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와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곳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쇼핑을 하러 가는 수많은 가게들. 자신이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 것이 당연한 곳조차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마음 편안히 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발달장애인 가족이 주눅들지 않고 갈 수 있는 가게는 어디 없을까? 이런 가게들의 정보를 다른 가족들과 공유한다면 훨씬 편안한 일상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발달장애 가족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행복하게' 협동조합이 바로 그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맘 편한 가게 발굴단' 프로젝트를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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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친화적인 ‘맘 편한 가게’ 발굴단 이야기
글쓴이 🌱 김덕화
행복하게 협동조합 대표. 제주에서 발달장애 가족을 이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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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다는 말 하지 말아요. 당당하게 어깨를 펴요!"
우리 아이는 제주시 삼양동에 있는 한 미용실에서 5년 내내 머리를 자르고 있다. 미용실 바로 앞에는 제주시에서 유명한 통합 어린이집이 있는데, 이 어린이집을 졸업한 꼬마 손님은 이사를 가도, 성인이 되어도 이 미용실에 오는 경우가 많다.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미용실을 한 사장님에게 발달장애인 손님은 당연하고도 익숙하다.
감각이 예민한 발달장애인에게 머리를 자르는 일을 보호자에게도 미용사에게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발버둥치는 아이를 잡고, 빠른 시간에 조심조심 머리를 잘라야 하기 때문에 발달장애인을 잘 아는 능숙한 미용사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식당을 가는 일도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면서 가족도 같이 먹어야 하고, 동시에 식당 분위도 계속 살펴야 한다. 산만한 아이의 움직임에 따라 이동하는 눈총의 온도를 발달장애가족은 민감하게 읽을 수 있다.
한번은 아이와 아이 친구 두 가족이 한 갈비집에 갔다. 우리 아이들을 단번에 알아보신 사장님은 특별히 세심하게 우리 테이블을 신경써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연신 사장님께 감사하다, 죄송하다를 연발했다. 그러자 사장님이 정색을 하고 얘기를 하셨다.
“엄마들, 죄송하다는 말 하지 말아요. 당당하게 어깨를 펴요. 그래도 괜찮아요!”
눈물이 왈칵 났다. 그 말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그래, 우리가 식당을 가는 건 죄송한 일이 아니다.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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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생태관광협회를 찾은 '맘 편한 가게 발굴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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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비자이면서도 큰맘을 먹어야 하는 일은 곳곳에 있다. 학원도 도전의 장소이다. 통합교육에 특별한 사명이 있지 않은 한 사설 학원이 장애학생을 받아주는 경우는 드물다. 화북에 있는 한 검도 도장은 오랫동안 장애학생과 함께 수련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곳 관장님은 비장애학생들에게 장애학생과 함께 훈련하고 성장하는 법을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모든 수련 과정에서 장애학생을 배제시키지 않는다. 이것이 진정한 무도인의 길이라고 가르치면서.
미용실과 식당, 학원뿐이 아니다. 카페, 마트, 병원, 놀이공간... 수많은 가게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은 마음 편하게 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늘 다니던, 식당, 마트, 카페, 미용실만 찾는다. 누구나 편하게 가는 가게, 심지어 자신이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 것이 당연한 가게조차 마음 편안하게 가지 못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주눅들지 않고 갈 수 있는 가게, 어디 없을까? 그리고 이런 가게들의 정보를 다른 발달장애 가족들과 공유한다면 훨씬 편안한 일상을 살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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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가게 어디 없나요?
이 어려움을 해결해보고자 발달장애부모들이 직접 나섰다. ‘발달장애 아이도 부모도 평범한 일상을 행복하게 살자’는 모토로 만들어진 '행복하게 협동조합'은 올해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제주생활탐구’ 프로젝트를 통해 발달장애가족이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가게를 찾아보는 탐구를 시작했다. ‘맘 편한 가게 발굴단’이 그것이다. 이름 그대로 엄마(맘)을 포함한 발달장애가족이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가게를 지역별, 업종별로 찾아 지도로 제작하고 있다.
처음 이 프로젝트의 기획안을 가지고 심사를 받으러 갔을 때, 모든 심사위원들은 취지에는 크게 공감했지만, 어떻게 그런 가게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를 내비쳤다. 제주도에 있는 수많은 가게 중에서 발달장애인 친화가게를 찾는 일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일이나 다름없겠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강력한 힘이 있다. 바로 부모 네트워크의 힘!
제주도의 발달장애 부모들은 어느 지역보다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다양한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편이다. 이들 부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맘 편한 가게 발굴단’의 취지를 홍보하고 함께 해줄 것을 부탁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제주도의 발달장애가족이 직접 이용해본 곳을 추천받는 방식으로 1차 정보를 취합하고, 모아진 정보를 발굴단이 더 정확한 정보로 구체화해 나갔다.
부모 추천 방식과 병행한 것은 제주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에 협조를 구하는 것이었다. 마침 8월 말에 ‘제주사회적경제 한마당’이라는 오프라인 행사가 열려 맘 편한 가게를 홍보하고, 동참하기를 요청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모인 사회적경제 조직은 누구보다 우리 ‘맘 편한 가게 발굴단’을 환영해주었고, 그 자리에서 추천이 이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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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안산시 ‘오소가게’처럼...
처음이지만 겁없이 ‘맘 편한 가게 발굴단’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모델이 있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 부모의 어려움은 지역을 막론하고 동일한 것이라서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먼저 실행에 옮긴 단체가 있었다. 안산의 ‘꿈꾸는 느림보 사회적협동조합’ 역시 우리와 같은 발달장애 부모로 구성된 협동조합으로 그 지역의 장애친화 가게를 발굴하고, 지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지역사회에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 안산시와 지역 복지관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오소가게’라는 장애친화 가게 인증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맘 편한 가게 발굴단’ 프로젝트를 시작하자마자 안산에 가서 오소가게를 찾아서, 오소가게 협의체 관계자분들을 만나고, 오소가게로 인증된 가게를 직접 찾아갔다.
안산 오소가게는 두개의 복지관이 주축이 되어 장애친화마을 만들기와 오소가게 앱지도 제작, ACC(대체의사소통수단) 메뉴판 보급과 지원을 하고 있었다.
오소가게는 모든 면에서 놀라움과 부러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두 가지가 부러웠다. 장애가족 당사자와 그 장애가족의 어려움을 잘 아는 복지전문가가 진정성을 가지고 힘을 합쳐 사업을 하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구나! 그리고 행정이 뒷받침해주면 지역 사회 전체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 제주에도 이렇게 행정과 복지전문가와 장애당사자가 모두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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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상록장애인복지관을 찾아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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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편한 가게' 발굴은 지속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모아진 ‘맘 편한 가게’ 목록은 80여 개에 이른다. 업종도 식당, 카페, 미용실, 편의시설, 병원, 학원, 숙소 등 다양하다. 막바지로 지도 디자인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 10월에는 예쁘게 제작된 ‘맘 편한 가게 지도’를 제주 지역사회에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발달장애가족에게서 추천받은 가게에 찾아가 "맘 편한 가게로 추천이 들어왔는데, 동참하시겠어요?"라고 물으면 당연한 듯 "네!" 하고 대답하며 우리가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냐고 물어봐주시는 사장님들. 그때마다 마음 속 환한 등불이 하나씩 켜지는 기분이다.
‘맘 편한 가게 발굴단’은 제주시소통협력센터 제주생활탐구로 마무리되겠지만, 맘 편한 가게 발굴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만 한다. 장애가족뿐만 아니라 제주도에 사는 누구나 어떤 차별도 제약도 받지 않는 ‘맘 편한 가게’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한 사람들이 살기 편한 사회임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니까. 그 일에 우리 '행복하게' 협동조합도 늘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엄마이자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시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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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맘 편한 가게에게 바라는 점
-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른 손님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맞이해주세요.
- 장애가족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직접 이야기해주세요.
- 장애특성에 따른 요청사항(음악소리를 줄이기, 특정 식재료를 빼기, 포크 제공 등)이 있을 수 있어요. 가능한 범위 안에서 들어주세요.
- 함께 사는 법을 연습하고 있어요. 그 길에 동행하는 마음을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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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고양이꿈밭 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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