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자기 객관화를 위한 4가지 체크리스트
정아      "‘나를 과대평가하지도, 과소평가하지도 않기’ 오늘도 23431번째 도전 중"

안녕하세요. 객원 에디터 정아입니다.


지금과는 다른 일을 하던 약 8년 전, 저는 일에 대한 욕심으로 매일 새벽에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하다가 몸과 마음이 망가져 잠시 쉬게 되었어요. 이때 병원도 다니고 관련 서적을 읽다가 '자기를 객관적으로 본다'는 개념인 '자기 객관화'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그땐 '스스로를 남보다 더 엄격히 비판하면 그게 곧 자기 객관화'라고 생각하며 이미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몸과 마음이 회복된 후에야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오늘은 이때의 기억에서 출발해 자기 객관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저처럼 자기 객관화의 개념에 대해 오해하고 계신 분, 혹은 자기 객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잘 되긴 한 건지 모르겠는 분들은 특히 주목해주세요.

1. 현대인에게는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
2. 
자기 객관화, 잘 되어 있을까?
3. 지금이라도 해봅시다!

🧐 현대인에게는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

저처럼 자기 객관화에 대해 오해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한 번 짚어보고 넘어가 볼까요? 자기 객관화는 말 그대로 '자기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인데요. 심리학자 Tasha Eurich(타샤 유리치, 이하 유리치)에 따르면, 자기 객관화가 높아지려면, 두 가지 자기 인식이 균형 있게 발달해야 한다고 해요. 하나는 자신의 감정과 가치, 강점과 약점을 스스로 이해하는 ‘내부 자기 인식’, 또 하나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이해하는 ‘외부 자기 인식’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 두 가지 자기 인식 간에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즉, 내가 스스로를 잘 안다고 해서 타인의 시선을 정확히 아는 건 아니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가지 영역이 균형 있게 발달해야 진정한 자기 객관화가 가능해진다고 해요. 실제로 조직에서 완벽하게 자기 인식을 하는 사람은 약 10~15%에 불과하다고 하니, 그만큼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죠.


저 역시 제 나름대로 여러 노력을 하며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데, 누군가에게는 제가 생각한 대로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이럴 땐 어떤 사람의 관점을 믿어야 하지?’라는 생각부터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는 건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야?’까지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져 어렵더라고요.


유리치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객관화가 낮은 사람은 자신의 단점이나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맹점(Blind Spot)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고 해요. 맹점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어떤 게 부족하고 어떤 게 충분한지를 판단하지 못하니, 필요한 피드백을 받더라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어 문제점을 개선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생활에서는 본인의 고쳐지지 않는 단점으로 인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게 되죠. 


돌이켜보면 과거의 저는, 저의 한계를 모른 채 제게 오는 모든 피드백을 무조건 수용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상사, 동료에게 받는 피드백 중 건강한 피드백과 불건강한 피드백을 제대로 가리지도 않고 저 자신을 몰아붙였죠. 불건강한 피드백을 진심으로 수용하다 보니 피해의식이 커졌고, 피드백을 아무리 수용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리곤 그게 마음의 병으로 이어졌습니다.


유리치에 따르면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사람은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6가지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첫째, 비판적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둘째, 타인의 관점을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셋째, 상황(“방 분위기”)을 읽어내고 메시지를 청중에 맞춰 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넷째, 자신의 기여와 성과에 대해 과대평가(과소평가)한다.

다섯째,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여섯째, 성공은 자신에게 돌리고 실패는 타인에게 전가한다.


저도 한때 자기 객관화가 잘 안 되었던 사람으로서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사람의 특징을 위 여섯 가지 특징을 다음 네 가지 키워드로도 축약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과도한 인정욕구와 자의식 과잉, 책임 회피, 그리고 피해의식이요. 동료든 상사든 누군가와는 꼭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현대 직장 생활에서, 위의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과 꼭 협업해야 한다고 상상해 보면… 인생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죠.


만약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리더가 있다면 어떨까요? 리더는 자신의 약점을 인식할 수 없으므로, 팀원들의 피드백을 수용하지 않습니다.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과소평가)로 인해 잘못된 결정을 내립니다. 팀 내/외부 등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문제 인식이 되지 않거나 인식 하더라도 개선을 하지 않아 팀 성과를 저하하고, 팀 리더십 발휘에도 한계가 생기게 됩니다.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팀원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팀 리더가 피드백을 주더라도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문제가 개선되지 않겠죠. 커리어적으로 성장하기도 힘들고요. 이쯤 되니 자기 객관화는 팀 리더든 팀원이든 일잘러가 되려면 꼭 필요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 

 

모든 직무에 자기 객관화가 중요하겠지만, 저는 특히 제 직무인 PM(Product Manager)에게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그 이유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업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중간에서 일이 잘 흘러가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일이 뭔가 잘못되어 협업이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문제를 파악해야 합니다. 

 

문제의 원인이 저에게 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있는지, 그것을 빠르게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은 알고리즘이 머릿속에서 착착 굴려야 해요. 문제 발견이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갈등은 점점 극으로 치달아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게 됩니다. 문제를 빠르게 발견하고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면 그것을 수용하고 개선하는 일은 맹점을 갖고 있는 사람은 쉽게 하기 힘듭니다. 평소에 뼈를 깎는 (...) 자기 객관화를 하지 않으면 PM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뜻이죠. (ㅠㅠ)

💟 자기 객관화, 잘 되어 있을까?

자기 객관화 개념에 조금 익숙해졌다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좋겠죠. 자기 객관화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몇 가지 지표들이 있었습니다. 유리치의 연구에 따르면 아래 네 가지 질문들을 통해 간단하게 자신에 대한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해요. 


첫째, 나는 내 강점과 약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가? 내가 잘하는 점과 개선할 부분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지 스스로 종이에 작성해 보세요.


둘째, 타인의 피드백을 받을 때 나는 열린 자세인가? 다른 사람이 내게 준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고,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셋째, 내가 생각한 나의 모습과, 타인이 생각하는 내 모습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인식하고 있는가? 내가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고, 그 차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넷째, 나는 내 감정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고 관리할 수 있는가? 내 결정이나 행동을 돌아보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지 점검해 보세요.


네 가지 질문에 대부분이 ‘네’이고, 설명을 잘할 수 있다면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는 사람이고, 한가지라도 ‘아니오’가 있다면 자기 객관화를 높이기 위해 훈련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만약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잘 되어있지 않구나’를 인지하는 것부터가 자기 객관화의 시작입니다. 

🧐 지금이라도 해봅시다!

인지가 되었다면 지금부터 훈련해보면 됩니다. 함께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가져와봤어요.


제가 가장 효과를 많이 봤던 건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이에요. 최근 SBS 다큐에서 소개되었던 명상 프로그램이기도 한데요. 마음챙김은 그냥 일반 명상과는 다릅니다. 마음챙김은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에요.


명상이 휴식, 영적 개발 등을 의미하는 광범위한 수행법을 의미한다면, 마음챙김은 현재 내 생각, 관점을 평가하지 않고 무엇인지 알아내고 받아들이는 수행법을 의미해요. 하루 10~15분의 마음챙김 명상은 자신의 사고와 감정 패턴을 관찰하는 능력을 키워준다고 해요. 하는 방법은 유튜브에 많은 전문가 선생님들이 올려두신 게 있으니 참고해 보세요! 아래 SBS 다큐도 추천해 드려요.

그 다음으로 효과를 본 건 일기 쓰기입니다. 정신 건강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쯤 되면 ‘너무 전형적인 해법 아니야?’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데요. 많은 전문가들이 일기를 우울증, 불안장애 치료법으로도 권하기도 하는 만큼, 저는 효과가 좋았습니다. 직접 해보니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뜬구름과 같은 생각을 가시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방법이라 추천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마음의 병이 있을 때도 일기를 자주 썼고 치료 효과도 많이 봤었습니다. 


일기를 쓰면 좋은 점은 내 생각, 감정, 행동을 기록하다 보면 어느 순간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는 건데요. 그 패턴을 읽다 보면 자기 감정을 정확히 알게 되죠. 자기 객관화가 부족한 사람들은 맹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정 조절이 안 되는데 그게 무엇 때문인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일기쓰기와 같은 방법이 자신의 맹점을 바라보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해요. 특히 갈등 상황이나 강한 감정적 반응이 있었던 사건을 기록하고 분석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합니다.


마음챙김 명상을 할 때 혹은 일기를 쓸 때 자연스럽게 자기성찰(자아성찰)이 따라오게 되는데요. 이 때 주의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그렇게 행동한 이유(why)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what)을 물어보는 방식을 사용해야 해요. 저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자기 객관화를 위해서는 ‘왜’를 계속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왜’에 관한 답을 억지로 만들어내다가 그럴듯한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행동을 항상 의식적으로 하지 않죠. 그러다 보니 사실은 ‘왜’에 해당하는 합당한 이유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왜’를 묻다가는 사실과는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되어 이상한 자기성찰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거죠.


두 번째로, ‘왜?’라는 질문은 우울감이나 과도한 반추(~할 걸)를 유발하기 쉽기에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왜 그 미팅이 망했지? 내 능력이 별로인가봐. 이 회사 그만둬야 하나?” 같은 식으로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정말 공감이 갔어요. 제가 마음의 병을 겪을 때 많이 했던 행동이기도 하거든요.


따라서 생산적인 자기성찰을 위해서는 ’왜?’보다는 ‘무엇?(what)’에 더 집중해야 한대요. 예를 들어 “왜 나는 이렇게 기분이 나쁠까?”라고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는 문제가, ‘어떤 상황들이 나를 이렇게 기분 나쁘게 만드는지’, 그리고 ‘그 상황들이 공통으로 갖는 특징은 무엇인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 내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기가 더 쉬울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훈련법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피드백 수용하기’입니다. 왜 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피드백’이 중요하냐면요, 우리 주변엔 더러운 저의(?)를 피드백이라는 포장지로 감싸서 선물인 척 부정적 감정 폭탄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피드백 제공자 본인의 문제를 내 잘못으로 떠넘기는 듯한 악의적인 피드백도 있고요. 


실제로 유리치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객관화가 부족했지만 크게 개선한 사람들 특징 중 하나가 ‘주변의 모든 사람의 피드백을 다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수의 신뢰하는 사람들을 만들어 두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 이 신뢰하는 사람이 꼭 가까운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나에 대한 피드백은 신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서 나온 피드백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자신의 맹점을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 저도 저에게 건강한 피드백을 준 많은 어른들이 있었는데, 제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자기 객관화란 평생 조금씩 다듬어 가야 하는 끝없는 숙제인 것 같아요. 자기객관화에 완성은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중요한 건 빠르게 변화하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변화인 것 같거든요. 어제보다 오늘 나를 조금 더 잘 이해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이 어렵고 지난한 숙제를 해결하는데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윤문 | 찬비

침착맨 | 아무나 무작위로 승진시켜도 괜찮을까?

에디터 <정아>의 코멘트

무작위로 승진시키면 오히려 동료들의 사기가 올라간다?!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런 주제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궤도와 침착맨이 각자 다른 관점으로 토론이 빙빙돌게 되는 것도 재밌습니다!  

☕️ 후원하기 buymeacoffee / 카카오뱅크 3333-24-9576078 ㄱㅎㅁ
💌 오늘의 레터를 피드백해주세요! 
💜  어거스트 구독하 : 어거스트 구독 링크를 복사해 친구들에게 알려주세요!
💌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Copyright © AUGUST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