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번째 책편지(2025. 3. 13.(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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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이 되었다
  🏫3월 연휴 끝과 동시에 대한민국 학생들은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다. 새 학년, 새 반, 새 친구, 새 공부. 그중에는 새 학교에 들어가, 각각 중학생과 고등학생이라는 새 신분을 달게 된 친구들도 있다. 이 '새'라는 관형사는 작은 물건 하나에만 붙어도 파문을 만드는데, 하룻밤 사이에 집 밖은 '새' 파도가 몰아치는 망망대해. 그들은 낯선 세계에 정박하여 한 발 한 발 내디딘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나를 빚어 간다.

  🙏나의 청소년기 최대 관심사는 단연 새 친구였다. 3월은 1년 동안 쌓아온 우정이 계속 이어지느냐가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시기였다. 내성적인 나는 친하다고 할 만한 관계를 만들기까지 남들보다 오래 걸렸다. 그래서 마음 붙인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같은 반이 되는 게 매우 중요했다. 반 배정 발표를 기다리며 '제발 OO랑 같은 반이 되게 해 주세요.'하고 속으로 싹싹 빌었다.

  😦운 좋게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면, 나는 안심부터 했다. '적어도 혼자 밥 먹을 일은 없겠고, 짝이 필요할 때 멀뚱멀뚱 외롭지는 않겠구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데가 있어서 다행이다.'하고. 그때의 나는 몰랐다. 같은 친구도 변수를 만나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외딴섬처럼 서로 의지하던 우리는 새 친구들과 섞이고, 나름의 풍파를 겪으며 자연스레 멀어졌다. 사계절을 다 지내고 난 뒤엔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로 남았다.

  😀다시 새 학년이 되고, 운 나쁘게 친한 친구들과 떨어지면, 나는 절망부터 했다. '다른 아이들은 벌써 친해졌는데 내 입은 떨어질 생각이 없고, 학교생활이 고독하겠구나.' 물론 그대로 쭉 적응하지 못해 애먹은 해도 있었지만, 내 초조함이 무색할 만큼 최고의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짝꿍의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음악을 엿듣다가 쌍둥이처럼 닮은 취향을 발견하기도 하고, 한숨 소리에 건넨 위로의 한 마디가 마음의 창을 열어, 서로의 아픔에 공명하기도 했다.

  🌊새 학년이 될 때마다 밀물과 썰물처럼 시절 친구가 내 안에 들어왔다 나갔다. 거센 물살에도 곁에 남는 친구가 있는 반면, 아무 일 없이 떠나는 이도 있었다. 나는 기뻤다가 슬프고, 벅차다가도 시렸다. 그렇게 섭슬리고 갈닦으며 나의 모양을 만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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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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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학년이 되고 무리에 속하기 위해, 우리는 '척'하는 사람이 되곤 한다. 재밌는 척, 기쁜 척, 괜찮은 척, 친한 척. 겉으로 잘 지내는 듯 보이지만, 이따금 속이 허전하다. 척으로 둘러싼 관계는 결국 맞닿지 못하고, 헤어질 때도 아쉬운 척하며 끝난다.

  주인공 율은 학교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억지로 웃는다. 적당히 친구들 비위를 맞추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율은 사실 친구라고 부르는 아이들을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롭다. 그런 율에게 어느 날 도해라는 변수가 나타난다. 다른 반에서 투명 인간 취급받는 외톨이 도해는 단번에 율의 '척'을 간파하고, 균열을 만든다. 율은 처음으로 가식을 깨고 나온다.

  오래도록 남는 친구는 진심을 마주할 때 탄생한다. 그게 비록 숨기고 싶은 나약함일지라도. 율의 시선을 따라가며 나에게 타인의 세계가 스미는 순간, 그리고 진짜 친구의 의미를 사색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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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남기는 사람

정지우 지음 | 마름모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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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세상에 적응하는 동안, 막막한 순간 중 하나는 물어볼 곳이 없을 때다. 친구는 당사자이고, 선생님은 관계자이며, 가족은 때로 내 감정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그렇게 고립되어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면, 책의 지혜를 빌리는 것도 방법. 그런 면에서 정지우 작가는 내 고민을 나누기 좋은 어른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관계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덤덤히 풀어놓는다. 강요도 과장도 없이. 밀려드는 타인 속에서 그가 어떻게 나의 세계를 지키고, 삶을 공고히 다져나가는지 살펴보면, 내 중심을 잡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문장에 담긴 온기에 볕 쬐듯 머물러도 좋다.

  목차를 보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골라 읽어도 괜찮다. 거기에 내 경험과 생각도 일기 쓰듯 기록해 두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시간이 한참 지나 다시 꺼내 읽으며, 그때와 다른 모양이 된 나를 더듬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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