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다른 세계들 🌏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 기선겸과 외화 번역가 오미주. 두 사람은 같은 한국인임에도 너무나도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데요. 단거리 육상 선수인 만큼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선겸과 계속해서 영상을 뒤로 넘기며 번역을 해야 하는 미주의 세상은 정반대에 가깝죠. 이처럼 드라마 <런 온>은 같은 나라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사회를 담고 있어요. 그리고 둘을 포함한 드라마 속 인물들은 자신과 다른 세계를 경험하면서 성장하고, 사랑하기 시작한다고. 

드라마 <런 온> 속 주인공 오미주는 보호 종료 아동이지만, 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과 섣부른 동정심을 거부하는 인물이에요. 다양한 대중매체에서 보호 종료 아동으로 설정된 인물은 쉽게 불쌍하거나 악한 이미지로 비춰지곤 하는데요. 하지만 드라마 속 오미주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로 표현되죠. 이 때문에 오미주를 연기한 배우 신세경은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연기했다고 해요. 이처럼 드라마 <런 온>은 보호 종료 아동인 오미주를 평범한 한 사람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어요. 

자립을 준비하는 사람들 🧳

지난 8월, 보호 종료 아동인 한 대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들의 삶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요. 흔히 보호 종료 아동으로 알려진 이들의 현재 공식 명칭은 ‘자립 준비 청년’이에요.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자립을 시작하는 청년이자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미를 담고자 공식 명칭도 변화한 것이죠. 가정 외 보호 체계에서 보호받고 있던 청소년들은 만 18세가 되거나, 보호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판단되면 보호조치가 종료되는데요. 여기에 해당하는 이들이 바로 자립 준비 청년이죠. 

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 우리나라의 가정 외 보호 체계에서 보호받는 아동은 약 2만 8,000명에 달해요. 그리고 매해 평균 2,500여 명의 청소년들이 보호 기간이 종료되어 그들을 지켜주던 울타리가 사라지게 되죠. 이들은 보호 종료와 동시에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등, 생활에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데요. 이들에게는 자립정착금과 자립 수당이 주어지지만, 스스로 중요한 선택을 결정해야 하는 책임을 경험하며 혼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죠. 

연극 <소년 대로>는 자립 준비 청년과 가출 청소년이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많은 대중매체에서 보호 종료 아동과 가출 청소년은 곧 비행을 저지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는 비행 청소년으로 그려지는데요. 하지만 이 작품 속 청소년들은 서로 다른 곳에서 모였지만 가족처럼 서로를 지켜주고, 미워하거나 사랑하기도 하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연극은 자립 준비 청년과 가출 청소년에 대한 색안경을 벗기고, 사람들의 인식 속 비행을 저지르는 ‘일반적인 가출팸’은 편견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고.

또한 많은 청소년극이 성장에 대한 메시지만을 다룬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이 연극은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상황과 삶의 방식을 중심으로 흘러가요. 이들은 고양이를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 더 나은 미래와 현재의 행복 사이의 고민처럼 자신의 삶의 방향에 대해 질문하고 있죠. 이 때문에 작품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현실에서의 청소년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해요. 이를 통해 관객들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고. 

👻: 극단 비밀기지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령!

💁: ‘비밀’과 ‘기지’는 풀이하자면 ‘다른 사람이 모르는 활동’이라는 의미와 ‘거점이 되는 장소’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주로 청소년극과 SF 작업을 많이 했는데요. 처음에는 멀게만 느껴졌던 청소년들의 이미지가 연극인들의 삶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더욱 많은 청소년들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고, 그들의 이야기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길 바랍니다. 

👻: 소년 대로 (Boy’s Highway)라는 제목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령?

💁: 대로 위에 서 있다는 아이들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제목입니다. 아이들이 걸어가는 서로 다른 길들을 나타내는데요. 극 중 주인공 세훈의 시점으로 진행되고, 그가 인생이라는 길을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각자 구별됨을 나타내는 ‘-대로’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공연에 대한 가치관이나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으실까령?

💁: 작품을 만드는 저희에게 유효한 이야기가 관객에게도 유효한 이야기가 되길 바랍니다. 나에게 유효하지 않은 이야기가 관객에게 그렇게 느껴지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요. 만든 사람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관객도 함께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