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요

시옷레터를 새롭게 단장한 건 2월이었습니다. 그 후 서문을 쓴 건 3월쯤 됐을 거예요. 그렇게 차곡차곡 준비는 해왔는데 6월을 문턱에 두고서야 안부를 전하게 되었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마지막 편지를 보낸 후, 저는 얼마간은 무기력에, 또 얼마간은 게으름에 잠겨 있었습니다. 기운 빠질 만큼 한 것도 없고, 결코 멈출 때가 아닌 데도 그랬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자격이 없는데, 염치 불고하고 그렇게 돼버렸달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런 제 모습에 실망하고, 그래서 더 기력이 나지 않는 악순환. 재미있던 것들이 지루해지고, 가슴 뛰던 일들에 냉담해지고, 그토록 좋아하던 일마저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특별히 불행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행복하지도 않은 나날이었습니다.

 

그 지난한 시간 동안 저를 붙잡아준 것은 다름 아닌 ‘작은 것들’이었습니다. 다이소에서 산 천 원짜리 짱구 파우치, 추억을 담은 일회용 필름 카메라, 조카가 보내준 ‘이모 조운아침’이라는 카톡 하나… 커다란 성취나 기쁨은 제 삶을 잠시 스칠 뿐, 일상을 채우는 것은 온통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덕분에 가끔 웃었고, 이따금 기뻤습니다.

 

살다 보니 소소하고, 사소한 것에 참 무심해졌어요.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숫자를 좇을 때 더욱 그랬습니다. 위를 보느라 정작 내 안은 텅 비었으니,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해파리처럼 사는 것은 이만. 이왕이면 기꺼이 살고 싶었습니다. 마침 날씨가 화창하니까요, 그 힘을 입어 다시 일어서기로 했습니다.

 

시작은 작은 것들을 모으는 것부터.

저를 지탱하는 작은 이야기를 담아 6월에 또 편지할게요.


2024년 5월 31일
김시옷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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