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딘의 현악 4중주 2번은 사랑하는 아내 에카테리나 프로토포포바(Ekaterina Protopopova)를 위해 쓴 곡이에요. 아내는 몸이 약했던 탓에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있었죠.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애틋함을 느낀 그는 아내와의 첫 데이트, 즐거웠던 순간을 생각하며 이 곡을 썼다고 하네요. 특히 3악장의 경우에는 1953년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키즈멧(Kismet)>에 등장하기도 해요. 그중에서 “And This is my Beloved”곡으로 삽입이 되기도 하였죠.

  실제로 이 작품이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달 정도 된다고 해요. 물론 작곡가마다 작품을 쓰는 기간이 천차만별이긴 해서 2달이 길다, 짧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현악 4중주 1번을 쓰기까지는 약 5년이 걸린 시간으로 전해지고 있으니 그것에 비하면 엄청 짧은 셈이죠. 그런데도 이 작품은 1번보다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훨씬 높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보로딘의 섬세하면서도 유려한 선율이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죠. 음악의 시작은 첼로의 고음역 선율이 나오면서 주제를 보여줘요. 그리고 몇 마디 지나지 않아서 바이올린이 첼로의 선율에 응답하듯이 비슷하게 연주해요. 쉽게 생각하면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고 상상해보세요. “너, 밥 먹었니?”, “응, 나 밥 먹었어.”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그러면 밥을 먹었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대화를 쉽게 이어나갈 수 있을 거예요. “무슨 밥 먹었어?, 누구랑 먹었어?, 밥은 맛있었어?” 등과 같이 말이죠.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어나가는 방식이 이 작품에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랍니다. 티키타카의 케미랄까요? 선율을 주고받으며 음악의 흐름을 만들고 있는 것이 이 음악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아이디어라는 것이죠. 그렇다고 모든 음악에서 물음을 주고 응답을 하는 형식은 아니고요. 그러면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볼게요. 그런데 애석하게도 제가 밥을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밥을 보면 설레서 심장이 뛰는 사람도 아닌데 계속 상대방이랑 밥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면 아쉬울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다른 소재의 대화 내용을 툭 던지는 거죠. 단편적인 예로 이 작품에서 생각하자면 새로운 선율의 등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지금까지 이런 과정이 이 작품에서는 주제를 활용하여 전개한다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다시 돌아와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 음악의 색채를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고전적인 형식을 따르고 있는 보로딘의 현악 4중주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어요. 비록 그는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이 곡은 러시아 작곡가들이 쓴 현악 4중주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