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은 선거캠프 비서관이 ‘선관위에 신고한 금액보다 선거 비용을 6억 원 이상 더 지출했다’고 폭로한 뒤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고자 의원직에서 사퇴한 이후인, 1999년 7월 벌금 400만 원이 확정됐습니다.
선거범죄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5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은 2000년 광복절에 사면·복권돼 정치 경력을 이어갑니다.
20년도 넘게 지난 ‘15대 국회’를 소환한 건, ‘당선 무효’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또는 징역형을 받아 당선이 무효가 된 의원들은 바로 이 15대 국회(1996~2000년)에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어땠을까요?
주로 ‘선거 쟁송’의 판결로 선거 또는 당선이 무효가 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13대 총선을 앞둔 1988년 4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우신국민학교 합동연설회에서 민주정의당 김명섭 후보는 이렇게 연설합니다.
“1200원짜리 비누세트를 당원 2만 명에게만 줄 수 없어서 이웃집과 평민당, 민주당, 공화당에 속한 사람들에게도 다 나누어 주는 자세로. 내 식구, 내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부정’이라 생각하지 않고 나누어 주었다.”
김 후보는 사흘 뒤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습니다.
470표 차이로 낙선한 다른 후보자는 ‘당선 결정을 무효로 해달라’며 선거 소송을 걸었습니다. 김 후보의 비누세트 선물 등을 문제 삼은 겁니다.
1989년 5월 대법원은 김 후보가 ‘1200원짜리 비누세트를 당원이 아닌 유권자 2만 5000명에게 고루 제공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고발 의무가 있는 영등포구선관위 위원장과 위원들이 연설 내용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묵인·방치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김 후보의 비누세트 선물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 선거 자체를 ‘무효’로 결정했습니다.
‘내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나누어 주었다’고 대놓고 연설하다니,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한국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금권선거’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그렇다고 금품 관련 범죄를 포함한 선거범죄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2024년 현재의 선거범죄들, 그리고 그에 대한 법원 판결은 어떤 모습일까요. 코트워치는 오늘 새로운 프로젝트 [선거범죄 리포트]를 시작합니다.
(이 레터는 최윤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