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4일  (No. 698)
KPMG가 신입사원 평가를 뜯어고친 까닭은?

흔히 '비판적 사고력이 뛰어나고, 해당 분야의 지식(도메인 지식)이 깊으며, 최신 기술에 밝은 똑똑한 주니어일수록 AI를 활용해 압도적인 성과를 낼 것이다.'라는 통념이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런 통념을 뒤집어 놓습니다. AI 시대의 업무 성과는 직원이 가진 '기초 역량의 크기'가 아니라, 오히려 'AI와 상호작용하는 방식' 그 자체에 달려 있다는 것이 연구의 요지입니다.

KPMG와 텍사스 대학교(UT Austin) 연구진은 입사 18개월 미만의 주니어 전문가 523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현장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비즈니스 정보를 분석하고 제안서를 작성하는 실제 업무와 유사한 과제를 부여한 다음, 그들의 성과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의 성과 유형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었죠.

첫째, 성과가 AI 단독 결과물보다 뒤떨어지는 'AI 수습생(AI apprentices)' 그룹(24.1%)입니다.
둘째, AI 결과물과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낸 'AI 위임자(AI delegators)' 그룹(25.8%)입니다.
셋째, AI 결과물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낸 'AI 증폭자(AI amplifiers)' 그룹(50.1%)입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반전은 흔히 성과의 핵심 지표로 여겨지는 기초 역량(비판적 사고, 도메인 지식, AI 리터러시)의 수준이 이 세 그룹을 구분 짓는 기준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놀랍게도 성과가 가장 낮았던 'AI 수습생'들은 평범한 성과를 낸 'AI 위임자'들보다 기초 역량 점수가 높았고, 심지어 최고 성과자인 'AI 증폭자'들과 비교해도 역량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죠.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바로 '실제로 AI와의 협업 과정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의 차이에 있습니다. AI 수습생들은 대화 과정에서 덜 중요한 질문에 집착하거나 부적절한 방향으로 AI를 이끌며 자신의 능력을 낭비했습니다. 반면, 뛰어난 성과를 낸 AI 증폭자들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생각 파트너(thought partner)'로 대했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도메인 지식을 바탕으로 분명한 평가 기준을 세우고, AI의 결과물에 대해 끊임없이 가정을 테스트하며, 논리를 설명하게 하고, 누락된 증거를 찾도록 요구하며 결과물을 반복적으로 정제했죠.

이 연구 결과는 조직의 인재 육성과 평가 방식에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과거에는 직원이 만든 최종 결과물의 품질을 평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AI가 웬만한 수준의 결과물을 알아서 뚝딱 만들어내는 지금, 최종 산출물만 평가해서는 직원이 진짜 실력을 발휘한 것인지 그저 AI에 업무를 위임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죠.

실제로 KPMG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주니어 직원 육성 프로그램을 혁신하고 있습니다. 최종 결과물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서 AI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죠. 예를 들어, 업무 과정에서 AI의 초안이나 산출물을 왜 수용했는지, 어떤 이유로 수정하거나 거절했는지 판단 기준을 명확히 기록하게 해서 보이지 않던 직원들의 판단력을 가시화하고 피드백할 수 있도록 만들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생성형 AI가 고품질의 결과물을 기본값으로 뽑아내는 시대에 인간의 가치는 '초안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AI의 산출물을 지휘하고, 평가하며, 확장하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똑똑한 스펙 그 자체보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활용해 AI라는 강력한 파트너와 지적으로 훌륭한 티키타카를 해내는 '과정의 기술'이 역량의 새로운 기준이 된 것이죠.

팀원이나 주니어 직원에게 리서치나 기획 과제를 부여할 때 이렇게 해보세요. "보고서를 만들 때 AI에게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했고, AI가 내놓은 초안 중 어떤 부분을 왜 버리거나 취했는지 간략한 'AI 활용 판단 로그'를 한 페이지로 요약해서 함께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판단과 사유의 과정을 묻고 평가하는 것이 생각하기를 멈춘 'AI 위임자'들을 줄이고 미래의 성과 엔진이 될 'AI 증폭자'를 길러내는 첫걸음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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