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을에서]


뒷마당 수국


이재철 목사
 
2018년 11월, 우리 부부가 거창으로 낙향할 때, 한 지인이 뒷마당에 수국나무를 일렬로 심어주었습니다. 말이 좋아 수국나무지, 사실은 길이 20cm 남짓에 제 새끼손가락보다 더 가는 가지를 그냥 땅에 꽂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추위가 닥친 11월의 땅에 꽂힌 그 연약한 가지들이 해발 560m의 혹한을 이기고 내년 봄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적이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잎을 내고 꽃을 피운 수국나무들은 만 7년이 지난 지금, 뒷마당에 거대한 병풍을 이루고 있습니다(수국은 품종이 많아 저는 우리집 수국의 품종을 아직 모릅니다).
상대적으로 늦게 피는 뒷마당 수국꽃은 아주 연한 연두색으로 세상에 얼굴을 내밉니다. 그리고 얼마 후 순백색으로 변하고, 다시 핑크색이 되었다가 연한 갈색으로 마감합니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한겨울에도 자리를 지키며 나무의 정체성을 밝히는 연갈색 수국꽃은 이듬해 봄, 온 나무 가지에 새잎이 무성해져도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지에 새 꽃망울들이 맺히기 시작함과 동시에 연갈색 수국꽃들은 그제야 자기 역할을 다했다는 듯, 조용히 떨어져 자기 시대를 마감합니다. 한번 앉은 자리를 움켜쥐고 후진의 앞길까지 가로막는 인간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확실히 자연은 인생의 교본입니다.
[읽기의 순간들]



김정호, 선교사


팬데믹을 지나 SNS를 통해 성경 필사와 읽기를 마주하는 것이 익숙해진 시기에, ⟪구약, 다소 의외의 메시지⟫는 구약을 전혀 새롭게 보는 22가지 주제를 통해 ‘통념을 바꾸는 성경 읽기’로 안내한다. 
성경 읽기는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되기도 하고 적용되기도 한다. 이 책은 한국 독자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다소 의외인 구약 성경 본문에 대한 해석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성경 본문 성찰은 ‘창세기 1장에 대한 인문학적 읽기’라는 첫 글부터 마지막 글인 ‘요나서 다시 뒤집어 읽기’까지 책 전체에 걸쳐 일관성 있게 전개되고 있다. 흥미로우면서도 때로는 낯선 해석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가져온 해석과 의도를 이해하며 읽다 보면 구약을 보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하나님을 새롭게 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소개된 22개의 본문들은 단순한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기억하도록 이끄는데, 저자는 “모든 글은 목회자나 신학생보다는 일반 성도들을 염두에 두고 집필되었다”라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익히 알고 있는 통념을 바꾸고 다른 독법으로 읽어내며 살려낸 친숙한 내용들이 우리네(we all) 복잡다단한 현실 가운데 큰 도전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필자는 소개한 해석들이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건설적 토론을 촉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매 챕터를 갈무리하고 생각해 보는 페이지로 ‘토론과 나눔을 위한 질문들’을 제시하여 성경을 제대로 적용하고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하도록 돕고 있다.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가운데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나타내며, 비판은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대화에 이 책이 좋은 지침이 되기를 바란다.
[가까이 또 멀리]

매년 미국에서 많은 교회를 다니다 보니, 여러 교회에서 유행하는 복음성가들을 선별해서 악보를 사 오거나 채보해서 연습을 했어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미 복음성가가 널리 퍼지고 있는 시기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때였어요. 실제로 노래선교단이 교회를 다니며 연주할 때 어떤 장로님께서는 치고 있던 기타를 빼앗아 가더니 노래를 못 하게 한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복음성가가 빠르게 보급됐고, 특히 믿지 않는 학생들을 전도할 때 쉽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중략) 이런 복음성가들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악보집도 만들고 LP와 테이프도 녹음했는데, 빠르게 유행하기 시작해서 전국적으로 각 학교마다 노래선교단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살아계신 주, 나 주의 믿음 갖고 등 그때 많이 불렀던  복음성가들이 아직도 불리고 있다니 참 감사한 일이지요.

최훈차 최초 번역·녹음 복음성가 모음

《우리가 사랑한 선생님, 지휘자 최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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𝓃𝑒𝓌 한국 개신교 사상사(가제, 총 3권)

이 책은 김교신의 사상과 실천을 축으로, 한국 개신교가 걸어온 길을 세 권에 걸쳐 추적한다. 제1권에서는 신앙·회심·자유와 복종·신앙과 이성, 제2권에서는 전도·예언자·종교개혁과 무교회·국가권력 문제, 제3권에서는 전쟁·토착화·여성·공산주의를 다루며, 한국 개신교가 ‘수용–학습–재생산’의 과정 속에서 어디에 서 있는가를 묻는다. 말의 ‘오염’을 넘어 참된 신앙 언어를 회복하고 오늘의 교회에 필요한 자기 쇄신을 촉구하는 사상사적 성찰이다.

양현혜 지음 | 2025년 12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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