풀립니다.


마지막으로, 직장인도 좋아합니다. 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가 죽지 않는 이유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보고서에 인용하기 때문입니다. 그 책을 근거로 보고서를 쓰고, 새롭게 마케팅 플랜을 짜고, 보도자료를 쓰다보니 계속 전파됩니다. 이 악순환이 설명력도 없고, 근거도 없는 세대론을 계속 부활시킵니다.


그러면 이것이 가진 문제는 무엇일까요? 첫째로, 사회에 대한 진단을 왜곡합니다. 시니어 세대는 정말 돈이 많은 큰손일까요? 그렇다면 노인 빈곤의 통계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중요한 영역을 외면하는 큰소리는 사회에 대한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어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눈의 해상도를 낮춥니다.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기 어렵게 만들죠.


또한 차이점을 구별해내는 능력을 매몰시킵니다. 다른 점을 찾아내는 역량은 같은 점을 찾아내기보다 어렵고, 더욱 귀합니다. 각 사안이 가진 특성을 찾아내고, 차이점을 구별해내야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을 하는데 틀린 세대론은 사회(우리)가 이 역량을 키우는 데에 방해가 됩니다. 알고 보면 다르지 않은 것을 같다고 말하고, 따지고 보면 변화가 없는데 변화가 있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틀린 주장은 그 자체로 무가치하기 때문입니다. 검은색을 희다고 하고, 흰 색을 검다고 하는 주장은 그 자체로 무용합니다. 

세대론보다 유의미한 키워드 3가지

세대론은 한국 사회를 읽기에도, 특정 세대를 읽기에도, 하다못해 가벼운 교양상식이 되기엔 자격이 부족합니다. 대신 제가 말씀드리는 아래 3가지 키워드는 분명히 달라진 세상을 읽어내는 데에 유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 재생산 민감도.  


한국 사회의 저출산(생)과 고령사회는 이미 온 미래입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재생산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둥이가 기본값이던 사회에서 이제 외동이 기본값이고, 나아가 딩크도 희귀하지 않은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재생산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진 사회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선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과 지금에 대한 불안입니다. 공무원이 많은 세종시는 출산(생)율이 높습니다. 지금이 안정적이고, 미래도 낙관적이면 결혼과 출산은 알아서들 할 확률이 높습니다. 즉, 그만큼 미래가 부정적이라는 거죠.


그렇기에 아이에 대한 투자 규모가 점점 커집니다. 아이를 낳은 부모들도 미래가 불안하다고 생각하기에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사주고, 더 많은 것을 투자합니다. 아이를 가진 부모의 노후 비용이 곧 아이의 교육 비용이 되는 건, 앞으로도 여전할 한국 부모의 풍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반면 아이가 없는, 딩크족 부부와 나아가 딩크족 시니어는 한국에서 그룹화될만큼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아파트는 대형 평수보다 소형 평수가 인기 있을 확률이 높고, 사교육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노후 내지는 다른 소비로 이전될 확률이 높습니다. 딩크가 아예 없던 시대와, 비주류인 시대와, 주류인 시대는 분명히 다릅니다. 


결국 우리는 한국 사회의 지금과 미래, 나아가 세대간 차이를 이런 재생산에 대한 민감도로 보면 좋을 듯합니다. 


둘, 교육 제도의 차이


한국 사회에서 세대별로 가장 유의미한 차이는 바로 입시 제도입니다. 본고사 세대와 수능 세대, 나아가 지금 세대는 각기 다른 교육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과거 수능만으로 대학을 가던 시대의 10대 시절과 수시로 대학가는 게 당연한 시대의 10대는 분명히 다를 겁니다. 


교육과정도 그렇습니다. 미적분을 배운 세대와 아닌 세대 그리고 코딩을 배운 세대와 아닌 세대는 주어진 선택지가 각기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10대는 스스로 앱을 만들어 앱스토어에 올리고, 나아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10대 때 인플루언서로 데뷔하곤 합니다. 장래희망이 달라지고, 인재들이 몰리는 경로 자체가 달라지는 거죠. 우수한 의무교육제도가 낳은 훌륭한 영어실력이 한국 인재의 경쟁력을 높였듯, 코딩이 의무교육으로 편입된 2025년도 이후의 인재들은 얼마나 뛰어날지 기대됩니다.


셋, 지방 소멸.


부산은 제2의 수도라고도 불립니다. 실제로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부산은 서울과 함께 대한민국의 양대 축으로서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낮은 청년취업률과 고령화로 인해 늙은 도시가 됐습니다. 부산이 이 정도라면, 상대적으로 발전이 낮은 다른 지역은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지역의 대학은 벚꽃 전선에 따라 소멸할 거란 예측은,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성공해서 상경한 청년들이 과거엔 많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요?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분명히 있었으나, 미래엔 지방이 아예 소멸될 거란 우려도 많습니다. 지방의 소멸은 곧 서울과 대한민국 전체에 재앙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는 세대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작금의 세대론은 근본도, 체계도 없는 주장입니다. 동시에, 언론의 호들갑과 낚시로 비생산적인 갈등만 낳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생산에 대한 민감도와 교육 제도의 변화, 그리고 지방 소멸로 지금과 미래를 읽어보면 어떨까요? 세대론보다 유의미한 프리즘이자 더 의미있는 토론의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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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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