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3.4.21 | 590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챗GPT'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열풍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AI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이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AI주권'입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AI 기술 혁명이 한 국가의 정체성과 주권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회자되고 있죠. 과거 정보기술(IT)운영체제(OS)와 검색 시장에서 벌어졌던 일부 국가·기업들의 독과점 문제가 '승자독식' AI 분야에서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요.

AI가 축적하는 무궁무진한 데이터는 그 자체로 '권력'이 됩니다. 챗GPT와 같은 특정 AI서비스에 인간이 더 많이 의존할수록 AI의 힘은 강해지죠. '21세기 권력'의 저자 제임스 볼은 "인류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인터넷을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체를 파악해 이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넥스트 인터넷'은 AI를 중심으로 짜여질 가능성이 높죠. AI 플랫폼을 선점하는 회사(국가)는 사람들의 행동까지 조종할 수 있는 '지식'을 대규모로 축적할 수 있는 셈입니다. 

고도화된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학습된 데이터에 따라 가치관과 윤리, 나아가 국가적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대규모 리소스와 인재, 장시간에 걸쳐 축적한 기술력이 필요한 AI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는 대다수 국가들은 'AI주권'을 심각한 문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슬프게도 이들 국가들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액션의 선택지가 많지는 않아보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수 있고요) 더욱이 AI는 군사·안보, 노동, 법, 교육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영역에서 '파괴적 혁신'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오늘 레터에서는 다소 무겁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주제인 'AI주권'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마주한 위기와 기회 요인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오늘의 에디션
  1. AI주권이 중요한 이유 
  2. 네이버클라우드 CEO 인터뷰
  3. 한줄 브리핑 📢 
일론 머스크 테슬라CEO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개발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습니다. <FOX news> 
반도체 패권만큼 중요한 'AI주권'  

'21세기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를 놓고 '반도체 자국주의'가 격화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도 이번주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시행에 전격 합의하며 반도체 전쟁에 공식 참전했죠. 최근 AI를 둘러싼 패권경쟁도 이와 비슷한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표면적으로는 AI의 투명성과 윤리지침 등에 사회적 관심이 모여지는 듯 하지만 실제 기술개발과 산업 적용 측면에서 각국의 진짜 속내는 '자국주의' '각자도생' '자립자강'에 가깝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국 기업(플랫폼 혹은 인프라)이 AI 생태계를 선점할 수 있게 도울지에 전략적 포커스가 맞춰져 있죠. 최첨단 AI 시스템의 개발을 6개월간 일시 중단하자는 미국 비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FLI) 주장이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었는데요. 이를 두고 테크업계 일각에서는 "경쟁에 뒤처질 것을 우려한 일부 국가, 기업들의 애절한 속내가 반영됐다" "하지만 추격의 시간이 6개월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과 같은 뒷말들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빅테크 전쟁터 된 생성형AI 

최근 생성형 AI를 둘러싼 기술과 트렌드의 변화는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입니다.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AI사업을 오랜 시간 준비해온 회사들은 물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들까지 경쟁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정도로 빠르게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죠.


이달의 새로운 소식부터 살펴볼까요. 메타는 사진과 동영상에서 이미지를 분할할 수 있는 AI 모델 ‘샘(SAM)’을 공개했습니다. 사진에서 여러 항목을 개별적으로 식별하고 이를 메타가 밀고 있는 가상현실(VR)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입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대규모 언어모델 ‘타이탄(Titan)’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생성형 AI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 ‘베드록(Bedrock)’을 13일 출시했고요.


일론 머스크의 회사 X.AI 

테크업계 유행에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네바다주에 ‘X.AI 코퍼레이션’이라는 이름의 기업을 설립했는데요. 머스크 CEO는 최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오픈AI의 처음 의도는 좋은 일을 하자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불분명하다. 나는 그것(챗GPT)이 진실하지 않는(untruthful) 것들을 말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정치적으로 타당하도록(politically correct) 훈련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오픈AI를 저격했습니다. (머스크는  2015년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 등과 함께 이 회사를 창립했다가 2018년 테슬라의 AI 연구에 따른 이해충돌 문제로 오픈AI 이사직을 사임하고 투자 지분도 모두 처분한 바 있습니다) 


오픈AI와 MS, 구글의 딥마인드가 AI분야의 '헤비급'이고 자신이 '제3의 선택지(a third option)'를 만들겠다는 게 머스크가 밝힌 계획입니다. 불과 얼마전 인류에 위협이 된다며 인공지능(AI) 개발을 미루자던 그였죠. 보다 현실적인 액션을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파운데이션모델(생성형AI) 기술의 모습 <마드로나벤처스>

그래서 생성형AI가 뭔데?

생성형AI(Generaive AI)의 사전적 정의는 '이용자가 특정한 요구에 따라 결과를 생성해내는 인공지능' 입니다. 생성형AI 분야는 크게 1)텍스트(대화형, 검색) 2)그림 3)음성 4)비디오 5)신약개발(단백질 구조 예측)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생성형AI를 활용하면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콘텐츠를 새롭게 거의 무제한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합니다. 기존 콘텐츠들의 패턴을 학습해 추론 결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이는 인간 고유의 창의성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가령, AI가 특정 작가의 화풍을 모사한 그림으로 사진을 재생성하거나 가짜 인간 얼굴을 무제한 생성하는 것들이 이미 생소하지 않지요. 텍스트 분야에서는 특정 소재로 시를 짓거나 소설을 창작할 수 있고요. 최근에는 글을 이미지나 비디오로 변환시키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유튜브 콘텐츠의 대부분은 AI가 만들수도 있다는 것이죠. 무엇보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AI 의 경우 검색엔진 등 기존에 존재하는 여러 웹 서비스에 붙여 혁신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생성형AI를 '운영체제'로 바라본다면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토니 스타크를 보조하는 인공지능(AI) ‘자비스’를 기억하시나요. 영화 속 자비스는 집안 모든 전자 디바이스를 연결하지요. 영화 ‘그녀(HER)’에 나오는 AI 운영체제(OS) ‘사만다’는 어떨까요. 사만다는 사용자 맞춤형 소프트웨어로 명령어 실행 뿐 아니라 인간과 교감까지 하는 수준이죠. 주인공이 반할 정도니까요. 생성형AI는 '운영체제(OS)'의 진화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최근 만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님은 이에 대해 "AI야말로 PC·모바일에 이은 진짜 웹3"라는 흥미로운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스마트폰이 나오고 거의 모든 PC서비스를 모바일이 포용한 것처럼 대부분의 웹2.0 서비스 위에 AI가 얹혀질 것이라는 얘기였죠. 이는 AI만을 위한 별도의 ‘킬러앱’이 필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자연스럽게 모바일 중심의 웹2에서 AI중심의 웹3로 거의 모든 서비스가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죠.
생각해보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디바이스(데스크탑, 스마트폰, 스마트카 등)는 대부분 다른 OS 위에서 구동되고 있지요. 이를 하나의 AI로 통합하면 인간이 번거롭게 디바이스를 만질 필요조차 없어질 수 있습니다. (AI플랫폼을 장악한 회사가 만들어놓은 생태계에 하드웨어 회사들이 종속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나만의 AI(OS)에게 날씨를 묻고 필요한 물건을 사게 하고, AI가 시동을 켜둔 스마트카를 타고 출근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AI경쟁 본질은 '생태계 선점'과 '승자독식'
'챗GPT'의 등장과 함께 검색형 플랫폼 시대가 저물고 명령형 플랫폼 선점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구글 중심의 검색 시장에 AI로 인해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죠. 시장 조사 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시장에서 지난해 기준 93%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업체입니다. 구글이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배경이 여기에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엔 이용자들이 검색 시장 1위 사업자인 구글 대신 새로운 선택지를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달 16일(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기본 검색 서비스를 구글 대신 오픈AI와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위기를 느낀 구글은 AI 기능을 검색 서비스에 빠르게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어 시장의 향방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듯 합니다. 중요한 것은 거의 모든 인류가 사용하는 '인터넷(정보)'의 패권이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생성형AI '우리 API 로 사용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AI시장에 도전하는 빅테크들이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API란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를 위한 프로그램 인터페이스의 일종입니다. 개발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죠. 개발자 입장에서는 API를 활용해 앱 개발을 단순화하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개발자를 먼저 자신들의 가두리 안에 들여오겠다는 것이 빅테크의 심산입니다. 마치 아이폰(스마트폰)이 처음 나오고, 애플이 수많은 개발자들을 스마트폰 생태계에 몰아넣어 제국을 건설한 것처럼, 이제 막 태동하는 AI 생태계를 선점하는 회사가 향후 십 수 년을 호령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죠.


챗GPT 플러그인의 가공할 위력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2022년 기준 869억 달러 규모인 AI 시장 규모는 2027년께 5배 가까이 늘어난 4070억 달러까지 커질 전망입니다. 구글 대항마로 떠오른 오픈AI는 최근 챗GPT와 다른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챗GPT 플러그인'을 내놨습니다. 예컨대 사용자가 챗GPT에 "도쿄행 항공권을 찾아줘"라고 명령(프롬프트)을 내리면 챗GPT가 데이터에 접근해 실제 티켓을 예약하죠. 여기엔 AI 서비스를 자사 생태계로 모으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사가 별도로 챗GPT 모바일 앱을 출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미 애플과 구글이 지배하는 경기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판에서 싸우겠다는 의미겠지요.

이 같은 흐름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남깁니다. 과거 스마트폰 태동기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해외 기업으로부터 검색·포털 시장을 지켜냈지만 새롭게 열릴 AI 생태계는 이와 전혀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매일경제신문사와 KAIST가 공동 주최한 '챗GPT 비즈니스 포럼'이 19일 매경미디어그룹 본사에서 열린 가운데 김광섭 카카오브레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챗GPT 미래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매일경제DB>

다중 언어모델(LLM)의 시대

챗GPT와 같은 생성형AI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핵심 기술은 초대규모 언어모델(LLM)입니다. 대규모 AI 모델의 경우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막대한 컴퓨팅 인프라스트럭처를 필요로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자체 초거대AI를 보유한 기업이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죠. 

사실 오픈AI는 회사의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인공지능 소스 코드를 오픈소스화해 안전하고 평등한 인공지능 발전을 추구한다는 이념에서 시작됐습니다. 실제로 GPT-1과 GPT-2는 논문과 소스코드까지 무료로 공개됐죠. 하지만 GPT-3부터는 마이크로소프트를 통해 API를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GPT-4는 폐쇄형 LLM의 대표격이 됐고요. 일각에선 AI 생태계를 두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독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해서는 이 글의 일독을 권유드립니다. 


챗GPT에 도전하는 오픈소스 LLM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복수 구도로 생성형 AI 시장 생태계가 확장하는 분위기입니다. 매일경제신문사와 KAIST가  마련한 '챗GPT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김지원 SK텔레콤 멀티모달AI 담당은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동안 오픈AI사가 챗GPT 소스를 공개하지 않아 생성형 AI 독점 논란이 있었는데, 메타(페이스북)가 지난 2월 경량화 모델인 라마(LLaMA)를 오픈소스로 배포하며 학계에서 상대적으로 용량이 가벼운 라마로 대거 옮겨가고 있다. 라마를 기반으로 알파카(스탠퍼드대), 비쿠나(UC버클리 등 연합) 등 챗GPT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다양한 생성형 AI 모델이 생겨나고 있다"


메타가 지난 2월 공개한 LLM 라마는 챗GPT의 70~80% 성능을 내는 동시에 최대 용량이 65B로 챗GPT 대비 3분의 1가량 적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마는 GPT와 달리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죠.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컴퓨터 자원이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학계·연구소·개인이 라마를 기반으로 다양한 '미니GPT'를 내놓는 등 LLM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AI생태계는 결국 승자독식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옥석 가리기에 나선 상황이죠. 누가 먼저, 더 넓게 생태계를 까느냐가 관건입니다. 현재까지 국내 스타트업들의 선택은 '챗GPT'의 생태계에 쏠려 있는 듯 합니다. 

이스라엘 '스마트슈터'가 개발한 AI총기에 대한 영상. <i24 News English>
국가안보와도 밀접한 AI 
살상에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는 AI 무기가 전장의 모습은 물론이고 주요 국가의 전쟁 전략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군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과 손잡고 육·해·공·우주 부대의 정보를 통합해 AI로 전략을 수립하는 ‘전 영역 통합지휘통제(JADC2)’ 구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AI를 인민해방군에 도입해 미군을 추월한다는 국가적 목표를 세워놓았고요. 최근엔 소총에 인공지능(AI)를 탑재하는 AI소총이 나왔습니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마린이 진화한 셈인데요. 이스라엘의 '스마트슈터'가 개발한 AI 총기는 400미터 떨어진 표적을 확인하고 표적의 움직임과 풍속을 계산해 조준경으로 자동 추적하는 기술을 탑재했습니다. 인간이 할 일은 방아쇠를 당기는 일 뿐입니다. 스마트슈터의 AI 소총은 미국, 인도 등 15국 이상에서 이미 도입됐다고 합니다. AI무기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는 사실상 없는 상황입니다.
올해 2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군사적 영역에서의 책임있는 AI에 대한 장관급 회의(REAIM2023)'가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인공지능(AI)의 책임있는 군사적 사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죠. 챗GPT 등 AI에 대한 관심히 높아진 가운데 군사적 측면에서 로봇과 AI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각국의 책임자들이 머리를 맞댄 것이죠. 규칙 마련의 필요성이 요청됐지만 선언문 수준의 논의에 그쳤습니다. 고도화된 군사 AI가 실제로 인류를 파멸로 몰아갈지, 전쟁을 억제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지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미국과 중국 두 패권국이 경쟁적으로 AI를 육성하는 이유가 '군사'에 있고, 실제 'AI전쟁'을 대비한 강대국들의 물밑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G2 'AI패권전쟁' 본격화 
AI를 둘러싼 주요 국가들의 총성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특히 G2(미국과 중국)는 'AI패권'을 선점하기 위해 공격적이고,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7년 중국 정부의 '차세대 인공지능 계획' 발표 이후부터 초강대국 간 AI 경쟁은 본격화된 모양새입니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AI분야에서 리더가 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며 경쟁 대열에 합류했죠. 2019년 2월 미국의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AI이니셔티브'로 명명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AI분야에서 미국의 지속적인 리더십은 미국의 경제뿐 아니라 국가안보 유지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국가 AI R&D 전략'에서 정부가 강력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떠오르는 AI거버넌스
주요국들은 국가 주도의 'AI전략'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국의 AI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전략을 마련하고 범국가적 차원에서의 AI 전략 실행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와 함께 떠오른 개념이 'AI거버넌스' 입니다. AI거버넌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을 통해 국가적 AI 전략 이행을 지원하면서도 국가와 민간의 전체적인 혁신 방향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죠. AI는 기술적 차원을 넘어 인문 사회 등 모든 영역에 걸친 패러다임 변화를 초래하므로 이로 인한 일자리 구조 변화, 정보침해, 디지털 격차, 양극화 문제 등에 대해 국가와 사회 전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국가 AI이니셔티브실(NAIO), AI특별위원회 AI자문위원회(NAIAC), 국가 AI연구지원TF(NAIRRTF)등을 중심으로 AI거버넌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AI생태계 구축을 위해 2017년 차세대 AI발전계획을 수립한 이후 2020년 5개년 규획 발표 등 정부가 중심이 돼 AI 생태계를 키우고 있죠. 특히 중국의 경우에는 AI기술을 정부가 컨트롤하는 것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중국 당국은 AI 챗봇이 사회주의적 가치를 드러내야 하고, 국가 권력에 대해 선동해서는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앞서가는 미국과 중국  
미국과 중국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의 기초연구와 특허 개발에서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진우 KAIST 초빙교수(AI박사)가 글로벌 학술·특허 정보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의 DB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생성형 AI 분야에서 발표된 논문 가운데 전 세계 연구자들이 집중적으로 참고하는 '상위 1%' 논문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 각각 691건, 565건으로 압도적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은 총 70건으로 조사 대상국 중 7위를 차지했고요. 영국(144건), 독일(107건), 호주(93건), 캐나다(88건) 등이 상위권에 있었지만 절대적인 숫자 측면에서는 미·중과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주목받는 변화 중 하나는 대규모 투자를 꾸준히 유도해 온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경우 미국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알파고 쇼크’ 이후 우수인재 영입과 해외 대학과의 적극적인 연구 교류를 앞세워 최근에는 선도 국가인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죠. 이번 분석을 진행한 김진우 KAIST 초빙교수님은 "AI 분야의 경우 선두 그룹이 생태계를 선점하고 더 많은 학습을 통해 기술 고도화를 이뤄내 격차를 벌리기 때문에 1, 2위가 아니면 살아남기가 어려운 승자 독식 구도로 갈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생태계 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한국이 기초연구와 개발(특허)에서 크게 밀리고 있어 뾰족한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조언했습니다. 
Robots are fighting each other <노블AI>

AI혁신 '기초체력'이 중요해
AI 생태계 선점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연구·특허 등 연구개발(R&D) 기초체력이 필수적입니다. 일례로 딥마인드가 2021년 네이처에 공개한 ‘알파폴드를 사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논문은 AI를 이용해 인간이 발현하는 거의 모든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데 성공해 “AI가 노벨상급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죠.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알아낼 수 있다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단백질 이상으로 발병하는 난치성 질환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개발할 수 있어 AI 관련 논문 중 피인용 횟수 전체 1위를 기록했습니다. 테크업계에서는 사실 AI분야에서의 ‘빅쇼크’가 챗봇이 아니라 신약개발 분야에서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큽니다. 이 분야에서는 딥마인드를 인수한 구글이 가장 앞서가고 있고요. 이렇듯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응용AI’ 분야의 사업 선점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원천 기술을 확보한 회사가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유럽은 AI 규제카드 '만지작'
구글 독과점 문제에 직격타를 입었던 유럽은 AI 분야에서 규제 카드로 적극 대응을 준비하는 모양새입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세계 최초 AI 규제 법안인 'AI 액트' 입법을 준비 중이죠. 법을 위반할 시 서비스 중단과 세계 매출액 6% 이르는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특정 기업에 휘둘리는 독과점 폐해를 막고 피해 발생 시 이를 보상하는 체계를 마련하자는 게 EU 법안 취지입니다. 브란도 베니페이(이탈리아), 드라고스 투도라케(루마니아) 등 유럽의회 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이렇게 말했죠.

“빠르게 발전하는 강력한 AI에 대해 정치적인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AI법은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규제 관례와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청사진이 될 것이다. AI로 인해 우리 문명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 규제를 통해 인류가 AI의 혜택을 누리고, 더 비관적인 미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U가 준비하는 AI법안에는 대규모 데이터로 훈련·학습되는 ‘딥러닝’ 방식의 ‘기초 모델’(foundation model)에 대한 규제 조항이 담길 전망입니다.  오픈AI 대표적 생성형 AI인 ‘챗GPT’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독과점 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자국 기술과 서비스 경쟁력 확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럽의 경우 빅테크에 대항할만한 AI 기업이 변변치 않은 상황이죠. 
생성형 AI의 이용을 제한하는 ‘AI 규제론’이 전 세계에서 힘을 얻자 AI업체들은 본격적인 방어전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일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MS가 움직이고 있죠. MS는 회사 수뇌부가 전 규제의 향방을 정하는 전 세계 정책 결정권자들을 직접 만나 '안전한 AI'를 설파하고 있습니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은 이달 18일 방한해 김진표 국회의장을 면담했습니다. 그는 유럽과 북미의 AI규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우리 앞에 긴 여정이 남아있다”고 답했죠. 각국 정부를 설득하는데 공을 들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늦었지만 대책 내놓은 한국
정부는 지난 14일 비영어권 중심 전 세계 초거대 AI 플랫폼 시장 선점과 전문 특화 응용 서비스 1위를 목표로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 살펴볼까요. 먼저 초거대 AI 개발에 필요한 텍스트 데이터 200종(200억개 토큰·책 15만권 분량)을 구축할 방침입니다. 국가지식정보 통합플랫폼 상에 저작권 제약이 없는 논문과 보고서 메타 데이터도 단계적으로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아세안 10개국과 함께 데이터를 함께 축적하고 협력할 체계도 마련한다는 계획이죠. 

알고리즘 영역에선 인과관계 이해, 실시간 정보 반영, 편향성 필터링을 비롯해 기존 초거대 AI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 개발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203개 산학연 기관이 참여하는 AI 혁신허브와 전문위원회 등을 통해 차세대 생성형 AI 개발 과제를 발굴할 계획입니다. 국산 AI 반도체 기반의 서버 수백개를 연결해 클라우드 컴퓨팅을 지원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올해 예타 신청 등을 통해 실증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초거대 AI의 빠른 확산을 위해 법률·세무, 의료보조, 심리상담, 문화·예술, 학술·연구 등 5개 전문 영역에서 생산성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디지털플랫폼정부 테스트베드에도 소스코드 자동생성과 같은 초거대 AI 기능이 검증될 전망입니다. 

 
AI, 한국이 쫓아가려면?
요즘 AI 업계 전문가들을 만날때마다 묻는 질문입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 현장에서는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국가전략 수립 △대학·연구소·기업의 긴밀한 협조 체계 구축 △글로벌 공동 연구개발·기업과의 융합적 협력 △생성형 AI스타트업과 AI 인재 육성 △연구 지식재산권 강화·응용분야 발굴 등 꼽습니다. IT분야에 정통한 학계 관계자는 “AI분야에서 앞서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기술 디커플링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서 샌드위치격인 한국은 생성형AI 분야를 국가전략적 관점에서 우선 순위를 높게 두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AI 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나올까?
우선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국의 연구역량과 기술력 위상을 글로벌 수준과 비교해서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를 통해 강점을 강화시키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AI 생태계 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생성형AI 관련 창업 생태계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MIT, 스탠퍼드와 같은 최상위권 대학들은 연구 성과의 영향력이 높은 동시에 상용화 관점에서도 높은 성과를 나타냈습니다. 대학·연구소·기업 간 협조 체계 마련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상위 국가를 재빨리 따라잡으려면 우수한 결과물을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산학 협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연구 결과를 상용화하는 지식재산권의 확보도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실제 국내 AI 연구 논문은 단순히 논문 발표에 그치고 특허를 확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입니다. 결국 관건은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모바일 전환기 포털 플랫폼을 지켜냈듯 MS, 구글 등에 맞서 경쟁력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기업의 생존은 국경도 국뽕도 없습니다. AI시장에 뛰어드는 수많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K플랫폼'을 선택하게 만들려면 결국 합리적인 비용과 성능으로 글로벌 수준의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지말자 
생성형AI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함께 AI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AI 시장의 경우 플랫폼 자체도 중요하지만 파생되는 인프라 산업도 그 잠재력이 무궁무진합니다. AI 반도체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시스템 반도체로, 신경망처리장치(NPU)로 불립니다. 저전력 기반의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죠. 반도체는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AI반도체는 생성형AI 뿐 아니라 AI시스템, 빅데이터 분석,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 곳곳에서 핵심 부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이를 주도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과 AI기술 발전에 따라 개별 기능에 특화한 다양한 용도의 AI반도체가 반도체 산업의 중추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를 두고 김진우 카이스트 초빙교수는 “최근 치열한 기술 경쟁과 시장 다이나믹을 고려해 볼 때 향후 반도체 시장의 판도는 AI반도체로 인해 매우 급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MS는 코드명 '아테나'라는 프로젝트를 가동해 직접 인공지능(AI) 칩 개발에 나섰습니다. AI반도체를 직접 만들어 쓰겠다는 것이죠. 

AI반도체가 뜨는 이유는 비용과 효율
초대규모AI(혹은 언어모델)에 주로 이용되는 반도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입니다. 엔비디아가 전 세계 GPU 시장 중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 챗GPT도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1만개가 넘는 엔비디아 GPU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과 효율입니다. GPU는 애초 그래픽 처리 용도로 개발돼 음성이나 텍스트 기반 데이터를 처리하면 전력 소모가 많죠. ‘챗GPT’ 열풍으로 AI를 사용하려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열풍 이면에는 막대한 운영비가 핵심 이슈입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현재 구글의 검색 구동 비용은 약 0.28센트(약 3.6원)지만, 챗GPT로 검색하면 이보다 7배 많은 2센트(약 26원)가 든다고 합니다. 현재 전 세계 챗GPT 이용자가 1억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챗GPT로 한 번씩만 검색해도 구동 비용이 적어도 200만달러(약 26억원)가 드는 셈입니다.

챗GPT와 같은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 등 AI 기반 고도화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운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빅테크가 GPU보다 전력을 적게 쓰고 연산처리 속도가 빠른 AI 반도체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AI 반도체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44억달러(약 57조원)에서 2026년 861억달러(약 112조원)로 4년 새 두 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2030년에는 시스템 반도체 중 30% 이상을 AI 반도체가 차지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구글, AWS, 아마존, 텐센트와 같이 그 동안 반도체 산업을 하지 않던 다수의 기업들까지 이 분야에 진출하는 추세입니다. 

AI반도체 최신 트렌드 
AI반도체 시장은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들도 활발하게 진출하는 것이 최신 트렌드입니다. AI반도체 구조는 기존 CPU 틀에서 벗어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이 필요하고, 전 세계 많은 스타트업들이 뛰어난 설계 능력을 가지고 이 분야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미 5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이 AI반도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MS 등 그 동안 반도체 산업을 하지 않던 기업들까지 전장에 가세했죠. 이들 기업은 AI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자사의 응용 분야에 특화한 AI반도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이 기존의 반도체 시장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새롭게 열리는 AI반도체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판이 열릴 수 있다는 얘기죠.

클래리베이트 ‘글로벌 AI반도체 혁신 보고서’는 “인수합병(M&A)가 사업 성장의 엔진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수많은 스타트업 인수와 기업들간의 합병 등 짧은 시간에 시장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AI반도체 분야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어느 한 기업이나 대학이 이런 다양한 분야의 기술혁신을 주도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새로운 첨단 분야를 연구하는 전 세계 대학, 기업들과 전략적으로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죠.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정책 방향성을 결정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님은 세계적인 반도체 연구자입니다. AI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약진을 기대합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CEO 인터뷰
"지금이 AI주권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

최근 한국의 AI기술을 주도하는 기업인 네이버클라우드의 김유원 최고경영자(CEO)와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인공지능(AI) 주권을 지키기 위한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앞으로 1~2년 안에 승부가 날 것이다"이라고 '생성형AI'를 둘러싼 빅테크 경쟁의 속도감을 이같이 표현했죠. 네이버클라우드는 자체 
 초대규모 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개발에 속도를 높여 오는 7월 말께 공개할 예정입니다. 네이버가 2년 만에 새로운 LLM을 공개하는 것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AI 생태계 선점 전쟁'에 참전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오픈AI LLM인 'GPT-4'나 구글 '팜(PaLM)'의 대항마격인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2021년 5월 공개한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죠. 이미지와 음성까지 이해할 수 있는 '멀티모달'로 만들어질 계획입니다. 네이버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AI 연산에 주로 쓰이는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10분의 1 크기에 4배 이상의 전력 효율성을 갖춘 경량화된 AI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 중입니다. 네이버는 올해 초 클라우드, AI 등 사내에 흩어진 B2B 사업 조직을 자회사인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통합했습니다. AI, 로봇 등 미래 기술은 시작부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죠. "네이버는 초거대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강력한 기술 인프라를 10년 전부터 준비해왔기 때문에 변화의 흐름에 가세할 준비를 마쳤다"고 각오를 다진 그와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 : 하이퍼클로바X 출시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 : 하이퍼클로바는 다양한 요리(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육수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저희 인프라와 모델을 이용해서 외부 기업들이 커스텀된 AI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외부 기업들이 내부 데이터를 학습시켜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가령 네이버가 준비하고 있는 챗봇 '서치GPT' 저희가 제공하는 육수(하이퍼클로바X)로 만들어지는 파인다이닝이 되는 셈이죠. 몇달 늦었지만 LLM 역량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어떤 회사가 더 좋은 인프라를 통해 경쟁력있는 서비스 씬(Scene)을 만들어내느냐겠죠. 동양권을 대표하는 AI가 되겠다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네이버·소프트뱅크·Z홀딩스가 함께 똘똘 뭉쳐서 의기투합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비상상황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모든 자원을 융합해 함께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 : 삼성전자와 AI반도체 개발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 : 뛰어난 성능의 AI 모델을 만들어도 실제 상용화 단계에서는 운영 비용이 보틀넥(병목현상)이 될 수 있어 대응책을 고심해왔습니다. 아시는대로 초거대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반도체 개발에서 삼성전자와 협업을 진행 중입니다. 비싼 외산 칩 대신 자체AI반도체를 활용하면 서비스의 품질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산 AI반도체가 세계 시장에 나오는 것 또한 의미가 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3분기 내로 테스트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비전을 밝힌 DEVEIW2023 키노트. <Naver D2 채널>
😽 : 빅테크 간 AI 생태계 선점 경쟁이 치열합니다. 

😎 : 솔직히 생태계 선점 측면에서 굉장히 시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AI기술을 넣은 서비스와 혁신이 쏟아질텐데요.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들이 AI를 적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태계는 한번 넘어가면 돌이키기가 어렵죠. 가령 모바일 혁신기에 우리나라가 스마트폰은 잘 만들지만, 생태계(마켓)이 없어서 놓치는 게 너무 많았지요. 지금의 AI 경쟁은 불과 1~2년내로 싸움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AI 어플리케이션을 만든다고 하면 이익은 맨 끝단에만 있을 것이고요. 우리가 인프라와 생태계를 주도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올 것입니다. 지금이 말그대로 AI주권을 결정하는 골든타임입니다. 전 세계 각국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는듯 합니다. 기계적 균형이 아니라, 자국주의로 AI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 AI주권이 중요한 이유가 어디에 있을지요. 

😎 : AI라는게 사실 그 자체로 가능성이 많지만 너무 범용적이고 확장적이기 때문에 걱정되는 부분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예컨대 미국에 있는 한 엔지니어가 만든 AI를 이용해서 우리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어르신들이 정보와 콘텐츠를 소비하고 또 공무원과 모든 직장인들이 문서를 생성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굉장히 무서운 것입니다. AI에게 제공하는 데이터 안에는 우리의 문화나 정체성이 곳곳에 녹아있기 때문이죠. 과연 '우리가 주체적으로 AI를 통제할 수 있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는 소버린 클라우드와 비슷한 개념이지요. 또 AI는 문화, 사회적 맥락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AI야말로 목숨걸고 지켜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한국의 스타트업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있으니 바로 성문을 열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AI는 앞으로 국가의 모든 생산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중국에 맞서 경쟁을 해볼만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줄 브리핑 📢
  • 스페이스X 스타십 발사실패 :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20일 아침 스타십을 시험발사했지만 실패했어요. 수직으로는 이륙에 성공했지만 하단의 로켓 '슈퍼헤비'와 상단의 '스타십' 분리가 실패해 균형을 잃고 폭발시켰어요. 하지만 실패에도 불구하고 좋은 데이터를 많이 확보했을 것이라는 평가. 
  • 저축예금 시장에 뛰어든 애플의 핀테크 야심 :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연 수익률 4.15% 의 저축예금을 출시했어요. 애플 카드 사용자만 사용할 수 있고 실리콘밸리뱅크 파산 이후 중소형 은행에서 빠져나온 자금들이 들어갈 것 같아요.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애플의 핀테크 계획이 차근차근 실행되는 모습. 
  • 알리바바 허마셴셩(盒馬鮮生) 홍콩에 상장한다 : 알리바바 계열의 신선식품 유업체인 허마셴셩이 홍콩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해요. 이 회사는 최근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고. 6개의 독립 그룹으로 분할하는 알리바바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인 것 같아요.  
  • 가격인하로 테슬라 순익 24% 감소 : 공격적으로 차량 가격을 인하한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1분기 순이익이 24%나 줄었어요. 테슬라는 시장점유율을 위해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있어요. 전기차 시장에 살벌한 가격경쟁!
  • 스태빌리티AI 오픈소스 언어모델 공개 : 지난해 스테이블디퓨전(Stable Diffusion)이라는 그림을 그리는 AI 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전체 AI 시장에 큰 영향을 준 스태빌리티AI 가 자체 초거대 언어모델인 스테이블LM 을 공개했어요. 30억-70억개 매개변수를 사용했고 150억-650억개 매개변수인 것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 
국가지능화 시대
이번 레터 작성을 위해 리서치를 하던 중 흥미로운 보고서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ETRI 기술정책연구본부의 이승민님이 2019년 작성한 <왜 '국가' 지능화인가?> 리포트입니다. 보고서가 작성된 후 3년이 지난 지금 강대국들의 AI 패권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고, 여전히 시사점이 있습니다. 보고서 내용을 공유하며 이번 레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일독을 권합니다. 

"세계는 지금, 국가 간 AI 패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AI 개발속도는 우리의 예상을 벗어났고 AI 확산속도의 국가 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기존 범용기술과 다른 궤적을 그리는 AI 기술은 향후 10년 새로운 경제 정치 패권 구도를 향한 강대국 간 핵심적인 경쟁의 장을 만들고 있다. 기술이 경제, 국제정치 등과 강하게 동조하기 시작했고, 인공지능은 이들 메가트렌드를 관통하며 전 지구적으로 충격파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범용기술로서 AI의 특별함은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 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의 데이터 흐름을 바꾸는 힘과 전례없이 빠른 확산속도에 있다. 그리고 이것의 파급력은 모든 나라에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중략) 우리나라는 2016년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 발표 이후 지능화 관련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그러나 실행력이 부족한 정책은 공허하고, 정책 없는 실행은 방향성을 잃는다. 국가안보와 일체화되어 국가경제를 이끌 수 있는 국가 지능화 실행전략이 절실하다." <왜 '국가' 지능화인가?, ETRI 2019>


늘 갈망하며, 우직하게
서울에서 황순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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