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숲이 도착했습니다.
- Word Library 단어 서재 | 감사, Thanks
- Letter Essay 편지 에세이 | 편지를 닮은 당신께 - Writer. 우혜빈
- Letter Archive 사적인 편지 | 혠님의 편지
- Letter Playlist 플레이리스트 | 잎새에 적은 노래 - 자우림
- Letter Campaign 일상 속 문해력 | 내가 좋아하는 한글 - 산돌
- Letter Forest Feedback 다정한 답장 | 편지, 숲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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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디터입니다. 편지를 띄우기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0월의 마지막 인사글을 씁니다. 올해도 두 달여 남았다는 뜻입니다. 한 해가 저무는 듯 하지만 아직 두 달이나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또 꽤나 많습니다. 가령, 1시간씩 운동을 시작한다면 60여 시간동안 건강해질 수 있고, 한 문장씩 글을 쓴다면 썩 괜찮은 한 장의 글을 완성할 수도 있습니다.(그래요. 맞아요.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나 진짜 운동한다를 몇 개월째 반복만 하고 있거든요. 이번 계기로 꼭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할게요.)
저는 늦가을로 향할 무렵의 풍경을 좋아합니다. 색채가 차분한 빛을 내면 자연의 작은 부분들까지 지그시 바라봅니다. 적당히 쓸쓸한 바람이 불고 바닥의 낙엽들이 작고 동그란 소용돌이를 만드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때면 바삐 돌아가는 세상의 일, 끝나지 않을 고민과 무거운 걱정은 가을볕에 말리고 자연과 함께 느리게 걷는 시간을 삽니다. 스스로를 해치지 않는 보통의 나날에 감사한 요즘입니다.
얼마 전 유퀴즈에서 출현한 김우빈 배우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매일 감사일기를 쓰면서 당연하게 생각하다가 놓치게 되는 것들을 찾기 시작한 그가 하루의 목표로 세운 건 하늘 두 번 보기, 세 번의 끼니를 챙겨 먹은 일 등 거창하지 않은 것들이에요. 일상을 잃어보기 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사소한 모든 것들에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기회가 무한하다고 여깁니다. 故 류이치 사카모토의 말처럼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보게 될 수 있을지 모를 일인데 말이죠. 당장 내일이 마지막 날이라고 가정하면 어느 하나 감사하지 않은 일이 없습니다. 매일 아침 무사히 눈을 뜨는 일, 잘 먹고 잘 자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서로 눈을 바라보며 시시콜콜하게 나누는 시간, 따스한 커피 한 잔을 내리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더없이 소중합니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감동인 사람은 하루하루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해요. 매일 몇 분씩 시간을 내어 감사한 일을 적어보세요. 그것은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는 일이나 친구가 무심코 건넨 말처럼 단순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가슴 한편에 미루어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꺼내어 결국 생각과 함께 잊히지 않도록 고마움을 전해보세요. 감사를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고 사고 패턴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삶과 타인과의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어요.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 성찰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질 때, 우리는 부족한 것에서 풍부한 것으로 시선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금요일 오후, 세차게 부서져 내리는 만추의 햇살을 모아 감사함을 담은 여덟 번째 편지, 숲을 띄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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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닮은 당신께 📝
편지를 쓰려고 하는데 편지지가 없어 문구점에 다녀왔어요. 숨 막히는 더위를 헤치며 걸어갈 때 '아, 그냥 카톡 할 걸 그랬나.'란 생각이 들려고 하는 찰나에 문구점 안에서 느껴지는 냉기에 이내 정신을 차리고 들어가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곤 수많은 편지지가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선반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이 편지지를 골랐어요. '예쁜 그림이 들어가 있는 게 좋을까. 아니다, 그냥 깔끔한 게 낫겠지? 요 봉투도 좀 괜찮네. 아, 얘는 줄이 없네.'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깊게 빠지는 고민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20분 만에 겨우 나온 것 같아요. 모쪼록 이 편지지가 당신 마음에 들길 바라면서요.
그렇게 편지지를 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제가 받았던 편지들이 눈앞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편지를 건넸던 사람들도 이렇게 시간을 내서 문구점을 가고, 나를 떠올리며 편지지를 고르고, 또 연필을 들어 단어와 문장들을 하나하나 적어내려 갔겠구나 싶어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아, 그렇다고 생색을 내는 건 아니고요. 그만큼 저 역시 당신을 많이 생각하며 편지를 쓰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무뚝뚝한 집안에서 자랐다는 핑계를 앞세워) 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서투른 사람이에요. 그래서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말들이 마음속에 자꾸 쌓이다 끝내 넘쳐흐를 것만 같을 때 전 늘 편지로 도망을 쳤습니다. 말이 되지 못한 단어와 문장들과 함께요.
친한 친구에게 나랑 놀아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 쑥스러워 가위와 풀로 편지지를 오려 만들어 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만 서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어서 하려던 말이 생각이 나질 않아 종이 한 장으로 부끄러움을 가려보기도 하고, 가족에게 고마움과 사랑의 말을 전하고 싶지만 낯간지럽다는 이유로 편지를 찾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에게 편지는 마음을 건넬 수 있는 저만의 최선책이자 구원책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편지를 닮은 사람들이 좋습니다. 편지지처럼 얇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요. '귀가 얇다.'라는 말처럼 무언가 얇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뜻이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저에겐 그렇지 않아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종잇장처럼 얇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 편지지, 편지봉투들 앞을 왔다 갔다 하며 고르는 것에 시간을 쓰고, 그 사람의 이름을 발음해 보며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머리를 쥐어뜯기도 해보고, 단어들 사이를 유랑하며 문장들이 잘 읽혔으면 하는 바람으로 편지를 쓰고 있는 나를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상대방을 위하는 그 얇디얇은 마음을 사랑합니다.
편지를 닮은 당신을 떠올리며 편지로 도망치는 마음이 아닌, 닮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적어 내려가 봅니다. 아참, 편지의 '편'과 마음이 '편'하다는 便(편할 편)이라는 같은 한자를 쓰고 있다는 걸 아셨나요. 저는 이 편지를 쓰고 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조금 편해졌는데, 편지를 읽고 있는 당신 마음에도 편안함이 머물기를 바라며 이만 줄여볼게요.
편지를 닮고 싶어 하는, 우혜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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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우혜빈(@bean__can)
충주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은 것에 크게 웃고, 크게 울며 잘 넘어지지만
그만큼 다시 잘 일어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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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혠
사랑하는 큰딸에게
혜은아 요즘 휴식을 취하면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이 있어도 식사도 제대로 같이 못하고 엄마만 따로 놀고 그랬네. 미안한 마음이 있어. 모카 우체국에서 커피 마시러 와서 몇 자 적어본다. 이제 며칠 있으면 또 출근하네. 아프지 말고 직장 생활하는데 있어서 성실하게 선후배 관계에서도 잘하고 말하면 잔소리지 뭐. 알아서 잘하는데 갑자기 편지를 쓰니까 뭐라 쓸 말이 없네. 날씨도 더워지고 아프지 말고 건강 유지하며 항상 지금처럼 밝고 웃는 예쁜 모습으로 지내길 바라. 사랑한다.
엄마가
모임 후 차마시러 와서 몇 자 적어본다.
혠 고마워 수고했어 영록이도 고맙고 항상 든든한 큰딸, 큰사위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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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2019년 5월, 2023년 6월 15일
- From '엄마'로부터 받은 편지들
- Word #엄마 #사랑 #감사 #건강 #마음
- Introduce Letter
엄마에게 받은 첫 번째 편지는 몇 해 전 전주의 모카 우체국에서 보내주신 편지, 두 번째 받은 이 글은 말로 설명이 어려워요. 편지의 형식은 아니지만... 엄마께서 항암으로 인해 치료 중이신데, 첫 항암을 마치고 항암일지 마지막에 적어주신 글귀를 간직하고 싶어서 찍어 둔 사진이에요. 글귀 맨 마지막에 사랑한다는 말 매일 되새겨 보게 되는데 엄마한테 정작 하루 한 번씩 연락드리면서도 사랑해라고는 말 못 했어요. 이 글은 남들처럼 멋진 편지는 아니지만 엄마 생각 한 번 더 해보면서 사적인 편지 올려봐요.❤️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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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새에 적은 노래 - 자우림
왜 우리는 자신의 존재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을까요. 우리는 우리가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아무것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내면에 새기기에도 모자랍니다. 여러분의 매일이 잎새에 적은 노래들로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written by. 김윤아
레디터가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는 자우림의 '잎새에 적은 노래'입니다. '아름다운 건 모두 너에게 받았지 다정한 그리움과 잎새에 적은 노래들 아름다운 것 모두 지금 여기 새길래 모르는 새 어딘가로 사라져버릴 걸 알잖아.'라는 가사를 노트에 옮겨 놓습니다. 이 곡은 '2020년 3월, 팬데믹의 불길한 전조가 피어오르던 무렵의 어느 날 오랜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렇게 기쁘게 만나러 갈 친구들이 있다니 참 좋은 인생이었구나'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보통의 시절에는 당연하게만 여기던 일들이 문득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었음을 별일없이 보내는 하루의 무탈함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깨닫게 합니다. 저희도 여러분의 매일의 잎새에 적은 노래로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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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프로젝트 '내가 좋아하는 한 글'은 폰트 회사 '산돌'이 한글날을 기념하여 한글의 문자로서의 형태를 재조명하며, 문자(한글)가 확장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100여 명의 창작자가 자유롭게 '한 글자'를 골라 레터링을 만들었고 제각기 다른 레터링은 미완성인 것처럼 보이지만, 관객의 눈을 통해 ‘한글’로 완성됩니다. 여기서 완성이란 ‘한글’이 쓰임과 활용을 통해 의미를 가짐을 지시한다고 해요.
문자는 시대와 사용자에 따라 다른 형태를 갖기에, 본 프로젝트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자의 조합은 ‘한글’의 끝없는 가능성을 나타냅니다. 각양각색의 레터링 디자인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은 물론 글자에 담긴 창작자들만의 시선을 들여다보는 다양한 재미가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오프라인 전시는 막이 내렸지만 온라인 전시를 보며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글과 나만의 한 글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제가 뽑은 한 글은 '글'입니다. 여러분의 한 글은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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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이 바빠서 지난주 뉴스레터를 이제야 읽어 보았어요. 메일창 안에 가득한 진심이 담긴 절절한 응원들에 눈물이 다 날뻔했어요. 좋은 마음 나누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레디터 선생님들을 남몰래 흠모하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도 알려드리려 이 글을 씁니다. 항상 감사하고 늘 힘내서 지속해 주세요!🥹💪
✍️언제나 정성 가득한 글, 진심이 전해져서 기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레디터의 인사말 부분에서 문단 나누기가 좀 더 있었으면 읽는 데도 편하고 가독성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의도하셨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드려 봅니다! 그리고 레터 하단에 지난 호 보러 가기 버튼을 눌렀을 때 랜딩 페이지가 바로 지난 호가 아닌, 지난 호 목록이 보였으면 해요! 지난 레터들의 주제를 한 번에 보고 싶다 보니 이런 제안을 드립니다. https://leditor.stibee.com/ 이 페이지로 연결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덧, 저희에게 다정한 답장을 보내주신 분들은 인스타그램 메시지 또는 이메일로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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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꼼꼼히 읽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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