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한다고 믿던 때가 있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정말 꽃을 좋아하는지 궁금해 직접 텃밭에 심어봤다.
때는 봄이었고 심은 것은 코스모스였다. 매일매일 물을 주니 싹도 트고 줄기는 곧게 자라, 심은 지 약 두 달만에 처음 꽃이 피었다.
그리고 그 꽃을 작은 병에 담아 제일 존경하는 선생님께 드리며 말씀드렸다. 꽃이 사글거든 괘념 말고 바로 버리시라고. 꽃에 담긴 제 맘이 당신께 스민 것이니 맘 편히 그러시라고. 그럼에도 떨어지는 꽃잎이 못내 섭하시거든, 추억으로 봐주시라고도 말씀드렸다.
꽃 피길 기다리는 두어 달 동안 들꽃을 보며 내 꽃이 핀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내 꽃이 피었을 때, 다른 꽃 들에 비해 내 꽃만 유달리 이뻐 보인단 걸 깨달았다. 꽃에 대한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장미가 그에게 그토록 중요한 까닭은 그가 장미에 들인 시간 때문이라고 말했다. 꽃 피 길 기다렸던 66일간의 시간이 내게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텃밭에 나가 물을 주고 이따금 말도 걸던 기억이 지금도 내 가슴에 선하다. 내가 내 꽃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면 눈물 흘릴 일이 생긴다는 여우의 말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비록 시들었지만, 내 연분홍빛 코스모스가 내 맘속뿐만 아니라 존경하는 선생님 맘속에도 지금까지 고이 피어있으리라 믿는 까닭이다.