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첫 평론집의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나는 좌·우의 어떤 정치·이데올로기적 권력이건 진실을 은폐·날조·왜곡하려는 흉계에 대항해서 진실을 찾아내고, 그것을 바른 모습대로 세상에 밝혀내는 것을 글 쓰는 목적으로 삼고 일관했다. 광적인 반공·냉전·전쟁 애호·반평화통일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던 시기에 특히 그러했다.
‘진실’은 균형 잡힌 감각과 시각으로만 인식될 수 있다. 균형은 새의 두 날개처럼 좌(左)와 우(右)의 날개가 같은 기능을 다할 때의 상태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에 맞고, 인간 사유의 가장 건전한 상태다.
리영희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서문 중에서 |
|
|
새의 두 날개가 시끄럽게 인용되고 백 년 전에 동아시아의 벌판에서 인간의 해방을 위해 싸웠던 행위가 지금의 잣대로 난폭하게, 찌질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번호에는 <대화> 일본어판 편집자인 세키 마사노리 선생님을 애도하는 김효순 선생님의 글과 지난달에 있었던 <조선인 시베리아 억류: 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교토 서평회에 참석한 가게모토 츠요시의 참관기를 싣습니다. 세키 선생은 그가 울면서 원고를 읽어 내려간 김석범, 김시종의 대답집에 매우 이례적으로 편집후기를 씁니다. 그는 동아시아 전후사의 기괴한 ‘뒤틀림’의 구조를 통째로 고려하지 않은 채 1950년대의 일본인은 경제부흥뿐만 아니라 ‘혁명’까지도 자신들 국민국가의 틀 안에 봉쇄해버렸다고 쓰고 있습니다. 뒤틀린 비어있는 역사에 가 닿고자 부단히 각고하며 일생을 보낸 한 출판편집자의 일생을 국회도서관까지 가서 자료를 확인하면서 써주신 김효순 선생님 감사합니다. 가게모토 선생은 제도의 언어를 가지고,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의 경험을 어떻게 매끄럽게 다 말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면서 말되어지지 못한 공백을 감지하는 능력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그 감지능력은 귀환의 장소만이 아닌 역귀환의 장소이기도 한 마이즈루의 새로운 발견이고, 일본에 사죄를 묻는 한국사회가 베트남파병에 대한 성찰을 시작한 ‘어떤 공백’이 있다는 감각입니다. 귀한 글을 써주신 가게모토 선생님 감사합니다.
재단은 9월 13일부터 <기후위기 시대, 생태적 전환을 위한 저널리즘스쿨>을 시작합니다. 절박한 마음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정건화 이사님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
|
|
재단 소식
기후위기 시대, 생태적 전환을 위한 저널리즘스쿨
기획자 인터뷰
정건화 / 리영희재단 이사 |
|
|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이미 너무 늦었다(It’s too late)’는 판단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우세하지만 지금이라도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이후 겪게 될 위기적 상황은 큰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악조건과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야 하기에..." |
|
|
기후위기 시대, 생태적 전환을 위한 저널리즘스쿨
|
|
|
기후변화의 위협은 해가 갈수록 뚜렷해집니다. 기후재난이 이어지고, 관측 사상 최고를 갱신하는 기상 지표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히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의 상황입니다. 이제 우리는 다른 방식의 삶을 고민하며 문명의 전환을 실천해나가야 합니다. 리영희재단은 ‘기후위기 시대, 생태적 전환을 위한 저널리즘스쿨’을 엽니다. 1부는 기후위기 상황을 다층적, 총체적으로 학습하고 이해하는 시간이고, 2부는 기후저널리즘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나눕니다. 또한, 한달간 언론인 4명이 멘토로 참여하여 발제부터, 기사작성, 퇴고까지 함께 하는 시간으로 구성했습니다.
일시: 2023년 9월 13일(수)~12월 6일(수) 매주 수요일 저녁 7시30분
장소: 노무현시민센터 1층 다모여강의실(3호선 안국역 3번출구 도보 10분)
대상: 현직 언론 종사자나 언론인 지망생, 글과 영상 등으로 기후저널리즘 콘텐츠를 만들며 실천할 시민(30명)
수강료: 20만원
|
|
|
재단과 함께하는 사람들
리영희 <대화> 일본어판 편집자 세키 마사노리씨를 애도합니다
김효순 / 리영희재단 이사장 |
|
|
"그러나 일본인의 전후사 얘기는 이런 한반도와 일본열도를 연결하는 기괴한 ‘뒤틀림’의 구조에 대해 거의 침묵해온 것이 아닐까.....1950년대에 일본인은 경제부흥뿐만 아니라 ‘혁명’까지도 자신들 국민국가의 틀 안에 봉쇄해버렸다. 그때 전쟁의 과거는 말할 수 있어도 식민지지배의 기억은 지워 없어지고 동시에 식민지주의로부터 식민지인과 식민자가 함께 해방되는 길도 잃어버렸다." |
|
|
재단과 함께 하는 사람들
김효순 『조선인 시베리아 억류: 나는 일본군, 인민군, 국군이었다』 교토 서평회 참관기
가게모토 츠요시 / 한국문화 연구자 |
|
|
"삶을 이어가기 위해 법을 어겨야 했던 경험들이 존재한다. 그러한 사람의 존재를 포섭하지 못한 채, 그러한 존재를 구조적으로 법의 외부에 남긴 채, 제도가 작동되어왔다는 것이다. 냉전체제는 사람들이 살기 위해 행동한 경험들을 육하원칙 형식으로는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그러한 육하원칙에 노출될 수 없었던 경험들을 그것이 가질 수밖에 없는 공백들과 함께 보이게 해준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