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셀프 러브 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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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a-h-y-Banpgduwk by unsplash

2차원의 평면으로 존재하는 개미들은 3차원을 인지하지 못한다. 어린아이가 쭈그리고 앉아 개미 떼를 구경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위를 올려다보지 못하므로 아마도 개미들은 어둡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때 아니게 찾아온 불길한 저녁으로 여길 것이다. “엄마, 이것 좀 봐!”라는 아이의 장난기 어린 외침에도 개미들은 천둥도, 번개도 아닌데 형체 없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공포에 질릴지도 모른다. 천진한 호기심으로 줄지어 이동하는 개미 중 하나를 집어 든다면? 개미들은 집단 패닉에 빠진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순식간에, 한 개미의 존재가 블랙홀로 증발했다. 개미들은 이 사건을 토대로 새로운 신화와 규율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2차원에서 3차원의 움직임은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일 뿐이다.

요즘 불가리안백에 빠졌다. 불가리안백은 수직과 수평의 세계에 살던 나에게 새로운 차원을 열어준 인터스텔라다. 바벨이나 덤벨처럼 비교적 명확한 형태를 지닌 다른 도구와 달리 불가리안백은 이게 무슨 모양이라고 설명하기 좀 애매하다. 애초에 모티프가 양이기 때문이다. “매에~” 하고 우는 바로 그 동물이 맞다. 우리나라에서 씨름 천하장사에게 황소 한 마리가 주어졌듯이 불가리아 전통 씨름판에서는 챔피언에게 양을 포상으로 주었다고 한다. 이 양을 어깨에 들쳐 메는 게 챔피언의 필수 세레모니였는데, 그 모습을 모티프로 탄생한 것이 불가리안백이다. 모래주머니와 섬유, 고무로 구성돼 있는 내부를 유선형의 가죽이 감싸고 있으며, 메인 핸들 두 개와 보조 핸들 세 개, 스트랩 두 개가 달려 있다. 초승달 같기도 하고 크루아상 같기도 하다(솔직히 나는 처음에 개똥 주머니 같다고 생각했다. 새 봉투가 아니라 이미 개똥이 담겨 있는!).

런지와 스쿼트, 프레스 등 기존 동작들도 수행 가능하지만 불가리안백의 가장 큰 특장점이자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동작은 '스핀’이다. 메인 핸들을 양손으로 잡고 온몸의 무게중심을 이동해 가며 큰 호를 그릴 수 있는데, 이 호가 몸의 앞에서 시작해 뒤통수로 넘어간다. 신발주머니를 돌리듯 원이 몸의 옆에서만 그려지는 것도 아니고, 카우보이가 올가미를 돌리듯 원이 몸 위에서만 그려지는 것도 아니다. 불가리안백이 그리는 원에는 한가운데에 내가 있다. 아, 그렇다면 훌라후프처럼 수평으로 돌리는 건가? 그것도 아니다. 불가리안백의 스핀은 2차원이 아닌 3차원의 호를 그린다. 비유하자면 나와 불가리안백의 관계는 지구와 달, 아니 명왕성과 카론의 관계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인력과 척력은 생각보다 동등하게 작용한다.

불가리안백을 처음 잡아보는 사람들이 대부분 맞닥뜨리는 첫 번째 장벽은 과긴장이다. 헬스장 머신이나 3대 운동 같은 고립 운동계 짬밥이 오랜 사람일수록 오히려 스핀이 경직돼 흐름이 뚝뚝 끊긴다. 3 대 350에 육박하는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스핀이라는 개념에 감을 잡았고, 불가리안백 지도자 자격증도 갖춰 꽤 많은 사람을 가르쳐보니 오히려 운동 경력이랄 게 없는, 자칭 타칭 말랑카우 인간인 분들이 훨씬 빠르게 부드러운 스핀을 만들어내는 케이스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핵심은 이거였다. 내가 불가리안백을 돌리는 게 아니고, 불가리안백이 스스로 돌게끔 하는 것! 수상스키나 웨이크보드를 타본 적 있는가? ‘내’가 어떻게 일어나보려고 애를 쓰면 반드시 강물에 코를 박고 엎어지게 돼 있다. 보트가 이끄는 대로 힘을 빼고 몸을 맡겨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스르르’ 일어서게 된다.

불가리안백 스핀도 마찬가지다. 백이 궤도를 탈 수 있게끔 가운데에서 적당한 구심력과 원심력만 유지해야 한다. 그 이상의 힘은 욕심이다. 원이 2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매 순간 적절히 중심을 조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 불가리안백을 놓아줘야 하는 구간에서는 여유롭게, 당겨야 하는 구간에서는 과감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연애와 비슷하다. 밀고 당기는 장력으로 상대를 계속해서 내 반경에 들어오도록 유지하는 것, 또는 내가 튕겨 나가지 않고 상대 주변에 존재하는 것. 몸 전체로 만들어내는 회전은 스스로를 하나의 우주로 느끼게 한다. 몸 안에서 끊임없이 이동하는 에너지는 만조와 간조 때 파도의 움직임과 같다. 결국 도는 것은 내가 아니라 백이라는 사실까지 깨닫는 것은 사뭇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우리 몸은 분명 가로와 세로에 더해 공간이 존재하는 3차원을 살고 있다. 나는 불가리안백 이상으로 몸을 3차원으로 움직이게 하는 도구를 만나본 적 없다. 그래서 효과가 어떠냐고 묻는다면? 11년 차가 넘어가는 운동 인생 내내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원인 불명의 어깨와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 몸을 혹사시키며 운동하던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의 몸이 제일 내게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들고, 이 이상으로 키우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어깨와 복근이 남들이 알아볼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커진다. 회전으로 인해 림프를 비롯한 몸의 모든 순환이 원활해지는 걸 또렷하게 느낀다. 이 운동이 모든 것의 정답은 아니더라도 아직 당신이 떠올리지 못한 전혀 다른 차원의 선택지는 될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불가리안백을 유력한 선택지로 두고 고심해 보길 바란다. 11년 전 처음 크로스핏을 시작한 이후, 운동으로 이토록 큰 설렘을 오랜만에 느끼는 내가 보증한다.

Writer 에리카
여성 전용 헬스장 ‘샤크짐’ 공동대표. 사무직 직장인으로 살다가 30대에 완전한 ‘운동인’으로 각성했다. 더 많은 여자가 운동해야 한다는 믿음하에 〈떼인 근력 찾아드립니다〉를 펴냈다. 역시나 여성 전용 바 ‘에리카’ 운영 중.
- <엘르> 2024년, 1월호 발췌


<시민덕희> 라미란과 박영주 감독의 대화_셀럽 보이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Q. 영화 <시민덕희〉는 평범한 주부인 덕희가 보이스 피싱 총책임자를 잡으러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그 상황에 처했다면 두 사람은 용감해질 수 있었을까요?
미란:  잘 모르겠어요.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죠. 한편으로는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 것조차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많은 보이스 피싱 피해자들이 '바보 같이 당했냐'라는 말을 많이 듣는대요. 
영주: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게된 사실인데 사람들은 보이스 피싱이 범죄라는 걸 알지만 '왜 당했냐'는 인식도 전반적으로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피해자들은 죄책감도 죄책감이지만 더 말을 못하고요.

Q. 덕희에게 어떤 생명력을 줬나요?
미란: 저는 ‘이 사람 입장에선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겠구나’라는 당위성을 찾아가며 시나리오를 읽어요. 그 상황에 인물을 놓고 생각하지 특별하게 생명력을 주려고 하지는 않아요. 덕희가 <캡틴 아메리카> 같은 히어로는 아니잖아요. 이 사람은 우리 옆집에 살 것 같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조금 더 용기 내 다른 선택을 한 것뿐이죠. 오히려 시놉시스 읽을 때 지금 상황에서 무엇부터 뺄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것 같아요. 
영주: 덕희의 장점을 추진력이라고 생각하며 캐릭터를 썼어요. 나쁜 일을 당했을 때 주저앉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하며 앞만 바라보는 면이 있거든요.
Q. 어떤 이야기에 마음이 끌리나요?
미란: 어쩌다 보니 항상 표준적이거나 표준에서 좀더 정의로운 인물을 연기해 온 것 같은데 저, 이상한 이야기 좋아해요. 〈시민덕희〉 촬영할 때도 두 아이의 엄마라는 상황에 초점이 안 갔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눴어요. 그냥 사람으로 보였으면 했죠. 그리고 이건 코미디가 아니잖아요. 보이스 피싱을 당한 이야기인데…. 물론 영화적인 재미 요소는 분명 있지만, 너무 코미디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죠. 
영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지만 결국은 주체적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자기 목표가 분명하고 그걸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를 선호하죠. 중요한 건 성장하는 인물을 그려내는 거예요.

Q. 덕희가 절망에서 빠져나와 희망으로 향했듯, 우리 삶에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것은 무엇일까요
미란: 약간의 객기. 객기가 없으면 너무 진지한 감정에 파묻혀 못 빠져나올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궁지에 몰리는 순간, 그냥 놓아버리는 사람과 죽을 듯이 길을 찾는 사람으로 나뉘어지는 것 같은데 ‘몰라’ 하며 아무 문이나 열었다가 천국을 만날 수도 있는 거예요. 용기나 성실함으로 해결되지 않는 절망 앞에선 그런 객기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있더라고요.
영주: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건 절망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라고 생각해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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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보이스 X 더바디샵
나의 셀프 러브 지수는?💞



셀프러브란?

더바디샵의 ‘셀프 러브’는 단순히 ‘나 자신을 사랑하자’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진짜 자기 자신을 만드는 것, 나 자신에 대해 단순히 좋은 느낌을 갖는 것 이상으로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더바디샵이 21개국 성인 2만 명과 인터뷰한 결과, 전 세계인의 평균 셀프 러브 점수는 53점이었다고 해요. 이 중 한국인의 평균 셀프 러브 지수는 45점으로, 모든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죠.🥲


아리님의 셀프 러브 지수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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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번 보내주신 엘르 이어링 너무너무 잘 받았어요!! 보자마자 너무 이뻐서 착용하기 아까울 정도였어요 ㅎㅎ 늘 알차고 좋은 기사를 보게 해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이런 선물까지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2024년에도 엘르보이스, 잘 부탁드릴게요 화이팅 ^^

- 회식도 모임도 싫은 NN연차 직장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편할 정도인 사람이죠. 오늘의 에세이를 읽고 나서 뭔가... 나에게 도움 되는 모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매우 좋은 영향력이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편지에 제가 쓴 글이 담겨서 기쁩니다!!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정말 제 소망이 이뤄질 거 같은 좋은 기분으로 2024년을 시작할 수 있겠어요!! ㅎㅎ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좋은 글 너무 감사드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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