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집값이 잡힌다." 언뜻 보면 상식처럼 들리는 이 주장에 대해 박인석 명지대 건축대학 명예교수는 날카로운 반론을 제기합니다. 그는 아파트 중심의 공급 정책이 사실은 상위 30%의 자산 증식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며, 대다수 서민의 주거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합니다.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냉혹합니다.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이미 11억 원을 넘어섰고, 소득 상위 30% 가구조차 대출 없이는 서울 아파트도 사기 버거운 실정입니다.
박 교수는 '실수요자'라는 단어의 허상을 꼬집습니다. 지난 9년간 늘어난 주택의 절반 이상은 이미 집이 있는 다주택자가 사들였습니다. 결국 재건축 규제 완화나 아파트 공급 확대는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보다는 자산가들의 투자처를 늘려주는 결과로 이어질 뿐입니다. 진짜 서민을 위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싼 아파트 단지 개발보다, 소단위 개발 주택 같은 '비(非)아파트' 공급을 활성화하고 공공임대를 늘리는 것이 훨씬 빠르고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제언합니다.
물론 아파트를 꿈꾸는 욕망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우선순위는 '꿈'이 아니라 '현실'에 있어야 합니다. 필자는 유럽처럼 지역 기반의 소규모 주택협회를 육성하여 도시 곳곳에 저렴하고 질 좋은 중저층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아파트가 아니면 집이 아니라는 편견을 깨고, 상위 30%가 아닌 나머지 70%를 위한 주거 사다리를 놓아야 할 때입니다.
"실수요자, 특히 국민 대다수인 중하위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이라면 ‘비아파트’를 아파트 단지보다 우선적인 정책 대상으로 고민해야 한다. 아파트 분양 물량 확대는 그 효과가 상위 30% 이상에만 국한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