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60 January 30, 2024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의 슬로건인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곳(The Happiest Place on Earth)"만큼 디즈니의 세계관을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신데렐라 성을 마주할 때 몰려오는 코끝의 시큰한 감각과 좋아하는 캐릭터와 교감할 때 느껴지는 뭉클함, 그리고 디즈니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할 때 무의식적으로 올라가는 입꼬리까지.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평균화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구체화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2024년 첫 신간으로 소개하는 매거진 <B> '디즈니 Disney' 이슈를 취재하며 새삼 느낀 점은 우리 모두 살면서 디즈니를 경험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디즈니를 통해 행복을 느껴본 누군가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다음 세대를 위해 새로운 디즈니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으니까요. 나의 행복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곧 디즈니라는 왕국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 준 성벽이 된 것이죠. 누군가가 조각한 디즈니의 발자취에 영감을 받아 그 조각 위에 새로운 조각을 얹으면서 디즈니의 위상은 시대를 거듭할 수록 높고 위대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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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EFING
디즈니, 100년간 행복을 창조해온 엔터테인먼트 제국
📸 김상곤, 곽기곤, 이승국, 표기식, 월트 디즈니 컴퍼니
ⓒDisney ⓒDisney/Pixar ⓒMARVEL

BEHIND
매거진 <B> 에디터의 취재 후기
📸 정신오, 박혜강, 김나래
BRIEFING
매거진 <B>의 97번째 주인공 '디즈니'는 1923년 월트 디즈니와 로이 O. 디즈니 형제가 설립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출발했습니다. 핵심 사업부인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CCO 제니퍼 리 인터뷰부터 디즈니 파크의 스토리가 담긴 기획과 설계 이야기, 그리고 지금의 디즈니를 있게 한 팬들과 파트너의 목소리까지, 넓은 스펙트럼에서 디즈니를 살펴봤습니다.
🎤 디즈니를 이끄는 스토리텔러
제니퍼 리 Jennifer Lee
Chief Creative Officer, Walt Disney Animation Studios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공동 감독이자 각본가인 제니퍼 리는 2018년부터 지금까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가 되어 팀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디즈니 창립 100주년을 기념한 애니메이션 <위시>의 각본과 공동 프로듀서를 맡았다.
Q. 앞으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스토리텔러로서 계속 진화해야죠. 그러려면 새로운 아티스트와 인재, 다양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야 해요. 재능이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있지만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는 평등하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을 바꾸는 게 우리 팀의 역할이고,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로서 저의 최우선 목표는 훌륭한 인재와 잠재력 넘치는 예술가를 발굴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싶은 이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있나요?
건설적인 비판에 낙담하지 말 것, 노력하기를 멈추지 말 것. 비판을 수용하고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성장하는 길이니 멈추지 말고 전진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마음속 깊이 진실한 소원을 지닌 사람의 힘은 무엇보다 강력하다'는 메시지를 품은 <위시>의 주인공 '아샤'가 어려운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건 희망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아샤 곁에 포기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별이 있었던 것처럼 희망, 가능성, 경이로움을 알려주는 존재가 우리 곁에서 돕는다는 사실도 기억했으면 합니다.
🐭 디즈니의 탄탄한 스토리가 숨쉬는 공간
The Walt Disney Studios
📍 Walt500 S Buena Vista St, Burbank, CA, USA
미국 캘리포니아 버뱅크에는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본진이자 전 세계 지사를 관리하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가 자리한다. 디즈니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다양한 기술과 탄탄한 스토리는 80여 년 전 지은 이곳에서 출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일부 시설의 용도가 바뀌었지만, 대부분은 자리를 지키며 디즈니의 발자취를 기록하고 있다.
🎡 디즈니 세계관을 토대로 설계한 테마파크
전 세계 12군데에 위치한 디즈니 테마파크는 상상 속에 존재하던 디즈니 캐릭터와 세계를 물리적 현실로 구현한 공간으로 '이야기의 경험'이라는 목표 아래 공간 디자인과 서비스, 기술력을 세밀하게 설계하며 디즈니만의 이야기를 전파해 나가는 중이다.
Zoning
효율적 경험과 관리를 완성하는 조닝
전 세계 디즈니 파크는 대체로 동일한 방식의 조닝을 유지하고 있다. 애너하임 디즈니랜드 파크를 예로 들면, 부지 중앙에 위치한 광장을 중심으로 여러 테마 구역이 바큇살처럼 주변을 감싸고 있다. 물론 비교적 최근인 2000년대 개장한 디즈니랜드는 초기의 방사형 구조와 완전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중앙을 구심점으로 테마 구역이 흩어져 있다는 공통점은 변하지 않는다. 중앙의 허브를 중심으로 도로가 바큇살처럼 뻗어나가는 방사형 구조 덕분에 테마파크 내에서 물류를 관리하고 수송하는 데도 효율적일뿐더러 게스트가 주도적으로 동선을 짜며 이동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디즈니 파크는 상징적 조형물이나 건축물을 군데군데 의도적으로 장치처럼 심어놨다.
Performance
일년 내내 열리는 다채로운 공연
디즈니 파크 내에 연간 예정된 이벤트만 해도 평균 4000여 회 이상이다. 미키 마우스, 디즈니 프린세스 등 다양한 캐릭터와 소규모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디즈니 파크의 유일무이한 이벤트 '캐릭터 그리팅'과 다양한 캐릭터들이 마차를 타고 행진하는 '캐릭터 퍼레이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하던 순간을 떠올리게 해 많은 방문객이 시간을 쪼개서라도 구경하는 이벤트다. 또한 디즈니 파크 하면 떠오르는 하이라이트는 폐장 직전 디즈니성 주변을 반짝 빛내는 불꽃놀이인데, 기술 감독부터 조명 디자이너와 음악 프로듀서까지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합작해 탄생한 기술의 정수다. 불꽃놀이를 보고 퇴장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디즈니 팬들의 오랜 루틴이기도 하다.
Hosting
주의 깊은 관찰에서 시작하는 호스팅
디즈니 파크는 고객이 이야기를 경험하는 일에 방해받지 않도록 모든 구성원이 출연진이 되어 완벽한 쇼를 완성할 것을 강조한다. 특히 테마파크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을 각자 맡은 배역이 있는 출연진, 즉 캐스트 멤버라 부르는 등 테마파크 안에서의 경험이 하나의 일관성을 띤 쇼가 되도록 관리한다. 특히 디즈니 파크에는 테마파크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청소 스태프를 일컫는 '커스터디얼 custodial'이라는 직책이 별도로 있는데, 표면적으로 이들의 역할은 테마파크 내부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이지만, 실상은 하루 평균 400여 개의 질문을 받으며 손님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일을 동시에 수행하며 테마파크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적극 반영한다.
🪄 디즈니와 함께한 창작자들
유튜브 채널 '천재이승국'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로 디즈니 팬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D23 엑스포(현 D23: The Ultimate Disney Fan Event) 2022'에 방문해 후기 콘텐츠를 제작했다.
"D23 엑스포에서 진행된 디즈니 레전드 어워드 세리머니에 참석했어요. <겨울왕국>의 크리스토프 캐릭터 목소리 연기를 한 조너선 그로프 Jonathan Groff가 눈물을 흘리며 말한 수상 소감이 인상 깊었죠. 보수적인 지역에서 백인 성소수자로 자란 자신에게 디즈니가 일종의 도피처가 되어주었고 덕분에 방황의 시기를 버텨냈다고 말하는데, 배우이자 성우로서 업적을 넘어 그 자리가 그의 삶을 위로해주는 느낌이었어요."
유튜브 채널 '프린세스로 변신한 해군'과 틱톡을 운영하며, 캐릭터에게 영감받은 의상과 아이템으로 스타일링하는 '디즈니 바운딩 Disney Bounding' 콘텐츠를 업로드한다.
"본격적으로 프린세스 바운딩을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이후인데요. 암울한 시기를 보내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유한한지 깨달았어요. 그렇다면 좀 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 안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니 옷을 통해 일탈하고 싶은 욕구가 마음 한구석에 숨어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주변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원하는 대로 입기 시작했어요."
영화 <범죄도시>로 데뷔를 한 영화감독. 2022년과 2023년에 디즈니+와 범죄 스릴러 시리즈 <카지노> 시즌 1,2를 발표하며 현재까지도 인기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OTT 플랫폼의 가장 큰 경쟁력은 콘텐츠의 질과 양이죠. 질적으로도 우세하고 타 플랫폼에 비해 양적으로도 밀리지 않아야 지금 같은 1등 독식 구조의 구독 경제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디즈니+가 초반에 고전한 이유는 '디즈니는 곧 패밀리 영화이자 애니메이션'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에요. 그런 선입견이 <카지노>를 비롯해 <무빙>, <최악의 악> 등 다양한 장르물이 나오면서 극복되었다고 생각해요."
BEHIND
'디즈니' 이슈를 제작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자리한 브랜드의 본거지에 다녀온 <B> 에디터들의 취재 후기를 모았습니다.
🏰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장소
7박 9일 출장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디즈니랜드 불꽃놀이 촬영'은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화려한 폭죽,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 성을 감싸는 프로젝션 매핑까지, 모든 것이 디즈니랜드의 대미라 꼽힐 정도로 완벽했지만, 불꽃놀이를 특별히 추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10여 분의 행사를 함께 지켜보던 게스트 때문이다.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광장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은 초면이지만 어색함 없이 서로의 의상과 굿즈에 관심을 보이며 편히 대화를 이어갔는데, 디즈니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연대를 쌓아가는 모습이 신기했고, 그 단면에서 100년에 걸쳐 축적한 브랜드의 저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불꽃이 사그라든 후에도 게스트들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불꽃놀이의 여운을 즐겼고, 옆자리 아이가 울먹이며 가족에게 "디즈니랜드에 데려와 줘서 고맙다", "인생 최고의 하루였다"고 말하던 모습은 지금도 종종 생각난다. 앞으로 그가 보낼 날은 무수하고, 디즈니랜드의 불꽃놀이보다 더 빛나고 값진 순간이 많겠지만, 오늘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는 왠지 모를 확신이 들었다. 괜히 디즈니랜드를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장소' 라 부르는 게 아니구나 싶었고, 다사다난했던 일정 끝에 누군가의 인생에 손꼽힐 귀중한 하루를 지켜볼 수 있어 뭉클했던 출장이었다.
- 정신오, 매거진 <B> 에디터
👏 축제의 밤에는 뜨거운 박수를
출장이 반환점을 돌던 날,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 <위시 Wish>의 스크리닝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 할리우드로 향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존재감을 드러낼 시간이 되자 이벤트가 열리는 '앨 캐피탄 극장(El Capitan Theatre)' 앞은 축제의 장으로 변신했다. 약 5년에 걸친 제작 기간 내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온 이들이 작품 공개를 축하하며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는 자리인 만큼, 참석한 사람들의 표정은 밝고 맑았다. 가족과 파트너를 데려와 케이터링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디즈니 아티스트들의 모습, 불과 하루 전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 캠퍼스 투어를 시켜주던 디렉터가 참석자들에게 별 모양 사탕을 나눠주던 모습, 디즈니의 영원한 심볼 미키 마우스와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 선 어른들의 모습은 내밀한 축제에 초대받은 이방인에겐 기분 좋은 구경거리였다. (밥 아이거를 실제로 보는 행운까지!)
이런 여운이 남아서일까, <위시> 상영을 마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힘을 모은 5년이란 시간 속에 얼마나 많은 웃음과 눈물, 고뇌와 환희가 머물렀을까 싶어서. 취재를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가까운 거리에서 들었기에 낯익은 이름들은 더없이 반가웠다. 작품에 대해 논하기 전에 압박을 이겨내고 장기 레이스를 끝낸 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은 건, 나 또한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이려나.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 박혜강, 매거진 <B> 시니어 에디터
📖 페이지를 넘어서
잡지 마니아이던 어린 시절부터 잡지를 사면 의식처럼 맨 먼저 펼쳐보는 것이 컨트리뷰팅 페이지다. 매거진<B>의 신간 주인공인 '디즈니'를 취재하면서 이번만큼 지면에 컨트리뷰팅 페이지가 별도로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던 적이 없었다.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강국인 디즈니를 상대하기 위해 방문한 미국 출장길의 파트너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버뱅크의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와 월트디즈니 이매지니어링 캠퍼스,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 리조트 이곳저곳을 누빈 포토그래퍼 김상곤과 곽기곤, 현지에서 에디터들의 두뇌와 입이 되어준 통역가 신보성, 레이나, 비디오그래퍼 김민주, 무엇보다 열흘 가까운 여정 내내 서로가 지치지 않도록 살갑게 챙겨준 동료 박혜강, 정신오 에디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잡지를 만드는 일은 가장 개인적인 한편 집단적 스포츠에서 요구되는 팀워크가 수반되는데 특히 이번 <디즈니> 이슈는 함께하는 출장팀 전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공격'과 '방어'를 잘 수행하면서 중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 특히나 의미 있게 느껴졌다.
- 김나래, 매거진 <B> 에디토리얼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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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0일(화)~2월 5일(월) 기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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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Daesagwan-Ro
Yongsan-Gu, Seoul, Korea, 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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