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Vol 24. 노가리클럽 소서 에디션 : 부디 시원하-소서 |
24절기 중 열 한번째 절기로, '작은 더위'라는 뜻입니다. 이름과 달리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됨을 의미합니다. |
비와 바람과 햇볕이 매일 비율을 달리해가며 다이내믹한 날씨를 선보이는 요즘입니다. 모두 잘 살아남고 계신가요? 이제 겨우 '작은 더위'를 맛봤을 뿐인데, 에어컨의 가호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나날이기에 준비했습니다. (클리셰지만) 팔에 닭살이 오소소- 돋게 만드는 서늘한 작품들. 윻은 할머니 품에서 이불을 꽁꽁 싸매고 듣던 옛날 이야기를 건져올린 호러 맛집 <전설의 고향>을, 슬은 사람이 사람에게서 느끼는 근원적인 공포심에 대해 탁월하게 묘사한 웹툰 <똑 닮은 딸>을, 호는 어느날 찾은 대저택에서 주인공을 서서히 잠식하는 흑마법 이야기를 그린 영화 <스켈리톤 키>를 영업합니다. 아주 잠시라도 시원하길 바라며, 노가리클럽의 스물 네번째 영업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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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통의 호러 맛집 드라마 <전설의 고향> by. 윻
몇 년 전 지리산 골짜기에 여름휴가를 간 적이 있었는데요. 비는 점점 거세지고, 산 골짜기 속 숙소를 둘러싼 나무들은 거센 바람에 하염없이 흔들리고, 천둥과 번개가 번갈아 치는 걸 보고 있자니 갑자기 전설의 고향 '덕대골(1996)' 에피소드를 보기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설의 고향'을 검색하면 다양한 콘텐츠들이 뜨지만 뭐니 뭐니 해도 KBS 2TV에서 방영했던 납량특집 드라마가 원조입니다. (무려 첫 방영 연도가 1977!) 전설의 고향은 한반도 지역에 걸쳐 전해지는 전설, 민간 설화 등을 모티브로 만든 고전 형식의 옴니버스 드라마입니다.
설화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구미호부터 손말명, 호녀, 걸귀, 저승사자, 염라대왕, 삼신할미 등 온갖 초자연적 존재들이 총출동하는데요.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던 어린이였던 저는 밤에는 혼자 화장실도 못 가는 주제에 그만 불행히도 이 시리즈에 마음을 홀딱 빼앗기고 맙니다.
특유의 날 선 효과음과 화면 전환마다 너무 무서워 소리를 지르면서도 끝까지 눈을 떼지를 못했었습니다. 왜 구미호의 남편들은 하나같이 마지막 하루를 참지 못하며, 네 발 달린 동물들만도 못한 인간들은 어찌 그리 많던지! 하지만 오들오들 떨면서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반드시 권선징악의 결말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에 약한 삼신이나 산신, 조금 허술해서 귀엽기까지 했던 저승사자들도 이 시리즈를 사랑하게 된 데 한몫했고요.
한동안 맥이 끊겼다 2009년 경 리부트한 적이 있었는데요 구관이 명관인지 개인적으로는 1996~1999 방영분이 더 좋았습니다. 몇 개를 엄선해서 추천해드리며 글을 마쳐보려고 합니다.
p.s 덕대골(1996)은 전설의 고향 하면 모두들 떠올리는 "내 다리 내놔!!"가 나오는 에피소드인데요. 정말 태풍이 몰아치는 지리산에서 보기 딱이었습니다.
*<전설의 고향>은 웨이브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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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역시 피크닉 웹툰 <똑 닮은 딸> by. 슬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해쳤을 때도 '동기'를 중시하죠.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잔혹한 행동을 한 사람에게는 '사이코패스'라는 라벨을 붙여 평범한 우리들과 선을 긋습니다. '사이코패스니까'라는 이유라도 있어야 덜 두려우니까요.
만약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이런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겉으로 봤을 땐 다정하고 완벽해 보이는 엄마가 실은 동생을 죽인 살인마라면요. 단지 탁월하지 못하다는 이유로요. <똑 닮은 딸>의 '소명'은 초등학생 때부터 엄마가 동생을 죽였다는 심증을 품은 채, 엄마를 두려워하고 경계하며 성장합니다. 이상적인 딸 노릇을 흠 없이 수행해내며, 마음 속으론 집과 멀리 떨어진 영재고에 입학해 엄마에게서 벗어나길 꿈꾸죠.
조용히 전교 1등을 찍다가 무사히 영재고에 가려고 했는데. 학교란 얼마나 변수가 가득한 곳인가요. 예기치 못했던 사건에 휘말리며 소명은 다시 한 번 엄마에 대한 의심 앞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엄마를 동요시킬 만한 실마리를 찾게 되죠. 급소를 찌를 준비가 된 짐승처럼 서늘하게 엄마를 바라보는 소명의 모습에서 '똑 닮은 딸'이라는 제목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데요. 내가 끔찍해 하는 사람을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이 또한 무척 공포스러운 일임에 틀림 없습니다.
엄마를 쏙 빼닮은 소명은 과연 엄마와 다른 존재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결국 엄마의 손에 떨어지게 될까요? 이 무시무시한 웹툰은 징그러울 정도로 탁월한 심리 묘사로 사람이 무너지고 깨어지고, 새로운 존재로 피어나는 과정을 완벽하게 설득해냅니다. 꿉꿉한 여름, <똑 닮은 딸>을 보며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을 생생하게 느껴보세요. 앞으로는 길에서 피크닉을 들고 있는 사람만 봐도 등줄기에 흐르는 섬찟한 기운이 더위를 잊게 해줄 겁니다. *<똑 닮은 딸>은 네이버웹툰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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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법은 믿어야만 걸리는 거야 영화 <스텔레톤 키> by. 호
여러분의 쫄보 레벨은 어떻게 되나요? 저는 한창 영화 <곡성>이 흥행할 때 이왕 보는 거 제대로 즐기겠다며 일부러 심야시간대에 본 적이 있어요. 좀비물에 빠졌을 땐 에버랜드 할로윈 블러드시티 (좀비들이 돌아다니는 할로윈 축제)에 혼자 놀러 간 적도 있고요. 스릴러, 오컬트, 공포 이런 장르에는 환장합니다. 이런 제가 최근 한 영화의 추천글을 보고 급격히 설레기 시작했죠. "마지막에 뒤통수를 제대로 때리는 스릴러 영화. 보다 보면 기분 나쁘고 멘탈 터집니다." 정말 스릴러 영화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생각했어요. 완벽한 오각형의 스릴러 영화, 오늘 준비한 작품은 바로 <스켈레톤 키>입니다.
주인공 '캐롤라인'은 병원에서 환자들이 편하게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던 중 개인 간병인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게 돼요. 공고를 낸 사람은 노부부인데, 남편이 식물인간이 된 채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죠. 평소 병원 일에 권태를 느끼던 캐롤라인은 곧장 이들을 찾아갑니다.
도착한 곳은 늪지대에 위치한 대저택이었는데요. 첫인상부터 음산함 그 자체였는데, 알고 보니 이곳은 이전에 살던 하인 부부가 억울하게 죽게 되면서 흑마법을 부려 저주가 걸린 곳이었어요. 갑자기 흑마법이라니. 이쯤에서 '흑마법이 세상에 어딨어?'하며 한 걸음 멀어지신 분이 계시겠죠. 캐롤라인도 그랬습니다. 미신을 믿지 않던 그는 직접 저주를 파헤치겠다고 나서요. '나는 안 믿어. 주술이란 건 없다니까.'라고 굳게 저 자신을 믿으면서요.
캐롤라인은 이 흑마법의 성지인 곳에서 과연 끝까지 자신의 믿음을 지킬 수 있을까요? <스켈레톤 키>는 ‘나의 믿음이란 건 꼭 나만의 마음에 달린 걸까?’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이자, 악은 공포를 먹고 자란다는 공포영화의 법칙을 생생하게 녹인 영화입니다. 앞뒤 사정없이 무작정 놀래킨다거나, 잔인하고 역겨운 비주얼이 잔뜩 등장하는 영화가 질린 분들은 눅진한 늪지대에서 오랜 기간 천천히 자리 잡아온 흑마법 이야기가 꽤나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온통 흑마법을 믿는 자들 사이에서, 과연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할지 꼭 결말까지 재생해보세요. *주의: 반드시 스포없이 봐야 합니다.
* <스켈리톤 키>는 웨이브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절기 레터] 올해의 열세 번째 마디
여름에는 쾌적함과 고통스러움이 한 끗 차이란 걸 종종 느끼게 됩니다. 지하철이나 회사에서 살갗을 저미는 듯한 차가운 기온에 오들오들 떨다 바깥으로 나오면, 햇빛이 얼마나 뜨겁든 속을 좀 데워주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나흘 뒤면 초복이네요! 에어컨의 가호를 지나치게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면, 뜨거운 국물 음식으로 기력을 보해주도록 해요. 한 살 어려졌다지만 신체 나이는 슬프게도 그대로니까요. 뉴스레터를 읽고 어떤 콘텐츠에 흥미가 생기셨다면? 노가리클럽 뉴스레터를 친구에게 공유하고 함께 보자고 영업하세요! 함께 하는 덕질 = 즐거움이 10,000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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